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전문가 황성현 전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창업에 뛰어든 수많은 청년들이 오늘도 생존을 위해 ‘존버’중이다. ‘경험 취득’이라는 감성적 접근을 뛰어 넘어 ‘성공’을 향해 달리는 그들은 오늘을 버텨야 내일을 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에 몰래 땀을 훔친다. ‘스타트업’이 청년을 대변하는 단어가 된 이 시기에 <캠퍼스 잡앤조이>에서는 스타트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PR(Public Relation)과 HR(Human Resources) 전문가를 만나 그들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스타트업이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업무여건이 좋은 것도 아닌데 뭘 보고 오겠어요? 아이템이 좋아 조금만 열심히 하면 대박이 날 수 있다는 희망, 이 아이템으로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기여 부분, 기존에 없던 걸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혁신적 새로움을 나타낼 수 있는 것, 이게 스타트업이죠. 스타트업 대표라면 이러한 부분을 살려 직원들에게, 데려오고 싶은 인재에게 셀링(selling)해야죠. 그게 스타트업 HR의 기본입니다.”
야후코리아, 구글코리아, 카카오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HR전략을 만들어 온 황성현(52) 전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은 자타공인 스타트업 HR전문가로 꼽힌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HR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를 만났다.
△황성현 전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
스타트업이 유독 HR에 취약하다고들 한다. HR전문가로서 어떻게 바라보나
“괜히 취약한 게 아니다. 스타트업 구조상 회사가 어느 정도 커지기 전까지 HR 담당을 채용하기 어렵다. 사람이 없으니 대표가 일당백이 돼야 하지 않나. 대표가 다 해야 하는 구조, 그게 힘든 거다.”
HR 담당자가 없어 힘들다는 게 맞겠다
“물론이다. 창업에 도전했다면 우선 살아남아야 되니까. 처음엔 예산도 많이 없어 필수 기능만 갖춰야 하지 않나.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히 개발·기획·디자인 이 세 가지 이외에 바라본다는 건 사치로 느껴질 것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게 스타트업이다. 살아남는 게 목표인 이들이라···직원들에게 월급만 제때 줘도 다행인 회사들이 많다.”
스타트업은 직원 월급을 밀리지 않고 주는 것만으로도 인사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아니다. 월급 제때 주는 게 인사라고 보긴 어렵다. 제때 4대 보험 가입해주고, 월급 주면 건 서무에 가깝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장기적인 인사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건 PR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장기적인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 왔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는 질문이지만 왜 스타트업이 HR에 취약하다고 보나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개발자나 영업 출신이다 보니 인사관리 업무를 해 본 경험이 없다. 그리고 그들의 백그라운드를 보면 대부분 창업투자자, 대기업, 대학 졸업한 석·박사 출신이더라. 사회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사원, 대리 출신이 많기 때문에 HR 분야의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물론 경험이 있는 대표들도 있지만 그들 대부분이 조직생활을 할 때 인사에 관련된 안 좋았던 기억들이 많다. 그걸 또 본인이 하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배운 적도 없는 것이다. 그게 현실이다. 보통 스타트업 특성상 출발이 5명 미만인데, 뭘 적용시킬지 몰라 당황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스타트업 인사관리 구조가 글로벌 기업의 인사관리, 복지 프로그램 등 소위 ‘좋은 것’만 반영해 놓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것 밖에 방법이 없어서 일 것이다. 조직이 25~30명 정도 되면 인사담당자를 뽑기 마련이다. 기업의 인사담당 업무 80%는 채용이다. 그렇다고 채용담당, 인사담당 두 명을 뽑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보니 한 명을 뽑아 둘 다 해주길 바라는 거다. 문제는 인사를 해봤지만 채용을 모르면 안 된다. 나 같은 사람(전문가)이 스타트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안 맞는 채용이다.”
HR 전문가가 스타트업에 들어가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을 텐데,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뭔가
“나 같은 사람은 경력이 30년 정도 되는데, 실무를 맡을 순 없지 않나. 전략을 짜는 일을 하는데 우아한 그림만으론 스타트업에 맞는 인사를 할 순 없다.”
스타트업의 채용이 다른 기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
“대기업을 예로 들어 보자. 대기업은 기업 브랜드를 내세워 채용공고를 내면 지원자들이 알아서 몰린다. 그 안에서 프로세스대로 기업에 맞는 지원자를 채용하면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럴 여력이 안 된다.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CEO와 CTO, 기획자들이 누군지 보고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키(key)는 이 세 명이 가지고 있다. 그 사람들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계획을 세워 나아가는지가 채용에 매우 중요하다. 사실 스타트업은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비전을 대표가 셀링(selling)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표의 스토리를 팔아서 인재를 끌어오는 곳이 스타트업이다.
그만큼 뛰어다니면서 셀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셀링 포인트가 뭔가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업무여건이 좋은 것도 아닌데 뭘 보고 오느냐는 것이다. 사업 아이템이 좋아 조금만 열심히 하면 금전적으로 대박이 날 수 있다는 희망, 이 아이템으로 긍정적인 사회에 대한 기여 부분, 기존에 없던 걸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혁신적 새로움을 나타낼 수 있는 것, 이게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 대표라면 이러한 부분들을 살려 셀링해야 한다. 당장 오늘을 버티는 데 안간힘을 쓰지만 대표의 미션과 비전은 저 멀리 성공한 뒤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다. 솔직히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나 지원하는 이들은 그 비전을 보고 오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표의 스토리를 팔아서 인재를 끌어오는 곳이 스타트업이다. 그만큼 뛰어다니면서 셀링해야 한다. 그래야만 1차적으로 펀딩이 들어오고 인재가 들어온다. 미션과 비전이 없는 기업에 누가 투자하고, 누가 들어오고 싶겠는가. 성공의 3단계를 그려놓는 것이 우선이다.”
스타트업 대표라면 말씀하신 ‘성공의 3단계 법칙’을 세워놓는 것이 우선이 되겠다
“‘코어서비스 구축’, ‘볼륨 키우기’, ‘새로운 먹거리 창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자 트레이닝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3단계까지 못 간다. 그래서 요즘에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강의를 하고 컨설팅도 하고 있다.”
디캠프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HR살롱 강의를 하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2007년 구글코리아 근무할 당시 리크루트 담당자가 5명 있었다. 당시 미친 듯이 사람을 채용할 때였다. 하루에도 몇 십 명을 채용할 때였으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회사가 계속 성장하면 좋지만 회사라는 게 그렇지 않을 때가 있지 않나. 지금 잘된다고 뽑아 놓고 보면 잘 안될 때도 모두 내가 먹여 살려야 할 직원들인데, 나중에 새로운 먹거리가 없어지면 내 손으로 잘라야 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들더라.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채용담당 후배들에게 인사관리를 가르쳐 보자는 생각에 커리큘럼을 짜기 시작했다. 채용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평가·보상은 어떻게 하는 건지, 입사하고 교육은 어떻게 하고, 퇴사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을 만들어 1년 정도 교육을 했다. 그 이후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직원 정리가 필요했는데, 그때 만들어놓은 그림을 바탕으로 진행하니 훨씬 수월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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