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현의 엔젤투자] 창업자 자금이 안 들어간 회사, 과연 성공할까?

입력 2019-04-10 16:50  


[캠퍼스 잡앤조이=소성현 얼트루 대표] 얼마 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연대보증 면제로 대출받은 스타트업이 폐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최대주주의 변제의무 발생이 큰 이슈였습니다. 2018년 상반기 정부에서는 창업활성화를 위해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을 삭제하고, 재창업이 활성화되도록 만들겠다고 이를 시행하는 듯 보였습니다.

사실 저도 스타트업 투자와 Company building을 많이 하기 때문에 창업자들에게 본인이 넣을 수 있는 ‘최대의 자금’을 넣고 팀 구성, BM(Business model)을 만들어 투자자를 만나러 다니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투자를 무턱대고 받기보다 정부정책이 좋으니 신보와 기보에서 대출을 받고, 최대한 회사를 키워 성장 속도를 내기 위한 기회와 방법의 윤곽이 나타났을 때 투자를 유치하라는 조언도 덧붙였죠.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이슈대로라면 진짜 엔젤투자자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제가 최근 이슈를 정리한 것을 보면 두가지 포인트를 볼 수가 있습니다. 먼저 창업자가 넣을 수 있는 ‘최대의 자금’을 넣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창업자가 멋진 기획을 들고 와서는 난 돈이 없으니 내 기획과 미래를 보고 투자해달라고 한다면, 그것은 실리콘밸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죠. 기본적으로 세상 어떤 투자자도 창업자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곳에 투자를 하고싶어 하지 않습니다.

최근 창업사관학교와 여러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서 과정 수료를 통해 기본 설립자금과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 자금을 지원해주고, 정부 대출을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컨설팅을 이들과 진행했지만 안타깝게도 정말 절실하게 그리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면 어떨까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저는 자신의 자금을 일정부분 이상 투자하지 않는 창업자에겐 절대 투자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빚을 갚기 위한 돈을 투자한 적도 있었고, 단순히 매장 몇 개를 내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그럴듯한 그림을 그린 대표에게 투자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복기하다 보니 특징이 절대 대표자이자 대주주가 될 자신들은 새로운 법인체를 소유하게 됨에도 본인은 그전에 먹고 살던 그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돈을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게 하려한다면 자신의 돈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물론 창업자가 투자금의 가장 많은 부분을 투자할 만큼 여력이 있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표자가 어느정도 이상의 압박을 느끼고, 책임감과 사업에 가장 중요한 검소한 경영을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부분입니다.

두번째는 정부자금대출은 연대보증이 없으니 법인 폐업과 함께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법인이 대출을 받는 것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정부자금을 선호하는 것은 낮은 금리와 책임소재일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출과 투자의 구분이지요.

지난 칼럼에서도 투자와 대출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회사의 비전과 성장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면 같은 관점을 가진 투자자를 찾아야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투자한 수많은 회사들도 크게 성장해 큰 수익을 준 회사도 있지만 투자로 버티며 힘들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 투자금으로 생존만 하는 회사, 그리고 폐업하는 회사 이렇게 여러가지 형태로 존속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뒤의 두가지 경우는 정부자금 대출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최근에 있었던 최대주주의 변제의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무조건 대출에 대한 의무를 면제해준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정부자금을 기만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며, 이를 사용하는 기업의 대표자도 충분한 압박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이를 사용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들은 대표자가 적당한 압박감을 가지고, 자신들이 가지지 못하는 열정을 사업에 쏟아 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창업자도 열정만이 아닌 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자금을 함께 투자해 초기창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성현 대표는 고려대 생명공학부를 졸업해 IBK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을 거치면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해왔다. 이후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100여개의 회사에 투자를 했고, 현재 마스크팩 브랜드 ‘얼트루’를 운영 중이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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