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김선태 직능원 선임연구위원 “특성화고 학과개편은 생존의 문제”

입력 2020-02-24 16:07  


[하이틴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최근 특성화고 학과개편이 활발히 진행되며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학교 B교사는 “신산업 분야로의 학과개편은 신입생 충원에 효과적이지만 졸업하고 취업할 길이 막막하다”고 걱정을 나타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 김선태 선임연구위원에게 현행 학과개편의 우려되는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들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직능원에서 근무하는 김선태 선임연구위원입니다. 지난 25년 동안 직업계고 교육과정 개편과 교과서 개편, NCS(직무능력표준) 개발 등을 담당해왔습니다. 최근 직업계고 홍보와 관련한 업무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특성화고의 잦은 학과개편에 대해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학과개편의 기본 취지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직업계고 학과개편은 산업 수요에 맞는 유망 직종에 맞춰 배워야 할 교육 내용과 시간 등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비유하자면 육상 트랙을 종목에 맞게 변경하는 것이죠. 100m 달리기와 2000m 달리기, 마라톤 등 종목에 따라 달리는 트랙을 다르게 만들듯이 교육과정을 시대에 맞게 바꾸는 일입니다. 특히 산업체가 요구하는 직무 능력을 갖추도록 전공을 변경하게 됩니다.

특성화고 학과개편은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되나요.

학교는 각 시·도교육청의 공고에 따라 학과개편을 신청합니다. 신청에 앞서 직능원에서 사전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사전 컨설팅에서는 학교가 개편을 원하는 전공에 어떤 산업수요가 있고 어디에 취업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학교 시설이 적합한지 가르칠 만한 교원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신청한 이후 승인이 나면 예산을 지원합니다. 1년 정도 설비 구축 및 교육과정 개편, 교원 확보 등 학과개편을 진행하고 그 다음 해에 교육과정을 공개해서 신입생을 선발합니다.

특성화고에서 학과개편이 필요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진학 중심의 일반고에서는 비교적 덜 중요하겠지만 특성화고에서 학과개편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기술과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산업체가 원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편이 꼭 필요합니다. 특성화고의 설립 취지는 첫째도 취업, 둘째도 취업이기 때문입니다. 산업사회에서 새로 등장하는 이슈들을 분석해서 학과를 개편하고 교육과정을 수정해 나갈 때 학교도 살아남고 학생들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학과개편이 도중에 중단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심사 과정에서 유사한 곳이 많거나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탈락하게 됩니다. 심사 결과 신청한 예산보다 적은 예산이 배정되거나 교사들의 업무량 과다로 학교에서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 기업과 달리 학과개편에 필요한 인원을 추가로 선발하기 어려우니까요.

학과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교장선생님의 추진력과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학과개편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과개편에 많은 업무가 뒤따르지만 학과개편을 준비한다고 담당 교사들의 수업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교사들을 독려하고 서로 업무를 조율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장선생님의 리더십입니다.

드론과 AI(인공지능) 등 신산업 관련한 학과개편은 졸업 후 취업처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신산업 분야의 졸업 후 취업처 확보는 직능원에서도 언제나 고민해온 부분 중 하나입니다. 드론, AI산업 등은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직무지만 당장은 직접적으로 연관된 직장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산업분야는 대부분 다양한 기술이 집약돼 있고 다른 분야에서 충분히 응용이 가능하므로 관련된 직종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드론으로 예를 들면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센서나 모터 제어 기술 등에 대해 배우게 되는데 이는 드론이 아닌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되는 기술이므로 관련 직종에 취업이 가능합니다.

신산업 분야에 전문 교사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인 만큼 학생들을 가르칠 만한 교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관련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교원양성프로그램을 실시합니다. 또한 현장 교사들 중 학과가 개편되면서 자신의 전공과목이 사라지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단기연수를 통해서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두 번째 방법입니다. 세 번째는 산업체 현장기술자를 채용하는 길이 있습니다. 특강이나 산학협력교사 등으로 초대합니다. 현업에 계신 분들이기에 저녁 시간이나 일정 시간을 할애해서 특강으로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조리와 미용 등 인기 있는 학과는 포화 상태가 우려됩니다.

학교에서 학과개편을 원한다고 모두 승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전컨설팅 이후에 학과개편을 접수할 수 있고 예산과 관련된 사업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됩니다. 이·미용과 제과·제빵 등 특정 분야에 학과개편이 몰리면 다른 경쟁력 있는 뿌리산업 분야로 유도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용으로 학과개편을 원하는 학교는 헬스 케어나 피부 관리 등 더욱 전문 기술이 필요한 쪽으로 권합니다.

잦은 학과개편이 학과 이름만 바꾸는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학과 이름만 일부 바꾸고 교육과정은 바뀌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학교에서도 그렇게 해서는 제대로 학과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최근에는 학과개편을 하며 산업체의 수요와 트렌드를 제대로 분석해서 면밀하게 교육과정에 적용하는 작업이 병행됩니다.

앞으로 더욱 적극적이고 내실 있는 학과개편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신입생 유치가 어렵고 변화가 필요함에도 학과개편을 하지 않는 학교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교육청에서 더욱 독려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사회에서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공립고등학교 학과개편은 교장의 의지와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혁신 마인드를 함양한 교장을 발령해서 변화를 지원해야 합니다.



2020년에 학과개편과 관련해 어떤 정책적 변화가 있나요.

직능원에서 2019년 학과개편 대상 학교를 선정하는 일까지 담당했고 2020년부터는 직업계고 학과개편은 시·도교육청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교육자치권 확보를 위한 차원입니다. 직업교육 관련해서 시·도교육감에게 권한 이양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아닌 시·도교육청에서 학과개편을 담당하는 것에 대해 어떤 기대와 우려가 있나요.

지역인재 맞춤형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국가 전체 산업에 대한 인력 수요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은 우려가 됩니다. 시·도에서 필요한 인력을 근거로 학과개편을 하지만 취업은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산업단지를 찾아가기도 하니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 전체 산업이나 특정 산업에 대해서는 포화가 심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시·도교육청이 주도하는 학과개편 과정에서 직능원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학과개편에 대한 평가는 시·도교육청에서 진행하기 어렵기에 직능원에서 담당합니다. 교육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이뤄지는지 살펴보고 산업체에 취업한 학생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등에 대해 평가합니다. 전국 통계를 내서 각 시·도교육청에 공지하면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습니다.

시·도교육청이 주도하는 학과개편의 향후 발전 과제는 무엇일까요.

지역별 재구조화 사업은 지역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합니다. 지역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지역 산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시·도교육청별로 중소기업청과 지역 상공회의소, 일자리 센터 등과 협의해 산학 교육과정 운영위원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산업체 현장 교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각 학교별로 산업체 현장 교원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교육청 단위로 산업부문별 현장교사를 확보해 필요한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효율적일 것입니다.

사진=김기남 기자

hy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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