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동아리를 가다]
한양대 창업동아리 ‘인디카튜닝’
자동차 튜닝 3D 시뮬레이션 서비스
앱 업그레이드와 제조 사이에서 고민
자동차용품 600종 보유한 제조사로 성공 피보팅
박수형 대표
1993년생
2020년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졸업 예정
2017년 인디카튜닝 창업동아리 운영
2018년 7월 인디카튜닝 법인 설립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인디카튜닝의 시작은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자동차 튜닝 제품은 시착이 어렵고 탈부착에도 비용이 필요하다는 한계에 집중한 박수형 대표는 3D형식의 튜닝 시뮬레이션 앱을 개발했다. 이 사업으로 총 2회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본격 사업 시작도 전의 일이었다.
이듬해, 박수형 대표는 본격적으로 법인형태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했다. 동아리도 독립해 회사를 꾸릴 수 있게 하는 학교의 창업제도 덕분에 가능했다. 영업과 마케팅 담당 동료도 구했다. 그러면서 총 11번의 수상경력을 갖췄다. 총 수상금액만도 1억 원 초중반에 달한다.
여기에서 박 대표의 고민이 시작됐다. 추가 비용을 투입해 앱을 업그레이드해야 할지, 혹은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 기로에 서게 됐다.
“앱을 업그레이드할 경우,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해 5억~1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땐 회의적이었죠. 앱은 기술력이 웬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는 한 대기업에 금방 장악을 당할 수 있거든요. 대신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제조업을 해보기로 했어요.”
직접 발견한 알고리즘으로 온라인 마케팅비용 0원
현재 인디카튜닝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자동차 기본 소품 및 인테리어 제품 600종을 직접 제조해 판매한다.
“자동차용품 시장에는 강한 브랜드파워를 가진 제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 빈틈을 파고들어 소비자가 가진 의혹이나 의심을 없애고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죠.”
처음에는 누구나 유통 가능하고 조립이 쉬운, 접근성이 좋은 제품들 위주로 제작했다. 그러다 차츰 노하우가 쌓이면서 본격적으로 3D스캐너를 구매해 차량 설계데이터를 직접 추출해 냈다. 덕분에 현재는 제품 전개도와 모델링 자체 제작이 가능해 기획상품이나 신 차종에 맞는 디자인 브랜딩이 가능해졌다.
다음으로는 제품 홍보가 필요했다. 박수형 대표는 동호회부터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소위 ‘자동차 덕후’들이 모인 곳을 수시로 드나들며 이들과 친분을 쌓았다.
온라인 마케팅도 병행해야 했다. 처음에는 포털사이트에 비용을 지불하고 검색 광고를 돌렸다. 그러다 박 대표는 직접 알고리즘을 연구해보기로 했다. 3주 뒤, 대략적인 규칙을 발견한 그는 나름의 전략으로 홈페이지를 상위에 올려놓았다.
영업비용에 사비도 많이 보탰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공장을 노리자고 판단한 박 대표와 팀원들은 인터넷에서 구한 공장 리스트 중 몇 곳에 무작정 SNS로 연락을 취했다. 긍정적인 반응이 오는 곳은 직접 찾아가서 담당자와 함께 술도 마셨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한국 업체 중 하나’로 봤던 현지 공장주들이 점점 제품력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한 업체가 뚫리자, 곧 입소문이 퍼지면서 속속 다른 곳들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다. 이 이력은 다시 국내 B2B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
자동차용품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목표
2017년 동아리로 시작한 인디카튜닝은 창업 지원사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사업 초기 애플리케이션 프로토타입 완성 직후, 전주대학교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얼마 뒤에는 단국대 ‘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대구시 스마트벤처캠퍼스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현재는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단국대 죽전캠퍼스 창업지원공간에 입주해 있다. 박 대표의 모교인 한양대도 동아리창업자금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인디카튜닝의 목표는 ‘자동차 용품 시장의 정보비대칭을 해결’하는 것. 이 목표를 위해, 박수형 대표와 팀원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은 ‘솔직한 가격’이다. 기존 앱 서비스 역시 계속해서 무료로 제공한다.
