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현장 직접 피부로 느끼고 싶었다” 판문점으로 향하는 대학생들

입력 2019-10-15 14:25   수정 2019-10-18 22:40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상현·이용성 대학생 기자] 지난달 28일, ‘국민대 남북대학생 자주교류추진위원회’와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와 달리, 평화를 바라는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뜨거웠다. 가깝게, 때로는 멀게 느껴지는 판문점의 현장을 전한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통일대교.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

“여기서부터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입니다”

통일대교 앞 검문소. 헌병대원의 표정과 말투에서 긴장이 묻어났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과 군내면을 연결하는 통일대교 이북은 민간인출입통제구역이다. 민간인 신분으로 통일대교를 밟으려면 국가정보원 또는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대 판문점 방문단 역시 국가정보원의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속 인솔자가 탑승한 후에야 버스는 경비대대를 통과했다. 북쪽으로 갈수록 간헐적으로 휴대전화 신호가 안 잡히기 시작했다. 그제야 비로소 최전방이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판문점에서 경비대원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가건물 7동 중 파란색 건물 4동은 유엔군사령부 담당이며, 회색 건물 3동은 북측이 관리한다. 왼쪽부터 차례로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 북측 회담동이 보인다.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



공동경비구역을 통과해 15분 남짓을 달리니 자유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의 집은 과거 남북 간 연락 업무를 전담하던 곳으로,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의 회담 장소 역할을 했다. 자유의 집 내부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 2층에 이르자, 드디어 판문점으로 이어지는 출입문이 보였다. 유리문 밖으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 광경을 본 한 관광객은 “영화에서만 보던 판문점을 실제로 보니까 신기하다”라며 탄성을 내질렀다.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책상 위에 설치된 마이크. 마이크는 남북 간 군사분계선에 맞춰져 놓여있다.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







JSA 경비대원, “항시 대비 중”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에 들어서자 경비대원이 곧바로 북측 출입문을 잠그고 그 앞을 막아섰다. 북측에서 인원이 들어오거나, 관광객이 월북을 시도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원칙적으로 양측 군인이나 관람객이 동시에 출입할 수는 없기에 남측과 북측이 서로 마주할 일은 없다. 그러나 경비대원들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한시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양측 군인들이 모두 비무장상태다. 그럼에도 경비대원은 “판문점에서 화기를 철수했다고 해서 경계나 대응이 소홀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항시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창문에서 본 군사분계선. 지난해 4월,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같이 넘었던바 있다. 폭이 50cm 남짓한 콘크리트 경계를 기준으로 왼쪽이 북한, 오른쪽 한국이다.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

군사정정위원회 본회의실(T2)에서는 창문을 통해 50cm 남짓한 폭의 군사분계선을 볼 수 있었다.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같이 넘었던 곳이다. 콘크리트 경계를 기준으로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남한으로 갈라졌다. 이날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관광객은 “양국을 가르는 콘크리트 경계를 보며 정말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랜 세월 동안 단절됐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분단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심은 소나무.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일반인의 접근은 제한되어 있다.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

판문점 공동식수와 도보다리··· ‘평화와 번영을 심다’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을 나와 동쪽으로 몇 걸음 걷자 남북 정상이 공동식수한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두 정상이 심은 소나무는 1953년생이다. 정부대전청사 서현관 정원에 있었던 소나무는 지금의 장소로 옮겨졌다. 소나무 옆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고 새겨진 비석이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JSA 경비대원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남북 정상이 단독 회담을 했던 벤치 쪽은 출입할 수 없다.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

공동식수의 동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하늘빛 도보다리가 등장했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체결 당시,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출입을 쉽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우리에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산책한 장소로 익숙하다. 기념식수와 도보다리를 둘러본 한 참가자는 “역사적인 장소에 와 직접 보니 뭉클함이 있었다”면서 “양국 정상이 대화한 것처럼 남북한 국민 사이에도 교류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문점 견학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판문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용성 대학생 기자)



이번 판문점 방문을 기획한 양지원(22) 국민대 남북대학생 자주교류추진위원회(준) 대표는 견학을 마치고 “분단의 상징이자 현재 평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판문점을 방문해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남북 관계를 대학생들의 판문점 방문 등 직간접적인 교류를 통해 천천히 풀었으면 좋겠다”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드러냈다.

한편, 정부는 방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일반 국민의 개인 관광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기 북부 지역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확산함에 따라, 정부는 10월 1일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관광을 잠정 중단시켰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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