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주수현 대학생 기자] 5월 21일은 둘(2)이 하나(1)가 되는 부부의 날이다. 부부의 날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2007년 제정됐다. 14번째 부부의 날을 기리며, 20대 대학생들이 새로운 가족 형태로 떠오르는 ‘비혼동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20대 남녀 절반, ‘아마도 결혼할 것 같다’ 답해
비혼동거란, 말 그대로 결혼하지 않고 상대방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5월 7일부터 11일까지 20대 남녀 100명(남:41명/여:59명)을 대상으로 결혼관과 비혼동거에 대해 물은 결과, ‘아마도 결혼할 것 같다(48%)’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어 ‘아마도 결혼하지 않을 것 같다(26%)’, ‘반드시 결혼할 것이다(20%)’, ‘반드시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6%)’ 순이었다.
반드시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들은 모두 여자였다. 이들은 비혼에 대한 이유로 여성이 결혼 후 겪어야 하는 경력단절과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 등을 꼽았다. 응답자 중 한 명은 “우리나라의 결혼 방식은 가족과 가족이 결합된다는 의식이 강하다. 시댁에 얽매이게 되는 남성 중심의 결혼 문화가 싫다”며 “출산을 하게 되면 여성으로서 경력단절과 독박육아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남겼다.
아마도 결혼할 것 같다고 답한 이들 중 여성은 ‘할 사람이 있으면 하겠다’, ‘인연이 없다면 굳이 하고 싶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조건형’ 결혼 계획을 내비쳤다. 남성은 ‘사회풍토상 그래야 할 것 같다’, ‘대를 이어야 한다’ 등 사회적 시선을 고려한 이유를 내놨다.
“결혼은 싫은데, 너랑 있고 싶어”… 애인이 어느 날 비혼동거를 제안했다면
‘내 애인이 비혼주의자라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상관없다(53%)’, ‘싫다(47%)’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내 애인이 비혼동거를 제안한다면?’이라는 질문에는 ‘고민해본다(43%)’가 가장 많았다. 이어 ‘수락하지 않는다(32%)’, ‘수락한다(25%)’ 순이었다.
가장 목소리가 높았던 ‘고민해본다’는 답변엔 ‘상대방의 가치관을 존중하므로 고민해볼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비혼동거를 하고 싶지만, 동거에 대한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고민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상대방의 비혼동거 제안을 수락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남녀 32명은 공통으로 ‘불쾌하다’는 감정을 보였다. 이들은 상대방이 비혼동거를 제안하는 행위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비혼동거를 ‘의무를 회피하는 행위’, ‘그저 결혼하기 싫어 둘러대는 핑계’, ‘책임감 없는 행동’ 등으로 규정했다. 특히 비혼이라는 전제 아래, 결혼하지 않을 사람과 굳이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수락한다고 답변한 남녀 25명은 ‘쉬운 관계 청산이 가능해 결혼보다는 비혼동거를 하고 싶다’, ‘상대방, 그리고 양가 가족들과 법적 절차만 가지지 않았을 뿐 결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테두리에 얽매이지 않으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20대가 생각하는 비혼동거는… ‘그저 동거인일 뿐, 부부는 아냐’ 압도적
20대 남녀는 비혼동거 부부를 어떻게 생각할까. 약 70%가 ‘그들은 그저 동거인일 뿐’이라고 답했다. ‘더 나아가 부부로서 법적 혜택을 받아야 한다(14%)’, ‘가족 및 부부로 인정받아야 한다(13%)’, ‘남이라면 상관없지만 내 주변에 있다면 싫다(4%)’였다.
해당 답변을 선택한 이유를 자유롭게 기재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비혼동거 부부는 위급 상황 시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아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부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 그저 동거인이다’, ‘법적으로는 추상적인 개념’, ‘나는 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다소 부정적인 이유가 드러났다. 한편 ‘본인들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결혼에 대해 한 번 성찰해볼 시기’,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현대의 가족 형태’라는 긍정적 답변도 이어졌다.
“법적 보호자로 인정해야” VS “책임감 없는 행동” 대학생들이 말하는 비혼동거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대체로 비혼동거에 부정적인 대학생 A(남)씨, B(여)씨와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C(남)씨, D(여)씨로부터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래 만난 애인이 비혼동거를 제안한다면 어떨 거 같나.
부정남 A 고민하지 않고 거절할 것 같다. 비혼동거는 일종의 ‘보험’이라는 생각을 한다. 결혼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긍정녀 D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것 같다. 결혼보다는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굳이 결혼을 통해 각자 집안과의 문제를 확장시킬 필요는 없다.
타인의 비혼동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남 C 타인의 일이기 때문에 내가 관여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해 각자가 동의한 부분이라면 응원해줄 것이다.
부정녀 D 누가 나에게 비혼동거를 하자고 하면 ‘나랑 결혼하기 싫은가? 나는 가족들에게 소개해줄 정도의 여자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왜 비혼동거를 하자는 건지 물어보겠지만, 타인이 하겠다고 하면 지지해주고 싶다.
비혼동거 부부도 법적으로 인정받아야 할까.
부정남 A 그럴 수 없다. 결혼으로 인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그들에게 ‘법적 부부’라는 이름을 쥐어주면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부부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다. 이건 모순이다.
긍정녀 D 그렇다. 그들 또한 서로의 파트너이므로 서로의 보호자 역할을 하기 위해선 똑같이 법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동거인도 법적 보호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진선미 의원이 발의를 추진했던 ‘생활동반자법’.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부정남 A 결혼과 동거의 차이가 사라질 수 있어 반대한다. 이 법이 제정된다면 ‘부부’에 대한 개념 자체에 많은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부정녀 B 굳이 결혼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해, 동거인이 법적 보호자가 되어준다면 좋을 것 같아 찬성한다. 심하게 다쳤다거나 안 좋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동거인이 함께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긍정남 C 동거는 관습적이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관습적인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마땅히 변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활동반자법이 이 변화를 증명해주었으면 좋겠다.
긍정녀 D 제정돼야 한다. 동성·이성 커플뿐만 아니라, 동거하는 친구끼리도 법적 보호자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법적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술동의서 등에 서명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기는데,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혼동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정남 A 비혼동거를 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법적으로 이 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책임이 없는 자유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긍정녀 D 비혼동거도 동거의 한 형태다. 남들이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다. 이제는 가족에 있어서 다양한 형태가 존중받아야 한다.
khm@hankyung.com
[사진 제공=주수현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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