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서울문화재단, 예술인 위한 '긴급예술지원 공모 사업' 하지만…예술인들 "관객 없는데 지원사업이 무슨 소용이냐"

입력 2020-05-01 23:29   수정 2020-05-12 11:24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 올 봄, 문화예술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계절과 맞지 않게 긴 겨울잠을 자야했다. ‘문화의 날’, ‘문화 바우처 제도’ 등 국민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해 마련됐던 다양한 사업도 지난 두 달여간 ‘무용지물’ 상태였다. 예술인들은 일자리와 돈 벌 기회를 잃었다. 본업을 뒤로하고 단기아르바이트를 하는 예술인들도 많아졌다. 이에 각 지자체와 재단 등에서는 예술창작활동 시 소요되는 경비와 대관료 등을 지원하는 예술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문제는 실효성이다.

서울문화재단은 긴급 지원 예산으로 60억4000만원을 수립했다. 연극, 아동·청소년극, 무용, 음악 등 분야와 공간기반 기획프로젝트(소극장,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 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 공모’ 등 5가지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지원 금액은 △연극, 아동·청소년극, 무용, 음악, 전통 등 공간기반 기획프로젝트)에 최대 2000만원 이내 △다원, 시각 문학행사에 최대 1500만원 이내다. 여기엔 예술창작활동에 소요되는 인건비성 경비와 대관료가 포함돼 있다.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 지역에선 대구문화재단을 통해 ‘공연업 및 전문예술단체 분야 특별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대구시 소재 전문 예술단체로 최근 2년간 2건 이상의 전문 예술분야 활동실적이 있는 단체, 공연 업종으로 등록된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단체당 100만원을 지급한다. 소상공인 및 생활예술단체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인들은 관객들이 없는데 이 같은 지원 사업이 무슨 소용이냐는 의견이다. 또한 지원 사업 참여 조건을 살펴보면 ‘애매한’ 조건도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공간기반’ 프로젝트를 기획해 제안해야 하며 선정 시 대관료 지원과 예술창작활동에 드는 인건비성 경비만 지원된다. 또 대구문화재단의 경우 소상공인 및 생활예술단체는 비대상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세종시의 경우 지역문화예술인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생계비 지원 사업을 운영했다. 자격 요건에는 △예술활동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며 △소상공인이나 프리랜서 지원 등 타 사업 수급자는 제외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가운데 예술인활동증명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발급되는 서류다. 발급 조건은 최근 3년 동안 전시나 공연에 참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최근 1년간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이 120만원 이상임을 증명해야 한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긴급한 상황인 만큼 이번 예술인 긴급 지원 사업의 경우, 참여신청 자격 조건을 많이 완화했다”며 “문화예술 분야에 따라 예술인활동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들도 있다. 또 5가지의 긴급 지원 사업 중 2가지는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연 및 전시를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로 근처 카페에서 만난 연극배우 김근우(30, 가명) 씨는 깊은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잇따른 공연취소에 생계가 어려워진 김 씨는 현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연장은 물론이고 대학로에 사람이 없다. 휑하니 바람만 분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화재단에서 공연장을 대여해주고 경비를 지원해줘 봐야 무슨 소용이냐. 관객이 없는데 무슨 공연을 올리고 수익을 내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뮤지컬 배우 한상원(32) 씨는 “2월에서 3월 두 달간 극장 측에서 중단한 작품, 소속 극단 자체에서 중단한 작품만 3건”이라며 “코로나19 전에는 수입이 적게라도 있었는데 현재는 0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공연비를 지원해준다면 마다하진 않겠지만, 관객이 없어 어렵다. 공연 수익이 반 토막 나면 누가 책임을 지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러스트레이터 이혜인(35) 씨는 “작품을 전시할 곳들이 사라졌다. 겨울철 비수기도 힘겹게 견뎠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지원 사업은 프로젝트성이 아니면 지원 받기 어려운 것 같다. 나처럼 개인작품으로 크고 작은 전시나 마켓에 출품하는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프로젝트를 만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길거리 마켓, 전시 등 바깥에서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소소한 행사라도 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게는 몇 천 만원에서 많게는 몇 억원의 예술인 지원 공모 소식은 예술인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상황이 회복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예술인들에게 공연기획은 무리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정경모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문화예술인들이 직업인으로서, 노동자로서 인정이 잘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긴급재난지원에서도 소외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존처럼 오프라인 공연이나 전시 등의 방법은 맞지 않다고 본다. 공모사업들도 기존 형식에 맞출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예를 들어 공연을 한다면, 무관중 온라인 상연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이에 따른 준비 자금 등을 문체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사업은 많은 지자체와 기관에서 매년 해오고 있는 사업이다. 이미 수립된 사업의 방향을 갑자기 바꾸기엔 행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문체부의 3차 추경을 통한 지원 계획 등 지원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계획돼 있는 사업방향 안에서 예술인들에게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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