“전 ‘사람의 힘’을 믿어요. 인디카튜닝의 제품력이 좋으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몰릴 거고, 기존 튜닝 시뮬레이션 앱 이용자도 많겠죠. 온오프라인에서 모은 소비자의 구매데이터는 저희에게 큰 자산이 될 거예요. 자동차용품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기업가 출신 단장과 교수진이 한양대 창업지원단의 큰 자산”
강창규 한양대 창업지원단 교수/한양창업펀드 투자심사역
현재 한양대 창업동아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매년 180개 팀이 운영 중이다. 이중 HVC(한양벤처클럽)라는 10년 전통의 동아리도 있다. 각자의 아이템을 가지고 함께 디벨롭하는 취지로 만든 모임이다.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스터디도 한다. 비슷하게 ‘한양벤처클럽’이라는 동아리 역시 10년 전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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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나
“학기 단위로 창업 활동비를 5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까지 차등 지원한다. 동아리 간의 네트워크 행사 ‘동아리 네트워킹파티’도 있다. 그 외에도 법인설립, 특허출원비용 등을 지원한다. 교내외 교수와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 동문 선배 멘토링도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한양대 창업동아리는 언제 처음 시작했나
“2009년에 글로벌기업가센터를 만들면서 조금씩 생겼다. 그러다 5년 전 정부가 창업지원사업을 육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수가 늘었다. 당시에는 이커머스 쇼핑몰이 많았다면 요새는 빅데이터, AI, 플랫폼비즈니스 등 아이템이 조금 달라졌다. 사회적기업에도 관심이 많다.”
한양대는 창업 동문 네트워킹이 끈끈하다고 들었다
“글로벌 동문 멘토단이 있다. 구글, 우버, 애플 등 실리콘밸리에 있는 선배가 화상이나 대면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올해부터는 아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트렌드’를 화상멘토링 형태의 16주짜리 3학점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상하이와 베트남에도 동문 멘토단이 있어서 올해부터 성적우수자에게 비행기 표와 숙박을 포함해 현지 체험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양대에는 창업기숙사도 있다
“3인 1실로 10개실을 제공한다. 아이템 사업성, 준비도, 팀원 역량 등을 평가해 입주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밤을 새서 창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미나실, 회의실도 있다.”
동아리 참여도는 어떠한가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는 100팀이 넘는다. 대학원생 동아리가 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교수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특허나 연구 성과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학교가 교원창업포럼을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학생 동아리도 나온다. 한국 뷰티아이템을 가져가 파는 중국 유학생도 있고, 한국 의료 관광을 중개하는 카자흐스탄 학생 동아리도 있다. 이 동아리는 법적 문제가 있어서 학교가 직접 국내 병원과의 연계를 중개했고 덕분에 현재는 독립해 법인을 설립했다.”
성과는 어떠한가
“K스타트업 본선 진출 동아리가 많다. 최근에는 정보시스템학과 3명으로 구성된 ‘라이언로켓’이 팁스에 선정됐다. ‘레티널’은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68억 원을 유치했다. ‘인디카튜닝’도 2억 6천만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한양대 창업지원단의 특징이 있다면
“예술대부터 인문사회, 공대가 한 캠퍼스 안에 있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투자자들이 포함된 벤처동문회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학교의 특허도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또 창업지원단이 학사 운영도 함께 하기 때문에 창업휴학 등 학점 지원 등도 수월하다. 무엇보다 한양대는 총장과 이사장진이 창업에 관심이 많다. 한양대가 전통적으로 ‘실용학풍’으로 기업가를 많이 배출하면서 ‘창업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마인드를 가져왔다. 현재 창업지원단 소속 교수가 4명이다. 박사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기업 출신이다. 류창완 단장님 역시 CEO로 코스닥 상장까지 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할 때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외부 네트워크를 지원할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당부의 한 마디
“동아리 자체가 준비하는 과정이다. 아이템이 없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학생의 가장 큰 특권은 생각하고 준비한 것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꼭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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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xi0123@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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