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등교 수업이 늦어지면서 신일비즈니스고 또래 상담 동아리 신비공감은 6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위클래스(학교 상담실)에서 첫 정규 모임을 가졌다. 등교일이 학년마다 달라서 3학년과 신입생만 모인 자리여서인지 처음 대면한 선후배 사이에 약간의 어색함과 반가움이 어우러졌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신비공감 동아리는 상담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고 학교생활을 하며 또래 상담을 실천하는 동아리다.
△사진=이승재 기자
신비공감 동아리 현황
개설 2016년
인원 1학년 3명 2학년 3명 3학년 7명
신비공감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지윤(3학년) 신비공감은 학교생활을 비롯한 여러 일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또래 상담동아리입니다.
박혜수(3학년, 회장) 신비공감이라는 이름은 신일비즈니스고의 줄임말인 ‘신비’와 상담의 기본이 되는 ‘공감’을 합쳐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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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상담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윤 상담 교육을 받고 주변에 도움이 필요하거나 힘들어하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조언해주거나 위로해주는 활동입니다.
문성준(3학년) 상담 선생님에게 면담을 하는 것과 달리 같은 나이 또래나 친근한 선후배 사이에서 더욱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상담 관련한 교육을 받으며 기억에 남는 상담 기법이 있나요.
이희선(3학년) 고민을 듣고 말로 리액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고민에 대해 아이콘택트와 같은 비언어적인 표현으로도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이승찬(3학년) ‘잠깐 하나둘셋’이라는 감정 컨트롤 방법을 배웠어요. 화가 나거나 울컥할 때 하나, 둘, 셋을 세며 감정을 추스르는 방법인데요. 상담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할 때도 감정컨트롤을 못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혜수 ‘원무지계’라는 상담 교육이 마음에 남아요. 다 같이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원하는 게 뭐니?”, “무엇을 해볼까?”,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계획을 세워보자”라는 질문을 통해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방법입니다.
실제 상담 활동으로 고민을 해결해준 사례가 있나요.
지윤 가정사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 공감을 잘 해주고 위로를 해주다 보니 친구가 저를 믿고 의지하게 됐습니다.
희선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부모님 때문에 괴로워했어요. 친구 부모님께서 소위 말하는 ‘헬리콥터 부모(자녀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간섭하는 부모)’라서 과잉보호를 받고 있었거든요. 친구조차 마음대로 사귀지 못한다는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심스럽게 공감을 해주니 친구가 매우 고마워했습니다.
또래 상담 외의 신비공감 활동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지윤 아침 등교 시간에 아침 식사를 주는 신비밥차 활동에 참여했어요.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오는 학생들에게만 아침밥을 제공한다고 공지하고 컵밥과 음료 등을 나눠주는 행사입니다. 친구들도 고마워하고 미리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오는 효과도 있어서 보람 있었습니다.
혜수 ‘느린 우체통’이라는 마음 전달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평소 친구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 있거나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 몇 달 후에 전달해주는 행사입니다. 보통 누군지 알려주지 않고 인형을 함께 건네주는데 대부분 누군지 알고 감동하죠. 친구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나 선생님에게도 보낼 수 있어 전교생이 거의 모두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어요.
희선 작년에 선배들과 역할을 나눠 진행했던 멘토-멘티 활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선배와 후배가 학교생활뿐 아니라 이성 문제와 가족 문제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활동입니다. 선배들과 많이 어색했는데 친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느린 우체통 행사를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성준 편지를 전달하다보면 반응이 다양합니다. 한 번은 전달한 편지 내용이 싸운 친구에게 화해를 청하는 편지였나 봐요. 전달받은 학생이 마음이 울컥했는지 편지를 준 학생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승찬 12월이었는데 선물 느낌이 나도록 머리띠로 루돌프 분장을 하고 편지를 전달하러 다녔어요. 편지를 전달받는 친구들이 웃어주고 재미있다는 반응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사진=이승재 기자
동아리 차원에서 축제 때는 어떤 행사에 참여하나요.
혜수 매년 다른 아이디어로 축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작년 축제 때는 걱정인형을 만드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한 친구들에게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일들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인형입니다.
희선 인형마다 디자인이 달라서 색칠하면 자신만의 인형이 됩니다. 축제 때 인형 만들기를 500원에 체험하게 했습니다. 이때 나온 수익금은 학교에서 모두 모아서 한 번에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비공감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성준 1학년 때부터 상담실에 자주 놀러 왔는데 2학년 동아리 선택할 때 선생님이 저를 추천해주셔서 참여했습니다.
승찬 신비공감이라는 동아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봉사활동 시간을 준다는 이야기에 혹해서 더 알아보고 가입했습니다.
지윤 중학교 때도 상담 동아리를 했는데 활동도 비슷하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서 고등학교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아리에 참가하며 생긴 긍정적인 변화가 있나요.
승찬 친구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하고 친해지는 데 있어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희선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좋아하는 것도 없고 특별히 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심리상담사를 목표로 공부하며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꿈을 찾게 됐죠.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동아리 활동이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혜수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돕고 힘들 때 곁에 주는 것을 미리 배우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
성준 마케팅디자인과 학생으로 웹툰작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웹툰도 결국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수단이므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승찬 앞으로 무역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거래처와 소통할 때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사장이 된다면 직원들을 고용했을 때 적극적으로 고민 상담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아리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혜수 축제 때 아이디어를 기획해야하는데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힘이 들었어요. 다들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아서 속상했습니다.
희선 처음에는 선배와의 관계나 친구들과도 어색함을 느껴 어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작년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많이 친해졌습니다. 올해도 새로 들어올 후배들을 포함해 함께 친해지고 싶어요.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요.
혜수 친구들과 얘기하며 잘 공감해주면 ‘네 덕분에 생각 정리 잘했어’라며 고마워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지윤 공들여 준비했던 행사를 계획대로 무사히 마무리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올해 동아리 활동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혜수 코로나19 때문에 기존에 진행하던 행사가 많이 미뤄졌습니다. 일단 선후배 사이에 친해지고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진행하려 합니다.
승찬 작년에는 아이디어를 많이 못 내서 아쉬웠습니다. 올해는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좀 더 적극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임하겠습니다.
지윤 부원들끼리 동아리 활동 시간에는 스스럼없이 말도 하고 친한데 학교 생활하면서는 어색한 면이 있어요. 동아리 선후배, 동기간에 좀 더 가깝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김숙희 신비공감 지도교사
“상담실 문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신비공감은 신일비즈니스고 상담실 위클래스에 소속된 정규 동아리다. 신비공감 소속 동아리원들은 동아리 활동 시간을 활용해 상담 관련한 기본 교육 및 심화 교육을 각각 12시간씩 듣고 평소 학교 생활을 하며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또래 상담을 실천한다. 2016년 개설 이래 작년까지는 2학년 학생과 3학년 학생만 선발해서 활동해왔지만 올해는 1학년 학생들을 신입 부원으로 선발해 모든 학년을 아우르는 동아리로 거듭났다.
동아리 지도를 맡은 김숙희 상담교사는 “상담이라는 단어가 양면이 있어서 정말 고민 있는 학생들은 상담실에 잘 찾아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비공감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의 고민을 경청해주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상담실에 방문할 것을 권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아무리 사소한 고민이라도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상담실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hy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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