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팬들간의 거리를 좁힌 관중 친화적 구장으로 변모
-4차 산업 기술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선보여
△NC 다이노스의 새 홈구장 ‘창원 NC 파크’.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하민 대학생 기자] “NC 양의지~ 안방마님 양의지~ 승리를 위해 외쳐라!”
4월 28일 NC vs 한화의 경기가 열린 창원 NC 파크.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관중들의 떼창 소리가 경기장 바깥까지 울려 퍼졌다. 미국, 일본에 비해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는 짧지만, 야구에 대한 팬들의 열정만큼은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아 보였다.
팬들의 사랑 덕분인지 야구장 관람 문화는 빠르게 발전했다. 한국 특유의 응원문화를 필두로 IT기술을 활용한 야구 콘텐츠까지, 팬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창원 NC 파크,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을 방문해 최근 야구장 문화를 알아봤다.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를 눈앞에서…관중 친화적 야구장
올해부터 NC 다이노스의 새 홈구장이 된 ‘창원 NC 파크’는 국내에서 가장 관중 친화적인 구장으로 평가 받는다. 우선 이 야구장은 누구나 쉽게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췄다. 입구 진입로를 계단 대신 경사로로 만들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거동이 어려운 관람객을 배려했다.
△홈플레이트 뒤 관중석에서 바라본 창원 NC 파크. 필드와의 경사가 완만한 것을 알 수 있다.
경기에 대한 몰입감은 최대로 높였다. 홈플레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까지의 거리가 14.7m에 불과하고, 1층 관중석과 필드의 각도가 매우 완만해 팬들은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또 구장 내 모든 이동통로가 벽 없이 개방돼 있어 화장실을 갈 때도, 음식을 사러 나가도 경기 관람의 지속이 가능했다.
전광판 역시 다른 구장과 차별화된 선수 데이터를 제공한다. 선수의 상황별 기록과 국내 최초로 트랙맨데이터를 이용해 투수의 경우 체감구속과 회전수, 타자의 경우 발사각과 타구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표출한다. 팬들은 이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선수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대해 예측을 할 수 있어 깊이 있는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이러한 야구장의 진화는 관람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더욱 많은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삼성 라이온즈 팬들.
팀과 팬이 하나 되어 부르는 '응원가'
야구장 문화를 논하면서 응원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 프로야구는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조직적인 단체응원이 가장 활성화 돼 있다. 그 핵심은 응원가다. 대중가요, 팝송 등을 편곡해 선수마다 개성 있는 응원가를 만든다. 팬들은 이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팀과 하나가 되는 동시에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8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양 팀 관중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 측 팬들은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응원단장의 리드에 따라 춤 동작을 섞어가며 선수들을 연호했고, SK 측 팬들은 경기 후반 휴대폰 조명을 비추며 팀의 대표 응원가인 ‘연안 부두’를 제창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처럼 응원가가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야구 그 자체를 즐기는 성숙한 팬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한국과 미국 야구를 모두 경험한 대학생 최재필(University of West Georgia, 22) 씨는 “비교적 차분하게 경기에 집중하는 미국 야구장과 달리 한국은 앰프와 응원가를 활용해 축제의 분위기를 만든다”며 “팬들의 즐거움과 스트레스 해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야구를 처음 접하는 관중들도 경기를 쉽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 5월 1일 KBO가 선수 등장 곡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일부 원작자들이 저작인격권 침해를 들어 삼성라이온즈를 비롯한 구단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당시 원작자들은 “원곡을 원작자의 동의 없이 개사, 편곡해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야구팬들은 “응원가를 만들기 위해 약간의 편곡을 하는 것이 원작자의 인격을 훼손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올해, 법의 판결은 야구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3월 28일 서울중앙지법은 작곡가 김모 씨 등이 서울히어로즈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구단이 노래를 일부 변경해 응원가로 사용한 것이 원고들이 주장하는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작자들이 항소 절차에 들어갔으나, 이 판례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야구의 응원 문화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창원 NC 파크의 ‘포크밸리존’을 이용하고 있는 관중들.
경기 관람과 외식을 동시에…AR 활용한 콘텐츠도 즐긴다
이제 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만 관람하고 응원하는 장소가 아닌,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창원 NC 파크는 외야 관중석에 ‘포크밸리존’을 운영하여 관중들이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전기 그릴과 상차림을 대여해 편리함도 더했다. 가족, 친구들과 외식을 하는 동시에 야구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포크밸리존을 이용한 김준원(가명) 씨는 “친구들과 함께 고기를 먹으며 응원을 하니 더 신이 난다”며 “야구장에서의 즐거운 추억이 야구에 대한 좋은 이미지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창원 NC 파크의 AR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의 AR 야구 게임. 현실의 배경에 가상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도 돋보였다. 창원 NC 파크는 AR(증강현실)을 활용한 포토존을 운영한다. 4개의 포토존 앞에서 AR 애플리케이션인 ‘트릭아이’로 사진을 찍으면 다양한 AR 효과가 나타난다. 찍은 사진을 SNS 채널에 올려 전광판에 띄워주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은 SKT의 5G를 활용한 VR(가상현실)과 AR 체험존을 열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불펜에서 실제 투수가 던지는 135km의 빠른 공을 타자의 시선에서 경험할 수 있다. AR을 이용한 야구 게임도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용자가 위치한 공간을 스캔하면 현실의 배경에 3차원의 투수, 타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더 높은 숫자의 카드를 골라 승부를 가르는 방식이다. 체험존 관계자는 “5G의 향상된 속도로 언제, 어디서든 끊김 없이 AR 야구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IT 기술을 접목한 야구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구장들의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팬들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시대 변화에 발맞춰 진화하는 야구장의 모습에 귀추가 주목된다.
min503@hankyung.com
[사진=이하민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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