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찬] 이종후 국회예산정책처장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처음 우리기관이 설립될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설립 이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성과들을 이뤄냈습니다. 앞으로도 국회에 신뢰 받고, 국민에게 사랑 받고, 전문가들에게 인정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90년대 후반 국가경제의 대위기였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고 국가재정의 중요성을 인식한 국회는 독립기구로 국회예산정책처를 2003년 설립했다. 올해로 설립 16주년을 맞은 이 기관은 그동안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오면서 국가살림을 묵묵히 챙겨 온 숨은 살림꾼이다. 지난 3월 취임한 이종후 국회예산정책처장을 만나 그동안의 역할과 향후 국가 재정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종후 국회예산정책처장
1964년생
오리건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2014.02~2018.07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012.02~2014.01 주 오스트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공사
2011.01~2012.01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
올해 3월 국회예산정책처장으로 취임하셨는데, 그동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기관이 그동안은 조직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하는 성과도 있었고요. 앞으로는 구성원들이 축적한 역량을 외부로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우리 기관 내부에 전문가들이 많아요. 이들이 관련 학회나 학술회의 등에 나가 적극적으로 역량을 표출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해외 유사 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우리의 역량과 기능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재정환경에 적응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일부 성과는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올 4월, 미국의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업무협의를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진행했어요. 그동안 무디스는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과만 만났습니다. 무디스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업무협의를 할 생각입니다.”
4월 무디스 연례협의단이 국회예산정책처에 방문해 업무협의를 진행했다.
무디스와는 어떤 업무협의가 있었나요
“무디스측에서 우리가 발간한 중기경제전망 및 장기재정전망에 관심이 많더군요. 그 자료에 대해 논의를 가졌죠. 그리고 국회예산정책처의 과거 전망과 현재 전망의 차이점에 대해서도요. 인구전망, 거시경제전망, 정부 재정정책 등의 변화에 따라 2016년 대비 2018년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 전망이 개선되었다고 했죠. 무디스측에서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 전망 개선 배경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련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2003년 국회예산정책처법이 입법화면서 설립된 기관으로, 올해 설립 16년이 되었습니다. 설치된 배경은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가 90년대 후반 IMF를 겪으면서 재정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끼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정부와는 독립된 국회 내 재정전문기관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해 설립된 기관이죠. 현재 정책분석·경제·세법·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으며 경쟁절차 통해 선발된 인재 138명이 모여 일하고 있습니다.”
2003년 설립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2003년도에 설립이 추진됐을 때만해도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외부 전문가들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요. 국민들이 바라볼 땐 여전히 생소한 기관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정부나 국회에서는 우리 기관의 역할이나 기능에 대해 높게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예산정책처와 같은 기관이 운영되고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기관을 가진 나라들이 50여개국이 있는데, 우리기관이 규모면이나 중요도 면에서 미국(CBO) 다음으로 꼽히고 있죠. 우리 기관이 작년에 IFI(독립재정기구) 국제회의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우리의 운영 방식을 배우러 올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오히려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아 많은 분들에게 알려야 하는 숙제가 있는 셈이죠.”
예산정책처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정부 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의원들이 예·결산 심사를 할 때 보고서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의원들이 제안하는 법률안이 통과됐을 때 앞으로 소요될 법안비용을 추계해서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세 번째는 정부의 경제 분석과는 독립적으로 자체 내에서 경제 현황 분석과 전망 보고서를 만들어 국회의원 및 언론에 제공하기도 합니다.”
국가 예산의 주도권은 정부와 국회 둘 중 어느 쪽에 더 치중돼 있나요
“헌법상 예산 편성권이 정부에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주도권이 정부에 있어온 게 사실입니다. 국회에 제출된 이후에 미시적인 수정에만 그치고 있었는데, 사실 재정권한은 국회에 있죠.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전체적인 예산 편성 방향은 국회가 정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기본적인 역할을 예산정책처에서 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예산정책처에서 국가재정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재정은 어떤 상황이며, 앞으로의 재정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금 경제가 어렵고 저성장이 일상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의 역할이 계속 강조될 수밖에 없는 시기죠. 그래서 우리는 매년 재정전망을 실시하고, 작년부터는 10년간의 국가재정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망은 정책변화에 따른 추가재정소요를 파악해 국가 재정건전성 유지에 기여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다양한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정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국가채무는 2018년 결산 기준 GDP(국내총생산)대비 36.0%로 양호한 수준입니다. 반면에 의무지출이 높은 증가율을 보이면서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51%에서 2050년에는 60.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그로 인해 재정적자규모도 늘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내년도 국가채무를 GDP의 39.8%로 예상하고 있는데, 저희는 이런 추세라면 2050년이 되면 8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 재정이 탄탄하다고 평가를 받지만 가까운 미래에 재정적자폭이 커져서 재정건전성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그래서 이제는 우리나라도 재정건전성을 걱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 재정은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항상 재정여력을 비축하고 대비해두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정적자 폭도 중요하지만,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속도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욱 문제일 수 있죠. IMF 자료를 기준으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OECD 국가들의 국가채무 증가율을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4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가 재정건전성이 좋다고 나오지만 적자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재정적자를 줄이거나 관리하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여러 가지가 방안이 있는데, 그 중 재정 준칙이라고 해서 재정 적자 비율을 비롯해 부채 비율 등의 목표를 세워 준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걸 위해선 국회, 정부의 협의가 필요하죠. 아직 우리나라는 재정 준칙을 세워놓고 있진 않은데, 재정 준칙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논의해야할 때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직원 채용 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시나요
“우리는 재정전문기관이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선호합니다. 경제학, 정책학, 사회복지학 등에 석·박사 자격을 갖춘 인재들을 필요로 하죠. 다만 저희가 정기적으로 인원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 채용으로 인재들을 뽑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기관이 연구기관의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실력을 키워 학계로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반대로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던 분들이 우리기관으로 와서 역량을 뽐냈으면 좋겠습니다.”
연간 채용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10명에서 15명 정도 채용을 하는데, 수시채용이라 시기나 규모가 매번 다릅니다. 채용전형은 서류전형에 이어 교수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면접관들이 직접 면접을 보고요. 직무마다 차이가 있는데, 경쟁이 치열한 곳은 10:1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기관 특성상 첫 번째는 전문성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죠. 개인의 발전만 생각해서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오래 못 버틸 수도 있습니다.”
2018회계연도 결산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예산정책처에서 다양하고 방대한 분석보고서를 발간해 연일 언론에서 인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얼마 전 22권의 걸쳐 방대한 결산분석보고서를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현장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고. 언론에서도 보도를 많이 했습니다. 이런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들이 국가의 재정사업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완성도가 높고, 객관적인 분석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재임 기간 국회예산정책처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 또는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재임 기간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보통 2년 정도입니다. 짧은 시간 내 조직을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우리 기관이 청소년기를 넘어 성년으로 다가가는 시기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 시기에 맞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더불어 국회에 신뢰 받고, 국민에게 사랑 받으며,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는 기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작은 바람입니다.“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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