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잡앤조이 1618=정유진 기자] 제 딸아이는 중학교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특성화고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중학교 선생님들은 무조건 일반고를 추천해 주셨죠. 아이의 특성화고 진학도 만류했습니다“
대동세무고등학교 3학년 권예지 양의 어머니 채수란 씨(44세)는 당시 진학 상황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채 씨는 “제가 큰 아이를 특성화고에 보내려고 하니 아이의 성적이 아깝다며 중학교 선생님들이 걱정과 우려를 많이 했다”며 “학생들의 성적만으로 학교가 정해지는 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일반고에도 공부에 흥미 없이 그냥 가는 학생들이 있는데 말이죠. 다양한 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모두 일반고에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 역시도 특성화고에 아이를 보낼 때 가족들이 반대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실제로 학교에 와보니 제 아이보다 공부를 훨씬 잘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세무 회계를 배우려면 상당히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해요”라고 설명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가정주부로 슬하에 두 아이(고등학교 3학년, 수도공업고 1학년)를 두고 있습니다.
특성화고를 알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큰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 당시 특성화고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아이가 특성화고에 가길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대동세무고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학교이기에 차근차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변 일반고등학교 자녀를 둔 선배 학부모들의 고충과 일반고의 현실을 보면서 특성화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대동세무고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아이가 가고 싶어 했던 학교입니다. 이 학교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률이 좋으며 대학진학률도 높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동세무고는 다른 특성화고에 비해 성적이 괜찮은 아이들이 많이 오는 학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특성화고 입학에 반대는 없으셨나요.
아이 아빠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저는 처음에 어떤 학교인지 몰라 반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알아본 후 달라졌습니다. 다양한 혜택이 많고 바로 취업할 수 있다는 매력이 상당이 좋았습니다. 지금처럼 취업이 어려운 때에 공기업, 공무원 취업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런 좋은 학교가 있다는 설명에도 시댁 부모님 및 가족들, 친정 식구들이 모두 ‘큰 아이를 특성화고에 보내느냐’며 반대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저 역시 일반고에 이화여대를 나와 모두가 가는 보통의 길로 걸어왔지만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친인척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처음 특성화고 이미지는 어떠셨나요.
특성화고는 일반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 혹은 성적이 떨어지거나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이 많이 가는 학교로 인식했습니다. 또한 주변에서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취업하려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일부 사례에 국한 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학교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면 특성화고 학생들은 학업에 굉장한 열정이 있으며 자격증 취득이나 각종 교내외 대회 활동을 통해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학교를 알아보니 어떤가요.
일반고보다 성적이 높은 아이들도 많이 입학하고 대학 진학도 일반고보다 더 잘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나 경영 등 문과계열에 한정된 것이지만요. 또한 이 학교의 학부모님들 가운데는 세무 분야 등 전문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취업도 대졸자도 힘든 공무원과 공기업에 제법 많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재직 후 3년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면접으로 원하는 대학에 국비로 진학할 수 있는 대입 제도가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진로에 대해 함께 얘기해 보셨는지요.
우선은 수학능력시험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공무원 또는 공기업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아이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대동세무고를 홍보해 주신다면요.
성적이 좋고 학구적인 아이들이 많아 학업 분위기가 좋습니다. 진학과 취업의 두 가지 진로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적고 학우 간 우애도 굉장히 좋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아이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명확해져서 일반고 아이들에 비해 진로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입시 제도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일반고의 입시에 맞춘 의미 없는 교과 과목들을 맹목적으로 배우기보다는 아이가 취업을 하는데 혹은 인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과목들, 대표적으로 회계나 세무 등 실제적인 내용들과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어 만족합니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에 목표가 분명해 집중도도 높습니다. 입시와 취업이 나뉘기 때문에 일반고처럼 대학을 위해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기 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우선이 됩니다.
특성화고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모든 아이들이 하나의 목표인 대학 수능을 향해 달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진로 또는 취업 결과물이 있기에 스트레스를 덜 받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장점을 살려 진로를 일찍 정해 실제적인 학문과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진학, 취업 등 불안정한 시기에 선택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진학과 취업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해 학교에 과부화가 걸린다는 점입니다. 어수선한 정보와 행정으로 버거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힘드셔서 정확한 정보를 놓치기도 합니다. 취업하는 아이들에게는 내신 관리 외에도 필수적인 자격증과 자기소개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등이 필요하고 진학하는 아이들은 모의고사, 심화수업 등이 필요한데요. 선생님들의 역량과 수급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다른 학부모에게 특성화고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자세히 뜯어보아도 일반고 보다는 특성화고입니다. 저는 둘째도 일반고에 보내지 않고 마이스터고인 수도공업고에 보냈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내 아이 1등주의’, ‘사회의 고정관념’으로 결국 자사고 및 일반고로 아이들을 보냅니다. 1~2등급 성적의 아이들만 인정을 받는 학교 분위기와 과도한 학원비로 인해 많이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그런 3년간 노고에 비해 대학진학도 잘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목표도 모호하기에 아이들도 무기력해지는 것 같고요.
이와 반대로 특성화고는 성적 외에도 아이들의 적성에 맞춰 수업이 이뤄지기에 만족도가 높습니다. 고졸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면 진학을 해도 되고 일찍 자립을 원하는 아이들은 취업하고 3년 뒤 원하는 대학에 다닐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업료와 학교 장학금으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고 불필요한 학원비도 없으며 아이들에게 일찍 독립성과 자유를 줄 수 있는 학교입니다. 취업 시 특성화고 아이들끼리만 경쟁해서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도 큰 특혜입니다. 아이가 취업을 할 경우 부모는 노후자금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웃음)
△사진=김기남 기자
어머니에게 특성화고란?
특성화고는 새로운 세계입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기술과 자유와 자립 능력을 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때만 해도 대학에 잘 가는 것이 취업과 성공이 보장되고 인정받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성적에 맞춰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도 적성에 안 맞아서 혹은 학자금 대출에 힘들어하는 게 현실입니다. 특성화고는 가령 아이가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되지 않더라도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2학년 때부터 진학반과 취업반을 나누어 진행했으면 합니다. 취업반은 수많은 자격증과 NCS, 자소서 등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는 그에 맞는 학업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격증 시험 일정을 아이들에게 상기시키고 체크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NCS경시대회를 열어서 NCS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의 노하우와 공부 방법을 멘토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전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남편이 대기업을 다니다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학벌보다는 남들이 갖지 못한 고급 기술 및 경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그 동안 저는 학벌 엘리트 사상에 젖어 있어서 아이들을 많이 채찍질하고 살았는데 그게 다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이 힘든 세상에서 공부만 많이 한 아이가 아니라 전문기술을 갖춘 지혜로운 아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교육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특성화고는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미달 사태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특성화고에 진학해서 자신의 길을 빨리 찾아 사회 구성원이 되는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고 특성화고에 대한 정책들을 널리 알려주길 바랍니다.
재직자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전형제도를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재직자 전형이야 말로 성적이 아닌 적성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고 전액 무료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무원과 공기업 고졸 취업도 늘려 주길 바랍니다. 이는 수많은 특성화고가 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대학을 잘 가야 하는 이유는 취업 때문이 아닐까요?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세요. 저는 아이의 숨통을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특성화에 보내고 싶어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고정관념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못 보내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막연하게 ‘우리 아이가 좋은 일반고에 가면 잘 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3년 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좌절하는 아이를 생각해 보세요. 뚜렷한 목적이 있는 특성화고에 보내시길 권합니다.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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