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고도희 대학생 기자]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는 한국 아침 드라마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남편은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때마침 가족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이나 식물인간,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지만 주인공은 더 멋진 남자를 만나 시련을 극복하고 악녀와 남편한테 복수를 하는 드라마 패턴이 반복된다. 이처럼 비교육적이고 비윤리적이며 심지어 황당하기까지 한 클리셰 범벅 막장 드라마에서 불륜(간통)은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다.
△눈 밑에 점 하나만 새로 찍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은 주인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설정. (사진출처=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지금까지의 시청자들은 불륜을 다룬 미디어 콘텐츠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불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너무나도 진부한 권선징악형 막장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중년 주부를 타깃으로 한 아침 드라마에서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불륜’은 저녁의 황금시간대 드라마에서 갈수록 보기 힘든 소재가 됐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막장인가, 웰메이드인가
최근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화제다.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후속이자 시청율이 가장 높은 금토 오후 11시에 방영할 정도니, JTBC가 대단히 야심 차게 준비한 드라마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부부의 세계’는 매회가 끝날 때마다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심지어 불륜 드라마 특성상 중장년층 시청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 드라마는 2ㆍ30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기가 뜨겁다.
△대학생 커뮤니티를 점령한 ‘부부의 세계’. (왼)고려대 에브리타임 캡처. (오)단국대 에브리타임 캡처.
사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막장이라 불려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1회에서 6회까지 19금으로 방송된 ‘부부의 세계’는 시청 등급에 걸맞게 강도 높은 불륜과 베드신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상식과 도덕에서 벗어나는 내용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막장스러움’을 덜 느끼고 ‘웰메이드’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부부의 세계’ 흥행 요인을 총 4가지로 분석해봤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메인 포스터. (사진출처=JTBC)
세련된 연출
‘부부의 세계’는 등장인물 각각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두어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이해관계에 따라 상이한 언행을 다각도로 보여줌으로써 인물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했다. 여기에는 모완일 PD 특유의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영상미가 한몫 했다. 또한 출연자들의 명품 연기도 돋보인다. 이미 다른 작품에서 수준급 불륜 연기를 펼친 김희애는 ‘부부의 세계’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상대역 박해준뿐만 아니라 나머지 배우들 모두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호평이 많다.
이 드라마에도 여타의 막장 드라마처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씬이 등장한다. 박인규(이학주 분)가 이태오(박해준 분)의 사주를 받고 지선우(김희애 분)을 위협하는 장면, 이태오가 지선우와 다투다가 과격한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에서의 폭력성은 캐릭터의 성격을 부각하는 하나의 연출적 장치일 뿐, 드라마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다.
△굴욕적이고 자극적이기만 한 연출의 대표 사례. (사진 출처=MBC 드라마 ‘모두 다 김치’)
빠른 전개, 그리고 반전의 연속
거듭되는 반전과 속도감 있는 전개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남편 머플러의 밝은색 머리카락에서 시작된 의심이 시어머니의 병문안으로 해소되는 듯하다가 병원 간호사와의 대화로 증폭되는 등 크고 작은 반전이 이어졌다. 또한 남편의 외도 발각, 상간녀의 임신 등 드라마 초반에 굵직한 사건들이 계속 몰아쳐 지지부진한 전개를 싫어하는 젊은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부부의 세계’를 즐겨보는 김하영(21) 씨는 “평소 전개가 느리고 답답한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드라마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애청자 김강민(21) 씨는 “1시간동안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는 드라마”라며 “이태오와 여다경(한소희 분) 때문에 볼 때마다 매번 짜증이 나면서도 다음 화 내용이 항상 궁금해진다”고 밝혔다.
능력 있는 여성상
여기에 여주인공 지선우 캐릭터도 한 몫했다는 평이다. ‘복수를 위하여 뚜벅뚜벅 나아간다. 난 똑똑하고 현명한 여자다. 남편이 바람났다고 해서 정신이 나가서 울고불고 상대 여자 머리채 잡는 무식한 여자가 되고 싶지 않다. 최대한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내가 가진 것에서 남편만 도려내면 그만이다.’
성공한 커리어우먼 지선우는 재력과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반면 이태오는 미성숙하고 유약하며,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기존의 막장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의 전화위복 계기는 대부분 잘난 남자를 만나는 것인데, 그 기저에는 여전히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한 여성상이 깔려있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는 다르다. 그래서 신선하다. 능력 있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 그리고 이 여성 캐릭터가 앞으로 펼칠 냉정한 복수극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이슈가 되면서 원작 ‘닥터 포스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BBC)
원작과 비교해도 뒤지지않을 전개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020년 4월 21일 기준 전체 16회 중 8회가 방영된 상태인데, 이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원작에 충실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원작과 다르게 끝날 것으로 추정한다.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며 시청하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부부의 세계’는 과연 어떤 행보를 걸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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