"무작위 선발 방식은 불공평" 대학 기숙사 선발 방식 논란

입력 2019-04-08 14:13  






△사진=unsplash. (해당 기사와 무관)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권정인 대학생 기자] 2월부터 3월 초까지는 기숙사 합불 결과가 나오는 시즌이다. 이 시기 대학생들은 기숙사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뜨겁다.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고려해봤을 기숙사 입사이지만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대학알리미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17개 대학 기숙사 평균 수용률은 17.7%로 대학의 수용 가능 인원이 신청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의 높은 땅값, 주변 거주민들의 생계 문제로 기숙사 신축을 논의하기는 어려운 것이 실상이지만 학생들은 기숙사 신축과 관련된 재정적 문제뿐만 아니라, 기숙사 선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무작위 선발 방식'. 이에 대학 재학생들의 의견을 알아보고자 지난 3월 11일부터 23일까지 대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무작위 선발 방식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 조사 통계자료.

설문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15%가 무작위 선발 방식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85%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각각 긍정적,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인 것일까. 설문에 참여한 대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무작위 선발 방식 합리적…간단하고 신속하게 처리돼

세종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A(20) 씨는 무작위 선발 방식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A씨는 "기숙사 선발에 있어서 만약 거리순으로 차등을 둔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 예전에 학교 게시판에 거리순으로 기숙사생을 선발해달라는 민원 글이 올라왔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이 거리순으로 기숙사생을 선발할 경우 대구 및 경남지역까지만 수용 가능하고, 그 외 타 지역 학생들의 수용이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이 학교 측에 많은 불만을 제기했다고 들었다. 무작위 선발 방식은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모두가 같은 조건에 있음을 가정하므로,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대 회계학과에 재학 중인 B(21) 씨는 "기숙사 선발에 성적을 적용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적을 적용하지 않고 무작위로 뽑는 것이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학교의 입장에서도 무작위로 선발하는 것이 간단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으므로 다른 방식과 비교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무작위 선발은 불공평…선발 방식 개편돼야

성균관대 인문계열에 재학 중인 C(20) 씨는 무작위 선발 방식에 기숙사 선발에서 떨어져 자취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C 씨는 "부동산에 자취방을 구하러 갔을 때 제주도에 사는 학생도 비행기를 타고 방을 구하러 왔었다. 무작위 선발 방식은 거리별로 차등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제주도에 사는 학생과 서울에 사는 학생을 동일한 상황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면서 무작위 선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여대 디지털미디어학과에 재학 중인 D(20) 씨는 "무작위 선발은 각 학생들의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방식이다. 무작위 선발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경제적 이유로 기숙사가 시급한 학생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면서 "거리순, 성적순, 경제적 상황과 같은 여러 가지 조건들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작위 선발 방식에 대한 대학교 기숙사측 입장은 어떨까. 성신여자대학교 기숙사 관계자는 "무작위 방식이 아닌 거리순을 채택할 경우, 거리 측정방식에 따라 의견이 나뉠 수 있다"면서 "더 원거리를 배려한다고 해서 부산, 제주도 학생은 입실이 되고 강원권, 충청권 학생은 불가능해진다면 그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학교 기숙사 생활관 관계자는 "기존에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했는데,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기숙사가 꼭 필요한 학생들이 방을 배정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이외에도 학과별로 학점을 후하게 주느냐, 후하게 주지 않느냐에 따른 성적의 차이로 학생회 측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작위 선발 과정에 학생회 대표가 참여해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있으며, 지금까지 학생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된 바가 없는 것으로 보면 무작위 방식이 기존의 것보다 공정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각 대학교는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방식을 통해 기숙사생을 선발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각 대학교는 학생들이 미처 알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면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공지해줘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단순 불만 제기가 아닌 선발 방식에 대한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건의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대학교와 학생들 사이의 의견 차이를 좁힐 것이며, 보다 더 발전된 선발 방식을 가져올 것이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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