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대광발명과학고 강하빈 양, “반려견을 위한 발명품 만들어”

입력 2019-05-07 17:26   수정 2019-05-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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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강하빈 양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키운 반려견과 생활하며 느꼈던 사소한 불편함을 지나치지 않았다.  강 양의 반려견 순이는 병이 났을 때 약을 먹지 않으려고 반항하고 목욕하는 걸 거부했다. 오랫동안 행복하게 반려견과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강 양은 2017년 ‘동물식도 확보장치’와 ‘반려 동물 투명 목욕장치’ 등의 발명품을 만들어 특허까지 출원했다. 그는 발명가가 별난 행동을 하는 괴짜가 아니라 세상을 편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간단히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대광발명과학고 발명전자과에 재학 중인 3학년 강하빈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발명가가 되기 위해 도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어떤 발명에 주로 관심이 있나요.

반려동물과 장애인에 대한 발명에 관심이 많아요. 반려견 ‘순이’와 4년 넘게 함께 살면서 사람과 반려동물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발명해왔어요. 앞으로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도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따뜻한 발명품도 만들고 싶습니다.




반려견 순이를 위해 만든 발명품은 무엇인가요.

강아지나 고양이 등 대부분 동물은 목욕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순이도 마찬가지인데요. 얼굴이 밖으로 노출되는 목욕통을 투명하게 만들고 위로는 샤워기를 넣을 수 있도록 구멍을 냈죠. 양옆으로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 구멍을 넣어 최대한 거부감 없이 양손을 사용해 목욕을 시킬 수 있게 했어요.




반려동물을 위한 또 다른 발명품이 있나요.

순이가 몸이 아픈 적이 있는데 약을 먹이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아픈 동물들에게 쉽게 약을 먹일 수 있는 동물식도 확보장치를 개발했습니다. 반려동물 주둥이에 빨대 같은 원통형 장치를 끈으로 고정해서 그 안으로 물약을 집어넣어 먹이는 장치입니다.




‘동물식도 확보장치’를 발명할 때 에피소드가 있나요.

비슷한 제품이 이미 있는지 궁금해서 동네 동물병원을 직접 찾아가서 물어봤어요. 시중에 출시된 제품이 없고 수의사 선생님들도 동물에게 약을 먹이다가 손을 자주 물린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죠. 그 이야기를 듣고 발명 의욕이 솟구쳤던 기억이 납니다. 동물식도 확보장치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고 난 후에 KBS <아침마당>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여성 발명가이자 학생 발명가라는 자격으로 출연했는데 많이 긴장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이미 비슷한 발명품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특허로와 키프리스 같은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어요. 특허로는 특허 출원 및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이트고 키프리스는 기존 특허 등록 및 출원 정보에 대해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발명에 관심 가진 계기가 있나요.

솔직히 처음에는 발명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광발명과학고에 입학한 후에 선생님 추천으로 발명캠프에 참가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막연히 어렵게 느껴졌던 발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나름의 포부를 가지게 됐습니다.




첫 발명품은 무엇인가요.

처음 발명했던 건 ‘쓰레기통 압축기’였어요. 보통 쓰레기통이 꽉 차면 손이나 발로 누르잖아요. 그 과정이 수고스럽고 손도 더러워지니까 자동으로 압축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검색해보니 이미 비슷한 제품이 많더라고요. 아쉬웠지만 더 깊은 연구를 통해 조금 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특허 출원을 할 수 있었죠.




기존 발명품과 어떤 점을 차별화했나요.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은 고정된 쓰레기봉투를 사용자가 수동으로 작동해서 압축하게 돼 있었어요. 저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쓰레기가 쌓이면 이를 자동으로 눌러주는 쓰레기통을 구상했어요. 쓰레기통 내부에 센서를 달아서 얼마나 쓰레기가 쌓였는지 감지하고 알아서 눌러주는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발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하빈 양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주제를 하나씩 정해요. 예를 들어 ‘핑크색’을 주제로 정하면 온종일 생활하면서 핑크색으로 된 제품이나 ‘핑크’와 관련된 생각만 해요. 평소에 관심이 없던 주제라도 하루 종일 생각하고 관찰하면 아이디어로 떠오른답니다.




발명과 관련된 생활 습관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필요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문을 품죠. 제 성격이 워낙 예민하고 불편한 것을 못 참아서 오히려 발명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평소 불편한 점을 메모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의견도 물어보면서 발명을 위한 아이디어로 발전시켜요.

특히 스마트폰 메모장을 자주 활용하는데요. 글로만 적으면 잊어버릴 수 있으니 사진을 찍어서 그 위에 설명을 적어놓습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는 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되니 즉시 기록하는 게 중요해요.




발명 외에 어떤 특기가 있나요.

특기라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합니다. 발명을 위해서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글로 설명하고 디자인도 해야 하니까 도움도 되고요. 현재 특허청 청소년 발명기자단 자격으로 사람들에게 발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주최하는 전국 초중고 학생발명글짓기 만화공모전과 디자인 공모전 등 다양한 재회와 공모전에 참가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대해 자랑해주세요.

저희 대광발명과학고에는 부산시교육청 승인을 받은 발명 영재학급이 있어서 1학년부터 2년 동안 집중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선생님들이 발명교사인증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도 특허를 출원한 발명가이십니다. 학교 수업을 통해서도 발명을 많이 배우지만 수업 외에 학교생활을 하면서 발명이나 출원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죠.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조금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만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물론 일반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 발명 분야에 대한 제 능력을 살려서 발명과 패션을 결합하려고 합니다. 일단 학교에 있는 다양한 3D프린터를 활용해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패션 디자인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발명에 관심 있는 1618 독자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건네주세요.

보통 TV에 나오는 발명가는 별난 행동을 하는 괴짜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편견은 버리셔도 좋아요. 발명가는 단지 생활 속 작은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사람이거든요. 발명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할 수 있답니다. 발명에 관심 있는 중학생이라면 저희 학교를 비롯한 전국 발명 특허 특성화고등학교에 입학한다면 더욱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hyuk@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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