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간호대학생들, 무엇이 그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을까

입력 2019-10-25 13:17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편주영 대학생 기자] "국민건강 전문간호"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 앞에는 흰옷과 파란 옷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지난 5일 국회앞에서 열린 대한 간호 대학 학생협회가 주최하는 간호대학생 총궐기의 모습이다. 

이번 총궐기는 지난 8월 23일 발의된 간호조무사협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반대하기 위해 진행됐다. 주최 측은 이날 현직 간호사와 간호학생 1200여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총궐기 후 이튿날인 7일 국회 앞에서는 간무협의 법정단체를 인정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열렸다. 2019년 7월 24일 시작된 1인 시위는 협회장 홍옥녀 씨를 시작으로 50번째 열리는 시위다. 같은 날 야탑역 광장에서는 간호조무사협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하는 법안을 반대한 윤종필 의원을 규탄하는 1인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1200여 명의 간호대학생과 간호사, 매일 거리에 나오는 간호조무사들. 무엇이 그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을까.

법정단체 인정을 둔 간협과 간무협의 갈등

8월 23일 국회에서 간무협을 법정단체로 인정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당시 발의안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대한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의 갈등은 심화됐다. 

간무협은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권익 향상을 대변해 온 것은 간무협”이라며 “간협은 간호조무사를 대변해 온 적이 없다”고 말하며 간무협의 법정단체 인정 법안의 통과를 주장했다. 

이에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간협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처우개선을 방해하는 것은 오히려 자영업 의사들이다”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와의 갈등 관계로 가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몫이 될 것”이라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간호조무사 정원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의원급 병원은 간호조무사만으로 병원을 꾸릴 수 있어서 자격증만 소지한 간호조무사가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간호사를 대신할 수 있어 이는 국민건강과 환자 안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 간협과 간무협은 서로의 주장에 논평을 내는 등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거리로 나온 간호 학생 1200여명

지난 5일 열린 간호대학생 총궐기는 대한 간호 대학 학생협회를 통해 개최됐다. 간호 학생들이 주도해서 만든 협회인 간대협은 전국 간호 학생 총궐기 선언문을 통해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을 반대하는 간호 학생들과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느껴 총궐기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서명서를 통해 “간호조무사 법정단체 설립은 시기상조”라며 “간호 노동의 열악한 환경 개선과 의료인 전문성에 대한 존중, 각 직군의 고유한 업무 영역을 반영한 간호체제의 정립 등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면서 간무협의 법정단체를 반대했다. 

간대협은 “간호조무사의 권익 보호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간호조무사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며 전문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의료현장에서 꼭 필요한 필수 인력이기 때문에 권익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인 법정단체는 해당 직군의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와 감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법정 단체화를 반대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현재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곳도 많아서 역할 확립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인이 아닌 간무협의 법정단체를 인정한다면 불필요한 발언과 갈등, 정책적 혼선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모두 간호 인력으로 역할은 다르지만, 함께 목소리를 내고 쟁취해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하나의 단체로 간호 인력의 권익을 대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간호대학생 총궐기는 1200여명의 간호학과 학생, 간호사들이 모였다. 간대협은 “간호 학생들의 주도로 이렇게 모두가 모여서 한목소리를 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또 다른 이슈들에 있어서 후배들에게, 나아가 여러 간호인들에게 귀감이 될 멋진 사례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총궐기에 대한 간호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간호사를 준비하고 있는 박배주(가천대 간호학과 ·23) 씨는 “간호 학생들이 간호조무사 협회의 법정 단체화를 제지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었으나 한계가 있었다”며 “전국의 간호 학생들이 모여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번 간호학생 총궐기는 이례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간협은 30일 간호정책선포식을 계획하고 있다. 간대협은 “행사에 협조하기로 한 상태이므로 우선 간호법 등의 간호정책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표명하고 힘을 합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간무협은 11월 3일 전국 간호조무사 연가투쟁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행보에 앞으로 간호업계 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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