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잡앤조이 1618=정유진 기자] “자기 형처럼 당연히 일반고에 진학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특성화고 입학 설명회를 듣고 와서 이 학교에 진학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는 무척 놀랐습니다” 울산상업고등학교 금융과 3학년 김광현 군의 어머니 오하진 씨(46세)는 아이가 공부에 대해 흥미가 없을지라도 일반고에 입학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오 씨는 “특성화고 입학을 결정한 순간부터 아이의 진로를 지지하고 기다렸다”며 “착실히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를 보며 ‘우리가 원한 학교가 바로 이런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학교에 진학한 후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면서 목표를 세우고 꿈도 많아지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상업고 3학년 김광현 군의 엄마 오하진입니다.
특성화고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광현이가 중학교 때까지 운동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특성화고 입학 설명회를 갔다 와서는 이 학교에 진학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시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학교에 보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직업 계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느낀 특성화고는 어땠나요.
사실 저는 이 학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첫 아이(대학 2 학년생)는 일반고에 진학했기 때문에 둘째 역시 일반고 혹은 체고에 진학하길 바랐습니다. 특성화고에 대한 이미지는 솔직히 부정적이었어요. 일단 학교 자체가 낯설고 소위 ‘노는 학생’, ‘성적부진 학생’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선택하게 되는 학교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주변 지인들 시선이 의식 돼 처음엔 “안 돼”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때 아이가 “일반고에 진학해 의미 없이 공부만 하다 이도 저도 안 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며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설득을 당한 거지요.(웃음)
특성화고에 대해 알아보니 어떠셨나요.
저도 원래는 다른 학부모님과 다를 게 없이 똑같았어요.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서 아무 문제없이 취직 잘하는 게 올바른 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대부분 아이들이 가는 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광현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죠. 3년 동안 그 과정을 지켜보니 제가 세뇌된 것처럼 특성화고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1학년 때부터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고 시키지도 않은 공부를 스스로 하더라고요.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대견스러웠습니다. 물론 어느 학교에서나 공부와는 담쌓은 노는 친구도 있지요. 하지만 특성화고의 대부분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목표를 가지고 컴퓨터 자격증이나 회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 역시 그 교육과정을 통해 공부하고 있고요.
또한 학생 스스로 선생님들 도움을 받아 방과후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특성화고처럼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도록 인재양성을 목표로 가르치는 전문학교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특성화고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볼까요.
제 지인 가운데는 본인의 자녀가 좋은 성적으로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진학하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예 특성화고는 배제하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거죠. 미리부터 사교육을 시켜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 사투 아닌 사투를 벌이죠.
그만큼 특성화고는 노는 친구, 학업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로 더 인식이 되기도 하고요. 또한 고졸자, 대졸자를 차별 하는 사회 인식과 그런 구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취업을 하더라도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또한 요즘은 자녀를 한 두 명만 낳아 기르잖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외동들이 많다 보니 부모가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욕심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특성화고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무엇보다 ‘홍보’가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학부모에게 “특성화고가 어때서요?”라고 물었을 때 이들은 특성화고가 뭘 가르치는 곳인지조차 모릅니다. 특히 요즘 특성화고를 예전 상고, 공고, 여상으로만 인식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관광에서부터 요리, 미용, 간호, 금융, 경영, 세무, 마케팅, 전산, 원예, 전기, 에너지, 만화 애니메이션 등 이렇게 다양한데 말이죠.
좀 더 빠르게 직업적 소양을 길러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이 되도록 가르치는 학교가 특성화고인데도 이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으려는 마인드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특성화고 홍보를 꾸준히 하며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전문인재양성이란 설립취지에 맞게 실제 취업에 이르기까지 책임지는 사회적인 약속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어머니가 생각하는 특성화고의 장·단점을 설명해주세요.
우선 장점은 학생들이 적성에 맞게 직업적 소양을 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이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고 사회생활에 임할수 있습니다. 실무능력을 겸비한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인재 육성 교육기관이죠. 단점은 어른들의 왜곡된 의식과 시선으로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부모에게 특성화고를 추천하는 이유는요.
실제로 1년 전 지인이 자신의 아이에 대해 상담을 해온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특성화고에 진학하면 목표의식도 생기고 원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직과 대학 모두 가능하다고 얘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담임선생님께서도 특성화고를 권유하고 아이도 원했지만 부모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아빠 체면 때문에 특성화고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결국 일반고에 진학했는데요. 지금 그 부모는 제 아이를 보며 부러움 반, 후회 반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특성화고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고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어머니에게 특성화고란.
특성화고인 울산상업고는 ‘제 아들의 두 번째 요람’입 니다. 중학교 때 체육중학교에서 일반중학교로 진로가 변경되면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말썽도 피워 참많이 속상했습니다. 처음에 아이가 상고에 입학했을 때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며 염려스러웠던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제 아들은 지금 울산상고에 다니는 것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목표가 없었는데 선생님들 덕분에 꿈이 생겼고 진로도 정했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들 역시 이 학교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전환점)’라고 말합니다.
어머니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아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즐거워하고 있다면 부모님 들은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교육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사람마다 환경과 타고난 적성이 다른 데 모두가 대학을 목표로 의자 쟁탈전 하느라 지쳐가고 있습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의 일부 선진국들은 어려서부터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교육을 선택하고 정부는 미래 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기르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교육부도 실무능력을 겸비한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특성화고에 대한 열린 교육,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학생을 둔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모두가 바라는 대로 좋은 대학에 갈 수 없고 모두가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공부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의 진로가 걱정이 된다면 특성화고는 꼭 알아보길 권장해 드립니다.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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