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액셀러레이터] 하나은행 오픈 이노베이션 셀 원큐애자일랩 “스타트업 하나를 키우려면 모든 계열사가 필요하죠”

입력 2020-06-04 15:26   수정 2020-06-10 13:29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모든 계열사는 ‘스타트업’을 구심점 삼아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하나은행의 미래금융그룹 미래전략부가 중심이며, 외부 투자전문가로 이뤄진 하나금융그룹의 전문VC ‘하나벤처스’는 스타트업 멘토링을 제공한다. IT계열사이자 전문 액셀러레이터 하나금융TI의 C&D혁신센터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한다.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에 시장 판도의 변화까지 겹치면서 금융그룹들이 스타트업 투자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 이제 은행은 더 이상 홀로 생존할 수 없다. 그동안 금융업과 전혀 무관하게 인식됐던 AI나 5G, 빅데이터는 어느새 꼭 필요한 기술이 됐다. 오히려 이들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은행의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

하나은행 미래금융전략부에 ‘개방형 혁신’을 의미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셀’이 만들어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5월 20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만난 이영주 오픈 이노베이션셀장은 “이제 더 이상 내부 혁신만으로는 외부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스타트업의 혁신기술을 활용해 은행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며 “스타트업도 같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로 오픈 이노베이션셀이 설립됐다”고 말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민첩함’이다. 의사결정과정이 보수적이고 경직돼있기로 유명한 은행의 기존 업무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신속한 판단을 지향한다. 이동이 어려운 ‘부서’ 대신 쉽게 떼어지고 붙는 ‘셀’ 개념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5년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셀에 스타트업 지원팀인 ‘원큐애자일랩(1Q Agile Lab)’이 만들어졌다. 원큐애자일랩은 다시, 유망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Lab팀’과 스타트업 직접투자 및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투자팀’으로 구성돼있는데 인력은 100% 내부에서 끌어 모았다. 랩 구성원 9명은 해외경험자, CPA 보유자, 공대생, 투자전문가 등 이력도 다양하다.



그간 원큐애자일랩을 거쳐간 기업은 모두 76개다. 모집 영역은 크게 기술영역, 라이프, 핀테크다. 연 2회 대략 6개월 단위로 새로운 기수를 선발한다. 졸업개념은 없고 선발된 기수는 언제든 은행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랩에 선정되면 은행의 사무실에 무료로 입주할 수 있다. 

이영주 셀장은 “고객의 예수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은행 본연의 역할이기에 스타트업의 기술이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쉽게 적용할 수 없다”며 “이런 점을 인식하고 위험에 잘 대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협업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만큼, 하나은행을 등에 업고 날개를 단 스타트업도 많다. 그중 AI 금융서비스인 ‘HAI(하이) 뱅킹’ 서비스는 대표적인 원큐애자일랩 공동사업 사례다. 원큐애자일랩 4기 출신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마인즈랩’은 하나은행 AI서비스 개발부서와 함께 대화형 인공지능금융서비스 ‘HAI(하이) 뱅킹’을 함께 개발했다. 이를 계기로 자사 AI 엔진 상용화 레퍼런스를 얻게 된 마인즈랩은, 이를 기반으로 2015년 2억5천만원이었던 매출을 2017년 68억원, 2018년엔 200여억원으로 끌어 올렸다.   

하나은행은 6월 중 원큐애자일랩 10기를 선발한다. 특히 이번에는 서울시와 협업해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나라 과장, 박은실 과장, 이영주 셀장


“국내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가 하나은행 원큐애자일랩의 무기”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미래금융전략부 오픈 이노베이션셀

현재 하나은행 내부에서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나

한나라 과장 원큐애자일랩 설립 후 하나금융그룹 전 계열사와 스타트업들이 여러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다 보니, 협업 부서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자연히 높아졌다. 초기에는 은행이 먼저 사업제휴를 제안했지만 5년 동안 우수한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들이 계속 나오면서 현재는 역으로 계열사에서 먼저 협업을 제안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추천하기도 한다.

