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미래산업과학고 오은석 군, “3D 프린터와 아이디어로 뭐든 만들 수 있어요”

입력 2019-06-13 16:12  


[하이틴 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미래산업과학고 발명창작과 3학년 오은석 군에게 3D 프린터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오 군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 학습용 키트를 만들고 산업재산권을 출원했다. 오 군의 최종 목표는 기계와 자동차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아 자동차 연구개발원이 되는 것이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래산업과학고 발명창작과 3학년 오은석입니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기계와 자동차를 세부 전공으로 선택해서 공부와 발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분야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려서부터 기계에 흥미를 느껴왔죠. 처음에는 레고 같은 블록 장난감에 호기심을 가지는 수준이었는데 점점 복잡한 기계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어요. 발명특허특성화고인 미래산업과학고에 입학하고 자동차에 대해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됐죠.

대표적인 발명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3D프린터로 출력한 부품으로 ‘V8 디젤 엔진’을 만들었어요. 실제로는 복잡한 자동차 엔진의 원리를 파악하고 단순화시켜 만든 교육용 키트라고 볼 수 있죠. 실제 엔진의 4행정 피스톤 움직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자동차와 기계 쪽 발명에 눈을 뜨게 되고 변속기 (엔진의 동력을 회전력으로 바꿔 전달하는 장치)처럼 더욱 복잡한 자동차 부품 제작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요.

수업 시간에 엔진에 대해 배우면서 실제로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만지고 분해하고 조립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자동차 엔진이나 변속기를 분리해서 만져보긴 어려우니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했죠. 복잡한 기능은 생략하고 핵심 요소만 단순화시켜서 3D프린터로 출력한 부품으로 엔진과 변속기를 만들었어요.

발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변속기의 클러치(동력을 차단하고 연결하는 장치)는 원래 유압장치(액체나 기체의 압력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를 통해 작동합니다. 그런데 유압장치는 3D 프린터에서 구현이 쉽지 않아요. 3D 프린터의 출력물은 미세한 유격이 생기는데 유압장치에서는 티끌만큼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압 장치 대신 기어와 기어가 맞물리는 방식으로 원리를 구현했어요.

3D 프린터 활용 능력을 활용해 창업했다고 들었어요.

학교 선생님들께서 제가 기계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잘 구현하는 소질이 있다고 하시면서 창업을 추천하셨어요. 다른 학교 학생들의 발명 아이디어를 듣고 3D프린터로 시제품을 구현해주

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죠. 그리고 유튜브 영상 감독이 촬영 소품을 의뢰해서 만들기도 했습니다. 영상 소품 분야에는 전문 업체들도 많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높은 퀄리티로 차별화

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창업으로 인한 수입은 어떤가요.

큰돈은 아니지만 제 용돈 정도는 꾸준히 벌어왔어요. 작년 8월에는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하게 됐지만 매출이 많이 증가하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돈보다 중요한 경험을

쌓는 것 같아서 학교생활과 꾸준히 병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아직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자동차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어요. 기계공학 분야로 진학해서 지금보다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경험을 쌓고 싶어요. 최종적으로는 자동차 연구개발원이 되고 싶습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다 보면 언젠가 꿈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앞으로 전문적으로 기계공학을 공부하려면 더 높은 수준의 수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틈틈이 수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사람이 직접 타서 운전할 수 있는 카

트를 만들 수 있는 ‘미래자동차 연구반’을 만들어서 동아리원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발명을 하다가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밤에 잠을 잘 안 자고 구상하는 걸 좋아해요. 스케치북을 책상에 놓고 연필로 떠오르는 대로 그려보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너무 고민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죠. 해결되지 않는 부분에서 너무 고민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완성한 후에 다른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까지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요.

제 가족은 모두 디자이너에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포스터나 판촉물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시고 누나는 패키지 디자인을 하는 산업디자이너에요. 가족들은 처음에 디자인 분야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저에게는 다른 길을 권했어요. 그런데 결국 저도 기계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니 피는 속일 수가 없나 봐요.(웃음)

특히 누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디자인 프로그램을 누나에게 배우고 이를 기반으로 ‘솔리덕스’라는 설계 프로그램에 응용했죠. ‘떠오를 때 바로 기록하라’는 조언을 해줘서 항상 명심하고 있어요.






본인만의 발명 습관이 있나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글로 적기보다는 크로키하듯이 슥슥 그려서 메모하는 편입니다. 글보다 그림이 편하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볼 때도 더욱 구체적으로 떠오르죠. 그리고 단순한 것을 만들고 그 다음에 복잡한 기능을 추가하거나 연관된 발명을 하는 등 단계적으로 시도하는 편입니다. 처음부터 너무 어렵고 복잡한 걸 만들려고 하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발명왕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조언하자면요.

중학생 중에 만들기를 좋아하고 기계를 좋아한다면 미래산업과학고를 추천하고 싶어요. 저희 발명창작과에 입학하면 사고방식이 달라집니다. 특히 3D 프린터를 선생님 허락만 맡으면 쓸 수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 됩니다. 엉뚱한 물건이라도 많이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발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hyuk@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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