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박장은 대학생 기자] 이야기와 미장센, 배우와 관객. 하나의 영화가 대중에게 소개될 때까지 감독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감독은 오랜 제작 과정을 거쳐 관객들과 소통할 작품을 완성한다. 이들에게 영화의 매력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감독이 만든 영화는 관객을 울리기도, 때로는 세상에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와 성 소수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학생 단편영화감독이 있다. 세상에 던지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 뜻깊은 작품으로 대중에게 울림을 전하고 싶다는 이혜란(평택대 방송연예학 제작전공 4)영화감독을 만나봤다.
△학생 단편영화 감독 이혜란(평택대 방송연예학 제작전공 4) 씨.
영화를 찍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영화를 배우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광고홍보학과를 다니다가 영상을 배우기 위해 방송연예학 제작전공과로 전과했다. 제작 전공은 영화 중심이다 보니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배운다. 작업에 참여하며 영화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아낼 수 있을 것 같아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영화 촬영 단계를 소개해달라.
"영화는 크게 사전제작, 촬영, 후반 작업으로 나뉜다. 사전제작 단계에서는 최소 6명의 촬영 스태프들이 꾸려지면서 시놉시스 구성과 시나리오 완성 등 전반적인 것에 대한 피드백을 나눈다. 다음 정해진 촬영을 마친 뒤 신(scene)별로 구분해 편집하고, 음악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한다. 학생 단편영화는 평균적으로 3달 정도 소요된다."
△영화 촬영 중인 평택대 공연영상콘텐츠학(방송연예학) 학생들.
이혜란 감독의 연출 철학이 궁금하다.
"가장 중요한 건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세상을 좀 더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보통 생각나는 한 장면을 중심으로 영화를 구성하는 편이다. 기차 안에 앉아있는 남녀를 영화로 만들고자 했고, 단순히 뻔한 연인관계로 설정하고 싶진 않았다. 고민하다 인물 관계를 모자(母子)로 설정했다. 치매 노인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치매 노인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촬영했다고 들었다. 좀 더 자세하게 소개 해달라.
"제목은 <흐려졌다, 맑아졌다>이다. 대부분이 날씨를 생각하겠지만, 본래 뜻은 '기억이 흐려졌다, 맑아졌다'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은 온통 사라지지 않고, 최신부터 없어진다. 어릴 때 기억만 남아 그들이 아이처럼 보이는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인 치매 할머니가 20살 기억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영화를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세상은 누구보다 평온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흐려졌다, 맑아졌다> 스틸컷.
사전제작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어떻게 준비하나.
"그려왔던 등장인물에 대한 설정은 자료수집이나 취재를 통해 명확해진다. 주변에 알츠하이머 환자를 둔 가족에게 묻거나 다큐멘터리와 뉴스를 많이 찾아봤다. 당시 주연 배우분의 어머니께서도 치매를 앓고 계셔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시나리오를 세밀하게 작업했다. 치매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캐릭터 설정을 좀 더 세분화할 수 있었다."
△이혜란 씨의 영화 후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참여했던 졸업작품 영상제를 소개 해달라.
"<흐려졌다, 맑아졌다>로 작년 12월 8일 졸업작품 영상제를 열었다. 작품은 15분 정도. 수원 롯데몰 롯데시네마의 한 개 관을 빌려 100명의 관객을 초대했다. 편집할 당시에는 부족한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관객들이 작품에 공감해줘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영화를 통해 세상에 던지고 싶은 화두가 있나.
"당연한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나는 영화를 만들 때 생각보다 우리가 편견이나 선입관에 갇혀있을 때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모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는 나의 영화를 통해 기존의 생각들을 비트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의 영화가 세상에 협력의 가치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8일 열린 졸업작품 영상제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이혜란 씨.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도 다양한 인물 관계를 중심으로 세상에 작지만 뜻깊은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지금도 떠오르는 그림들은 충분히 있다.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단계다. 또 개인적으로는 스태프들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는 연출을 비롯한 여러 스태프의 노력이 들어간다. 나를 믿고 도와준 스태프들 덕분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min503@hankyung.com
[사진 제공=이혜란 씨]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