하나은행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한다. 스타트업 투자 전략이 있다면

이영주 셀장 하나은행의 스타트업 투자의 본질적 목적은 ‘상생’이다. 은행은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원활한 DT(Digital Transformation)를 달성하고, 스타트업은 이를 레퍼런스로 성장하는 동반성장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에 성장 가능성, 기술 우수성 및 협업 가능성에 높은 비중을 두고 투자한다. 

투자 회수 성과도 있나

이영주 셀장 2016년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했는데, 스타트업의 특성상 회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직 회수 사례가 많지는 않다. 다만 2019년 투자한 부동산 플랫폼사가 2년 만에 동종업계 M&A를 이뤄내 엑시트가 가능했다. 2020년 초에는 보안 기술 스타트업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다만 수익 자체보다는 이와 같은 회수사례들을 통해 새로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동력이 생겼다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Q 애자일 랩은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한나라 과장 현재 하나은행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지원뿐만 아니라 국내 기반 해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인바운드(Global Inbound)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원큐애자일랩 글로벌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액셀러레이터 및 벤처캐피탈, 현지 기관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인바운드·아웃바운드 프로그램,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연계 및 글로벌 투자 연계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최대인 24개국 199개 하나금융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현지에서 주목받는 산업과 유망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원큐애자일랩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한나라 과장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해외 스타트업들의 국내 진출 또한 지원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겠다. 




박은실 과장 금융 엑셀러레이터로서, 변화하는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그룹과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혁신 성장을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다양화 및 지분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혁신 성장을 지원하고, 글로벌 전략 기반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도록 하겠다. 

이영주 셀장 원큐애자일랩의 지원 스타트업의 사업이 잘되고, 하나은행과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재 랩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하나은행을 필요로 하는 모든 스타트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 

하나은행 원큐애자일랩 육성 스타트업 ‘남의집’ 김성용 대표 

“원하는 계열사 어디든 연결… 덕분에 하나은행 지점도 빌렸죠”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모두가 앞다퉈 온라인 생존전략을 세우는 가운데, 하나은행은 플랫폼 스타트업 ‘남의집’과 함께 오프라인 지점에 생기를 불어넣는 ‘컬처뱅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잠실 레이크팰리스점의 한켠에 마련된 화초 가득한 가정집같은 공간이 바로 남의집의 작품이다. 

2019년, ‘시시콜콜한’ 취미를 내 집 거실에서 공유한다는 독특한 모임 플랫폼으로 시작한 남의집은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아침에 힘이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을 중개했다. 사업 콘셉트처럼 정말 ‘시덥지않아’ 보이는 모임들이지만 참여 경쟁률은 만만치 않다. 누적 횟수도 700회에 달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꿋꿋이 자기만의 길을 가던 남의집은 2019년 11월, 하나은행의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 ‘원큐애자일랩’에 선정됐다. 원큐애자일랩은 공모 방식도 아니다. 외려, 내부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사전 심사를 거쳐 먼저 스타트업에 제안한다. 김성용(41) 대표에게도 하나은행은 그렇게 찾아왔다.

2년 전, 카카오에서 카카오 택시 사업개발을 하던 그는 이 업무에서 공유경제의 매력을 발견했다. 곧이어 ‘내가 공유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5년 간 카카오에서 쌓은 경험 그 자체를 나눠보기로 했다. 서울 연희동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던 그는 매주 주말, 집 거실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업화까지 염두에 뒀기에, 고객과도 같은 정말 ‘모르는’ 사람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멘토링이 필요한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이 많은 대외활동 SNS그룹에 글을 올렸다. 예약이나 결제서비스는 네이버의 시스템을 활용했다.



△ 카카오 재직시절의 김성용 대표. 사진=김성용 대표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그저 ‘이 사업이 진짜로 돌아갈지’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글을 올린지 한 시간만에 6명이 신청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1년간의 테스트를 마치고, 카카오를 퇴사한 그는 2019년 4월, 남의집을 정식 법인으로 설립했다. 그 뒤 카카오벤처스에서 3억원의 시드 투자도 받았다. 

