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예슬 대학생 기자] 애니멀 호딩을 방지하지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현 사회에선 애니멀 호딩 성격의 보호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중성화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애니멀 호딩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앞으로 반려동물과 동물복지를 위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보자.
사설 동물보호소와 애니멀 호더
올해 3월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한 사설 동물보호소 실태 조사 및 관리 방안 마련 최종보고회가 진행됐다. 연구보고의 목적은 사설 동물보호소가 준수 가능한 수준의 법을 마련하고, 정부가 사설 동물보호소를 현실 가능성 있는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연구에서는 사설 동물보호소와 애니멀 호더의 명확한 구분 기준을 제시하며, 애니멀 호더 성격의 보호소에 대한 조치를 제안했다.
애니멀 호딩 성격의 보호소는 공간과 인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보호동물의 개체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중성화 수술에 소극적이고 중성화 수술이 안 된 암수를 분리하지 않는다. 보호 중인 동물의 수를 밝히는 것을 꺼리며 보호동물을 입양 보내는 것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이다. 자원봉사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거나 방문객에게 동물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보여주기를 꺼리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해당 연구에서는 사설 동물보호소와 애니멀 호더를 명확히 구별하기 위해 기준이 되는 점검표를 제시했다. 아래의 국내 사설 동물보호소 점검표에서 5개 항목 중 3개 이사 항목에서 ‘무’, ‘불가’ 또는 아니오‘라고 답할 경우, 애니멀 호더 의심으로 판정한다.
△국내 사설 동물보호소 점검표에서 제시한 애니멀 호더 구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사설동물보호소 실태 조사 및 관리 방안 마련 연구 최종보고서’ 일부.
그렇다면 애니멀 호더 성격의 보호소는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 위의 기준에 따라 애니멀 호더로 판단되는 보호소는 지자체 사회복지사와 소장을 연결해 소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애니멀 호더의 경우 개들이 누워 자는 곳에서 같이 생활해 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소장의 건강 문제로 갑자기 보호소를 떠나게 되는 경우, 보호 동물들의 관리가 되지 않고 최악의 경우 아사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장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매우 중요하며 다른 동물을 키우는 일이 없도록 예방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애니멀 호더의 치료를 지원하면서 애니멀 호더가 사육한 동물들을 운영이 잘 되고 있는 사설 동물보호소로 흡수시켜야 한다. 이때 보호 동물은 필수적으로 중성화 수술 과정을 거친 후 다른 보호소로 흡수된다.
△서울특별시 X 동물권행동 카라 ‘중성화 지원 사업’. (사진=동물행동권 카라 공식 블로그)
서울특별시 X 동물권행동 카라 ‘중성화 지원 사업’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가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와 손잡고 저소득층과 애니멀 호더를 대상으로 중성화 등 동물의료 서비스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서울에 거주하는 국민 기초생활수급자와 중위소득 60% 이내 소득 가구의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중성화는 원치 않는 번식을 막아주고 각종 생식기 질환을 예방하는 수술로, 중성화 지원을 통해 무책임한 돌봄과 끊임없는 동물 유기의 악순환을 막고자 진행된 사업이다.
중성화 수술과 애니멀 호딩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존재할까. 애니멀 호더의 가장 큰 특징은 보호하는 반려동물의 수가 매우 많고, 열약한 보호 환경에서 최소한의 보살핌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성화 수술은 무분별한 개체 수 번식을 통제해 문제가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카라는 중성화 인식 증진을 위해 버스 영상광고로 사업을 홍보하기도 했다. 홍보 영상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동물과 사람 모두의 괴로움을 재치 있게 그려내 중성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울시의 중성화 지원 사업은 준비되지 않은 돌봄이나 방치를 미연에 막고자 마련됐다. 영상홍보를 통해 중성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끌어올렸다.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 (사진=동물행동권 카라)
동물행동권 카라,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 영화 ‘새를 위하여’ 상영
카라 동물영화제는 동물권에 관심 있는 관객에게 다채로운 주제와 소재로 다가감으로써 새로운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영화제이다. 올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에서 애니멀 호딩을 주제로 한 영화 ‘새를 위하여’가 상영됐다. 이 영화는 리처드 마이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속 캐시 머피라는 여인은 뉴욕 북부에서 200마리 이상의 새들을 키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애니멀 호딩의 문제성을 다루는 것을 넘어, 관객이 애니멀 호더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도록 한다. 영화 ‘새를 위하여’에 대해 권나미 카라 교육아카이브 활동가(이하 권나미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권나미 활동가는 이 영화가가 애니멀 호더, 동물, 주변 가족, 동물 단체 활동가의 입장을 동등하게 다룬 영화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애니멀 호더가 자극적인 소재로 사용되지만, 이 영화는 한 사람을 판단하거나 바꾸려는 것이 아닌 그대로 관찰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권 씨는 “‘새를 위하여’가 미국의 이야기지만, 애니멀 호딩은 국내에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임을 알리고자 상영 영화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일방적으로 애니멀 호더 개인의 잘못으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을 나누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미국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을 모두 구조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이는 지자체와 단체, 시민 모두의 동물을 위험으로부터 구조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애니멀 호딩은 재발률이 높다. 우리나라에도 애니멀 호더가 추후 동물을 돌보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한 실정이다. 권 씨는 “카라는 시민에게 애니멀 호딩을 알릴 프로그램을 지속해나갈 것이며, 애니멀 호더 토론회도 연내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애니멀 호딩 방지를 위한 앞으로의 방향성
우리나라에서의 애니멀 호딩 문제는 그 심각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애니멀 호더가 무엇인지, 브리더나 캣맘, 캣대디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애니멀 호딩 방지를 위해 법적·사회적 제도도 필요하지만, 시민의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우선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애니멀 호딩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의견이 분분하다. 애니멀 호더를 정신병으로 다뤄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명백한 동물 학대이기 때문에 처벌만이 답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떤 특정 주장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 애니멀 호딩을 방지하고자 하는 애정 어린 목소리이다. 우리는 한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애니멀 호딩에 대해 주체적인 사고를 갖고 그에 대한 해결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으로 동물을 사랑한다는 명목하에 이뤄지는 동물 학대인 ‘애니멀 호딩’이 사라지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min503@hankyung.com
[참고자료=농림축산식품부 ‘사설동물보호소 실태 조사 및 관리 방안 마련 연구 최종보고서’, 동물권행동 카라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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