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뽑은 닮고 싶은 CEO]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 고객에게 ‘미친 만족감’ 드릴 것”

입력 2019-05-20 16:14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최근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CEO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출시해 핀테크 업계에 한 획을 그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토스’는 무엇보다 더치페이 문화에 익숙한 2030 젊은 층의 탄탄한 지지로 성장했다. 현재 대한민국 20대 전체 인구의 약 60%가 ‘토스’를 쓰고 있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닮고 싶은 차세대 유망CEO’ IT 부문에서 이승건 대표가 차지한 1위가 더욱 값진 이유다.



PROFILE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2013.08~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2018 제63회 정보통신의 날 대통령 표창

2016 제1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2014 청년기업인상 중소기업청장 표창

2001~2007 서울대학교 치의학과 학사




대학생이 닮고 싶은 IT 분야 차세대 유망 CEO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1위에 올랐다. 소감을 전해주신다면

“대학생이 선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2015년 토스가 간편송금 서비스로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서비스를 알아봐주고 애용했던 사용자의 대다수가 대학생이었다. 별다른 마케팅이나 광고 없이 토스가 대표적인 송금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된 것도 대학생들의 열렬한 응원과 입소문 덕분이었던 것 같다.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1100만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만들 수 있었고,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가 이번 설문조사라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어떤 청년이었고, 어떤 꿈을 갖고 있었나

“학창시절의 나는 용기 있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았다. 20대의 대부분을 공부보다는 노는 데 많이 썼던 것 같다. 공부도 시험 기간에만 치열하게 하고 학교생활에는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지 놀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관심 가는 것은 두려움 없이 탐구해봤다. 여행, 책,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만 하느라 한 번도 관심 가지지 못했던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잘 알게 됐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내가 언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지 알게 됐고, 그 행복을 좇다 보니 결국 인생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발견했다. 그것은 경제적 성공도, 안락한 삶도, 사람들이 인정하는 직업도 아니었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해 마음만 먹으면 치과의사로 편안하고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있었음에도 과감히 ‘창업’의 길을 택했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치과의사로 보내는 시간 동안 좋은 환경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늘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헛헛한 마음을 채워보고자 장애인 치과 병원에서 일해 보기도 했지만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공중보건의로 3년이라는 시간을 익숙한 곳에서 멀리 떨어져 보내면서, 평소 접하지 않던 책, 만나지 않던 사람들과 함께하게 됐다. 이때가 인생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자연스레 발견하는 시간이 됐다.

그 결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이 세계와 세상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더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렬한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답이라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고, 군대 소집해제 바로 다음 날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창업의 길로 뛰어들게 됐다. 그 이후로 수없이 많은 실패가 몇 년간 있었다. 하지만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것뿐이라는 확고한 깨달음이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에 대한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과정이 궁금하다

“간편송금 서비스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만들고 싶은 것’ ‘내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면서 발견한 아이템이다.

2011년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한 후, 두 번의 사업 실패로 인해 팀이 해체 직전까지 가게 됐다. 자금난과 사업 아이템의 부재로 사실상 팀이 해체하는 게 맞는 상황이었으나,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꿈이었던 우리 팀은 외주 개발을 통해 회사의 생명을 연장하고자 노력했다. 동시에 다음에 임하고 싶은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그 아이템을 발굴하는 프로세스를 ‘고스트 프로토콜’이라 거창하게 이름 지었다. 나를 포함한 팀 전원이 서울 각지에 흩어져 3일간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하루 모여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템을 발견해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총 100여 개의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중 임팩트가 클 것이라 판단되는 6개를 실행에 옮겼다.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아이템이었음에도 5개는 끝내 실패로 끝났다. 왜 실패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분석한 결과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를 토대로 6번째 실행한 아이템이 바로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였다.

간편송금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공감하고 겪고 있는 문제의 범위가 넓을 때, 이를 풀어내기 쉽지 않지만 결국 큰 기회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토스가 바로 그런 아이템이다. 송금은 누구나 빈번하게 사용하는 금융 서비스이지만 불편함, 복잡함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던 영역이었다.”

간편송금, 무료신용등급 조회 등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토스팀은 기업이 최선을 다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할 때 숭고해진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어 매출을 만들고 기업 규모를 키우는 것이 기업이 할 일이 아니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게 진정한 기업의 모습이며, 그것이 기업가 정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토스팀은 단지 수익 창출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토스팀은 오직 고객에게 최고의 금융 경험을 제공한다는 단순한 목표로 움직인다. 현재의 제도와 환경 속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을 구현한다기보다는 당장은 불가능해 보이나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서비스를 만든다. 그래서 어떤 서비스든지 통상적인 서비스 구조를 차용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최고의 사용 경험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하고, 그것을 화면 단위로 그려낸다.

그리고 이 최고의 사용 경험을 지켜내기 위해 어떻게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보통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나 일반적인 사업구조에 맞춰 사용 경험을 수정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결국 '고객에게 미친 만족감을 드리는 것'에 대한 토스팀의 집착이 간편송금 서비스, 무료신용등급 조회와 같은 제품 사용 경험을 가능케 만든 셈이다.

아울러 토스팀은 금융을 혁신하겠다는 소명을 갖고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수많은 사람의 삶에 긍정적이고 선의의 임팩트를 남길 기회를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런 기회를 가진 사람일수록 사람들의 삶에 꼭 필요한, 그리고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 토스팀은 그런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금융 생활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일념 아래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때로는 장애물이 있더라도 하나씩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창업가로서 높은 관심을 보답하는 방법은 더욱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보다 쉽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모든 연령층의 사용자가 토스 하나로 금융을 해결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겠다.”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한 마디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찾기 전까지 절대 다른 일에 정착하지 않는 것’과 ‘그 일을 실제로 하는 것’ 두 가지가 전부라고 말했다. 사실 둘 다 어려운 과제다. 너무나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은 경제적인 성공이나 커리어에 대한 추구 없이, 정말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자신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 혹은 사랑하는 일을 찾는 사람을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 이렇게 찾은 일은 대부분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실제로 하기에는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가족, 친구, 지인 등 주변 사람들 모두 ‘아직 철이 안 들었네. 이제 어른이 돼야지?’라며 그 일을 행동에 옮기는 걸 반대할 것이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실행하기란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했던 당시 내 상황도 그랬다. 한편으로는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지금도 그렇게 모두가 반대하는 일을 했던 그때가 눈에 선하다. 

안타깝지만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 일생의 모든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대부분 나이가 들고나서야 깨닫는다.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인지라 관성에 의해 그냥 살던 대로 계속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살던 대로 살지 말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덧붙이고 싶다. 절대 실패하지 말아야 할 순간은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때뿐이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한다면, 결국 여러분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yena@hankyung.com

사진 제공=비바리퍼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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