취미도 공유하고 참가비도 받고

누군가의 남의집에 가기 위해서는 방문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질문은 직업, 참석동기, 개인 SNS 주소 단 세 개다. 집주인은 이 신청서로 참가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집주인은 입장료도 받는다. 금액 역시 집주인이 직접 정하는데 남의집은 이중 20%를 중개수수료로 가져 간다. 현재 남의집의 평균 입장료는 1인당 4만원, 모임 시간은 3시간, 참여인원은 6명이다. 한달 평균 집주인 수도 50~60명에 달한다. 6개월 전 대비 5배 증가한 수치다. 집주인의 연령대는 평균나이는 30대 후반. 오랫동안 일터에서 지쳐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취미생활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돌파구를 찾는 방식으로 남의집이 활용되고 있다. 



이중 김 대표의 뇌리에 특히 깊이 남은 모임도 있을까. 김 대표는 “아침을 좋아하는 한 집주인이 아침을 함께 나누는 모임을 만든 적이 있는데 경쟁률이 3대 1이나 됐다”며 “오전 9시에 거실에 모여 각자 아침에 무엇을 하는지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이색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한 50대 남성은 직접 DJ가 되어 자신의 집 거실로 낯선 사람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며 설레하던 얼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남의집은 중요한 특징은 후속 모임을 지양한다는 것. 김 대표는 “남의집을 여행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모든 모임은 처음보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을 지향한다. 그래야 이 낯섦을 보장할 수 있고 소위 텃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계열사와 다리 놓아주는 하나은행에 ‘감사’

지난해 하나은행의 ‘원큐애자일랩’에 선정된 남의집은 올 3월, 명동사옥의 12인실도 단독으로 사용하게 됐다. 앞으로 최대 1년 반 동안 이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 계열사와의 파트너십도 김성용 대표가 꼽은 장점.

“보통 지원기업으로 선정이 되도 해당 기업이나 담당자의 입맛에 맞게 사업이 변해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하나은행은 수요조사를 통해 제휴하고 싶은 계열사 선택지를 주고, 선택 후에 사업제휴를 하기까지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죠.”

덕분에 남의집은 현재 서울 잠실레이크팰리스점의 한 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공간은 모임을 열고 싶지만 거실공개가 꺼려지는 집주인을 위해 활용된다. 최근 남의집은 ‘남의집 거실정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이곳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설명회를 2회 열었는데 각 모임에 20여명이 모였다.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집주인들의 취미공간으로 이곳이 채워질 예정이다.



 잠실레이크팰리스점 ‘남의집 거실정원’을 연 김성용 대표. 사진=김성용 대표

하나은행이 선택한 남의집은?

가정집 거실에서 낯선이들과

집주인의 취향을 나누는 

거실 여행 서비스



2019년 하나은행 ‘원큐애자일랩 9기 선발

최근 남의집은 코로나19로 주춤해진 여행업의 대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멀리 못 가는 대신, 남의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불특성 다수가 공공장소에 모이는 모임에 대한 불안함이 커지는 반면, 가정집만큼 방역이 잘된 공간도 없을 뿐더러, 소수가 모이는 남의집에 더 안심하고 놀러오는 효과”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남의집을 ‘세상에 없던 초단기 거실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남의집은 올해 제주도에 특히 집중할 예정이다. 제주 이주자들이 이주경험을 나누는 프로젝트를 열도록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해안가의 재미있는 라이프 스타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여행업체와의 제휴계획은 없는지 묻자 김 대표는 “남의집은 최종목표는 여행사가 되는 것”이라며 “모임을 열면 ‘근처에 맛집은 무엇이 있나’ ‘어떻게 갈 수 있나’ 등의 문의가 많았는데 이게 다 사업 아이템이더라”며 “거실로 여행을 떠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상품을 직접 개발해 종합 여행사가 되는 게 최종 꿈”이라고 말했다. 

호스트는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나에겐 평범한 일상도 다른 누군가에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시시콜콜함에서 특별함을 끄집어내는 게 우려의 역할”이라며 “주저하지 말고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설립연도: 2019년 4월 

주요사업: 모임 중개 플랫폼



성과: 카카오벤처스 3억원 시드투자, 누적 모임 700회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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