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시작은 대학 동기들과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였어요. 완경까지 40년 이상 매달 생리해야 하는데 정작 여성들에게 주어진 생리용품에 대한 선택지는 많지 않더라고요. 저희 제품을 통해서 좀더 많은 분들이 생리로 인해 일상을 방해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임지원(25) 듀이 대표는 ‘포이컵(다회용 생리컵)’을 들고 “훨씬 라이트하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실제로 만져본 포이컵은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른 생리컵보다 눈에 띄게 얇았다. 길쭉한 컵 형태로 제작된 기존 생리컵의 통념을 깼다. 납작하고 얇은 형태로 제작된 포이컵은 올해 말 출시를 앞둔 듀이의 대표 제품이다. 질 입구를 막아 생리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포궁 경부를 감싸는 방식으로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접목했다. 주머니 부분을 얇게 만들어 질 내 압박감을 줄이고, 삽입·제거시 손가락의 삽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기존 생리컵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또 다른 제품은 탐폰형 생리컵이다. 탐폰 어플리케이터 안에 얇은 일회용 생리컵을 넣은 형태로 제작됐다. 공중 화장실 등 외부환경에서 손가락을 삽입해 생리컵을 교체하는 어려움을 해결했다. 탐폰처럼 어플리케이터를 이용해 생리컵을 밀어 넣으면 바로 삽입되는 직관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듀이가 세계 최초다.
듀이
대표 임지원
설립 2019년 2월
주요 제품군 다회용 생리컵, 탐폰형 일회용 생리컵
이력 성균관대 KINGO 창업경진대회 대상 (2018)
서울시 피칭경진대회 우수상 (서울시장상, 2019)
독일 iENA 국제발명박람회 금상 (2019)
iF 디자인어워드 professional 부문 수상 (2020)
“더 나은 생리를 위해 창업을 마음먹었어요”
임 대표가 생리컵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사용자가 느낀 불편함’이었다. 거의 모든 여성이 매 달 하는 생리임에도 생리용품의 발전은 더뎠다. 가장 보편적인 여성의 생리용품은 탈부착식 생리대다. 하지만 임 대표가 지적한 ‘월경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은 생리대라는 시중 제품에 자신의 몸을 맞추는 것이 힘들다. 장애가 있거나, 직업상의 이유로 화장실에 자주 가지 못하거나, 피부 문제로 생리대를 쓰기 힘든 여성 등이 그랬다. 임 대표는 적어도 생리용품으로 인해 불편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시중에 나온 생리용품들을 사용해보고 불편한 점을 피드백 해주는 ‘생리용품 수다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직도 많은 여성이 어머니의 생리용품과 동일한 것을 그대로 받아 사용하고 있어요. 생리컵이 국내에 들어온 지도 고작 2~3년밖에 안 됐어요. 대부분의 여성이 매달 생리를 하고 있는데 생리용품에 대한 선택지가 좁잖아요. 저희는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어서 제작을 시작하게 됐어요. ‘월경의 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여성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여성 개발자들이 직접 만들어 안심돼요”
듀이의 제품 개발자는 여성이다. 산업디자인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듀이는 실제 시제품을 낼 때마다 직접 인체 테스트를 진행한다. 제작한 시제품에서 생리혈이 새지는 않는지, 탈착이 용이한지, 착용감은 어떤지 등 매번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임 대표는 “우리는 생리 때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개발된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해 매달 생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탐폰형 생리컵
탐폰처럼 피스톤 안에 얇은 일회용 생리컵이 내장돼있다. 삽입을 보조해주는 어플리케이터가 있어서 더욱 위생적으로 착용할 수 있다. 생리컵 삽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초심자에 대한 사용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포이컵
종 모양의 기존 생리컵을 변형시켜 납작하고 얇게 제작됐다. 포궁 경부를 감싸는 형태로 손가락을 깊숙이 넣지 않아도 고리를 잡아 쉽게 빼낼 수 있게 만든 다회용 제품이다. 기존 생리컵은 두께감이 있어 방광이나 요도를 압박해 불편을 주는데 그러한 착용감을 개선했다.
“힘들긴 하지만,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어 힘나요”
듀이는 2019년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해 올해 말 첫 크라우드 펀딩을 앞두고 있다. 의약외품인 생리컵은 식약처 허가를 거쳐야 판매가 가능하다. 포이컵은 제품 제작이 완료됐으며 탐폰형 생리컵은 제품 수정 단계다. 20대 중반인 임 대표는 20대 창업 열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창업을 꼭 20대 때 해야 한다’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경험상 창업을 시작하고 배운 점이 정말 많다는 건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야가 넓어지는 것,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돈 잘 버는 사업체를 꾸리는 것보다도 값진 게 아닐까요.”
임 대표는 “제품이 출시되고 나면 나우시스(Now, sis!)라는 브랜드를 런칭할 예정”이라며 “생리컵으로 시작된 브랜드지만 궁극적으로는 여성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채워나가고 싶다. 힘들 때도 있지만 제품 출시가 기다려진다며 연락을 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힘을 내고 있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subinn@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임지원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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