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호준 대학생 기자] 어른과 아이. 대부분은 이 두 단어를 성장의 단계를 지칭하는 단어로만 받아들일 것이다. 특히 ‘아이 같은 어른’이라는 표현은 나잇값을 못하는 성인이나 유치한 행동을 일삼는 이들을 비하하는 부정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때 그들은 그저 사회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처럼 비치기도 했다. ‘피터팬 콤플렉스’라고도 불렸던 그들은 이제 다른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아이의 감성을 추구하며, 동심을 마음 한쪽에 간직한 채 서슴없이 표현해내는 어른들. 더 숨기지 않고 자신의 동심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이들. 사회는 이들을 ‘키덜트족(kidult 族)’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엄연히 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키덜트족. 유뷰브 화면 캡처.
키덜트(Kidult)란 아이를 지칭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이미 법적으로 성인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아이 같은 동심과 감성을 가지고 이를 추구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키덜트족이 잇달아 증가하면서, 그들을 타깃으로 하는 키덜트 산업도 자연스레 두각을 드러냈다. 키덜트 상품의 대표주자 격인 다양한 종류의 피겨(figure)들은 물론,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가지고 놀았을 법한 액체 괴물, 슬라임과 같은 제품들이 최근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대임에도 판매 순위권에 있는 히어로 피겨들. 네이버 쇼핑 화면 캡처.
그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도 다양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우, 현재 20~30대의 어린 시절 발매되었던 작품들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의 애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팡이나 비밀 지도 등 소설 속 세계를 구현한 여러 상품을 구매해 소장하며 어린 시절 소설을 읽었을 당시 가졌던 동심을 충족한다. 과거부터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건담, 레고 등의 피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나아가 최근 어벤져스 시리즈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마블과 DC 등의 히어로 모델 조립 피겨들이 여러 토이 스토어에서 상당한 가격대로 발매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성인을 겨냥해 이러한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키덜트들의 강한 애정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해리포터 피겨.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러한 키덜트족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 또 점점 두각을 나타내며, 점점 주목할만한 영향력을 얻고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아이 같은 동심을 가진 한 키덜트족 공수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서울 소재의 대학에서 4학년에 재학 중인 23살 공수현이라고 한다. 디즈니와 앨리스를 사랑하는 한 명의 키덜트이기도 하다. 현재 호텔 경영을 전공하고 있으며, 일상을 기록한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언제부터 앨리스와 디즈니에 대해 애정을 가지게 됐나.
“디즈니를 좋아하게 된 건 고등학생 때부터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가 점점 커지던 무렵인 것 같다. 원래는 생각할 거리가 많고 심오한 영화를 선호했었다. 그런데 그 시기부터 디즈니나 하이틴 영화 같은 가볍고 명랑한 영화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현실이 너무 괴롭다 보니 도피할 거리가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키덜트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 또한 키덜트족이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키덜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이미 반영되어있는 게 아닐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취미생활 중 하나다. 나아가 자신을 알아가고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소장하고 있는 앨리스 관련 상품들. (사진 제공=공수현)
디즈니와 앨리스에 대한 애정도를 알고 싶다.
“디즈니 영화들은 한창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었던 대학 입시생 시절, 유일하게 날 현실에서 도피하게 해준 영화들이다. 비단 앨리스뿐만 아니다. 디즈니 모든 영화에 대해 애정이 깊다. 보고 있다 보면 나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겼다. 그중에서도 특히 앨리스가 좋았던 이유는 사실 대수롭지 않다. 우선 예뻤다.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모든 이야기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운데. 이 굿즈(상품)들을 봐라. 하루하루가 앨리스 입덕의 날이다.”
키덜트족이 생겨나는 이유, 그리고 왜 그들이 자신의 동심을 간직하고 추구하는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듣고 싶다.
“질문에 답하기 전에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내 의견은 절대다수의 의견이 아니며, 개인의 생각이다.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꼭 알아달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실이 너무 괴롭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힘든 현실에서 눈을 돌려 ‘힐링’을 얻기 위해 디즈니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변하지 않는 권선징악의 메시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꽉 막힌 해피엔딩이 내 삶도 그럴 수 있으리란 희망을 주기 때문이었다. 각종 힐링 에세이가 유행하는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속에 동심을 품고 있는 많은 키덜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간혹 나잇값을 못 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들을 때도 있지만, 전혀 주눅들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갈 좋아하고 그걸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그 자체로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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