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흔히 정치를 가리켜 ‘생물’이라 하지만 채용시장이야말로 본연의 ‘인재 선발’ 기능을 넘어 수많은 이해관계와 사정이 얽힌 생물과 같다.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한 ‘수시채용’이 큰 파장을 주고 있다. 4대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그동안 상·하반기 그룹 통합채용을 진행했다. 종래 이 기간은 ‘공채시즌’이라고까지 불리면서 구직자뿐 아니라 대중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기업의 채용전형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기업들은 자기소개서 문항뿐 아니라 필기전형, 면접전형 과목 등 개발에도 큰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수시 채용’과 함께 이들 전형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수시 채용의 취지가 ‘직무경력 우대’인 만큼 직무능력 평가 도구가 기존 인적성검사에서 실무역량 테스트나 아르바이트, 인턴 등 경험으로 대체되고 있다.
△ 기존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적성검사인 HMAT 시험이 끝난 후 응시자들이 나오는 모습. 사진=한국경제DB
HMAT 없앤 현대차, 인문역량 안 보는 LG
현대자동차는 현재 그룹 공채 대신 자체 채용사이트를 통해 수시 채용 하면서 인적성검사인 HMAT를 폐지했다. SK그룹도 수시채용 전환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 SK그룹의 인적성검사인 SKCT 폐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플랜트 운영 신입 채용공고의 전형절차에 필기시험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현대자동차 채용사이트
LG그룹은 자사 인적성검사 LG way fit test 중 기존 ‘인문역량’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했던 한자와 한국사 시험을 없앴다. LG그룹은 2015년, 당시 국내 채용시장을 강타했던 ‘인문학 열풍’과 함께 이 시험을 도입했었다. 올해 LG가 이같이 방향을 튼 것은 ‘실무인재 채용’을 위해서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화그룹은 2013년에 HAT를 없앴다.
삼성그룹은 2017년 9월 하반기 신입 공채부터 기존 그룹통합채용을 계열사별 채용으로 분리했다. 2017년 초 그룹의 허브격이던 미래전략실이 해체한 데 따른 조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삼성 역시 수시채용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한 前 삼성 계열사 인사팀 임원은 “삼성전자만 해도 반도체, 가전 등 사업부가 확실히 나뉘어 있고 이 각각의 사업부 규모도 매우 크다”며 “이미 사업부별 자체 HR인력이 충분히 확보돼 있기 때문에 삼성이 계열사에 채용을 일임하고 수시선발로 전환할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상했다.
은행권에서도 수시채용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첫 주자로 KEB하나은행이 나섰다. 이 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해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인적성 업계, 적성검사 반영 비중 “확실히 줄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8월 69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19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수시 채용’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 11.8%에서 올해 하반기 24.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 기업의 55.0%가 대졸 신입직원을 수시채용으로도 뽑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기업의 채용방식 역시 수시채용 비중이 평균 63.3%로 공개채용(35.6%)보다 훨씬 높았고, 수시채용 비중이 90% 이상인 기업이 29.2%였다. 채용 방식 역시 수시채용(75.6%·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공개채용(73.3%), 추천채용(48.9%), 정규직 전환형 인턴채용(44.3%), 채용박람회(32.1%) 순이었다.
기업 인적성검사 문제 개발기관인 이승철 한국인재평가연구소 대표는 “최근 경력 등 수시채용이 늘면서 적성검사 비중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승철 대표는 “대신 인성검사 평가 비중이 늘었다”며 “인성검사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는데, 이전에는 긍정적 성격을 위주로 봤다면 요즘은 부정적 성격을 뽑아내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기업들이 채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중하게 뽑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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