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우울함 느끼는 이유 1위는? 의학콘텐츠 ‘닥터프렌즈’가 말하는 우울증 극복법

입력 2020-07-24 01:46   수정 2020-07-29 11:27


[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김유진 대학생 기자] 6월 정신건강 질환을 앓아온 20대가 자가격리 중 불안증세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코로나블루의 여파에 사람들의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더 증폭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우울증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대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구독자 64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극복 방법 등을 들었다.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운영하는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맨 왼쪽).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운데), 우창윤 내과 전문의(맨 오른쪽)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자존감, 취업 스트레스의 카테고리로 나눠 구글 설문지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45%가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 우울감 등을 느끼는 정도가 심하다고 답했다. 우울함을 느끼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진로고민(52.5%)’, ‘취업불안(50%)’ ‘인간관계(42.5%)’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막막함(37.5%)’도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학년에 따라서 우울함의 확연히 다르다는 특징도 있었다. 먼저 저학년들의 경우 우울함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 ‘인간관계’를 많이 선택했다. 고학년들의 경우 ‘취업불안’과 ‘진로고민’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진로고민’이 52.5%으로 대학생들이 우울함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됐다. 

다음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로는 ‘인간관계(30%)’가 가장 많았고 ‘외모(17.5%)’, ‘스펙(17.5%)’ 또한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자의 대부분(92.3%)이 SNS를 하고 있으며 그 중 40%가 SNS 방문 빈도수에 대해 빈도수가 매우 높다고 답했다. SNS를 하는 이유로는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45.9%)’과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37.8%)’이였다. 

취업스트레스 카테고리에서는 설문조사자의 60%가 취업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라 답했고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진로에 대한 불명확함(73%)’, ‘스펙이 부족함을 느낄 때(45.9%)’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할 때(37.8%)’, ‘방학 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생길 때(37.8%)’ 의 경우도 뒤를 이었다. 취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했던 일로는 자기계발에 더 힘쓴다는 답변이 60%로 건강한 방식으로 취업 스트레스를 해소 중인 대학생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오진승 정신의학과 전문의·닥터프렌즈 유튜브 채널 운영자

“‘here and now,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 건강한 삶…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 필요”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원래 의학 유튜브 채널이 많지 않았다. 기존에 활동하시는 분들이 다루는 내용은 다소 딱딱하고 어려웠다. 병원, 의사라고 하면 무섭고 멀게 느껴지지 않나. 대중에게 의학과 건강상식에 관해서 잘 알려보자는 취지로 친구 셋이서 닥터프렌즈를 만들게 됐다. 처음에 큰 꿈을 가지고 했다기보다는 재밌게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채널 운영 후 변화한 점은 무엇인지

“유튜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구독자분들께서 악플없이 젠틀하시고 댓글을 통해서 아이디어도 주시고,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분도 계신다. 구독자분들 자체가 저희 채널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기존의 콘텐츠를 구독자분들께서 역주행 시켜주시기도 한다.”   

채널 운영 중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참고 할 만한 콘텐츠가 없어서 어려웠다. 우리가 처음 전문의들이 모여 만드는 의학콘텐츠를 시작한 것이다. 의학이라는 것이 사실 되게 딱딱한데 어떻게 이걸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보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롤모델이 있어서 따라가기 보다는 정체기가 생기더라도 무언가 만들어가는 크리에이터의 마음가짐으로 더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다양한 영상들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영혼수선공’,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방송프로그램으로 인해 닥터프렌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인터뷰 같은 경우도 유튜브를 안 했으면 할 일이 없었을 거다.(웃음) 닥터프렌즈 덕분에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직업에 방해가 되기보다 오히려 자극도 되는 것 같다. 바깥 활동을 하면서 내 직업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했다.”

인형 트라우마 치료 게임을 리뷰한 영상이 인기였다. 거기서 나온 인지행동치료’에 관해 설명해 달라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부정적으로 인지가 왜곡이 되는 경우가 있다. 현실과 달리 지금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 파악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것인데 이것이 바뀌기가 쉽지 않다. CBT라는 인지행동치료는 인지를 변화시키고 지금의 생각들이 과장됐고 부정적이라는 것을 파악하면서 행동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이다.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전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치료 방법 중 하나다.”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영상 캡쳐본. 인형 트라우마 치료 게임인 ‘봉제인형 정신병원’을 리뷰하는 모습이다.







우울증 약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에 대해 얘기해본다면

“많은 분들이 정신과 약을 먹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보니 약에 의존한다고 생각하시는데 고혈압이나 당뇨에 걸려서 약을 먹는 것을 의존한다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는 것처럼 우울증도 치료가 필요하다. 정신과도 똑같이 생각하시면 좋겠다. 기본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당연히 약을 드시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이나 불안을 떨치기 위해 평상시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수천 개의 논문들에서 입증이 된 것은 바로 주5회 이상, 30분 이상 살짝 땀날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다. 한 번의 강렬한 운동보다는 꾸준하게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최근 코로나19 자가 격리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설문조사 참여자의 32%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우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은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지금 상황에서 우울함은 당연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2월부터 이어진 상황이라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지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있고, 무급휴직의 경우도 생기고 회사도 어려워지는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에서 답답함과 우울함, 불안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려야 한다. 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서 나의 감정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의 감정이 지금 어떤지 입 밖으로 꺼내서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존감도 당연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통제력을 자신이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의 경우 지나친 정보는 더 큰 불안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동안 영향을 많이 받는 분이라면 뉴스나 SNS를 멀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정신의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업무의 장점과 단점은

“아직까지 정신의학과 선택에 대해서 후회한 적이 없다.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듣는 연습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환자한테 배우는 점이 생기기도 한다. 힘든 것을 극복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내가 저 상황에 처해있다면 많이 힘들텐데 절망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배운다. 또 어떤 사람의 말 때문에 상처받고 온 환자를 보면서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저렇게 상처를 준 적이 있지 않을까 싶어 조심하게 된다. 환자들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돌이켜보는 계기가 된다.” 

병원에 찾아온 환자들 중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물론 치료 후 좋아진 많은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방 안에만 있던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서 본인이 용기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직장을 다니시며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면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평소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지

“아예 병원일, 환자 일을 되도록 생각하지 않는다. 퇴근 후의 삶을 찾아 환기하고 다음날 출근해야 환자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병원 생각을 하지 않고 운동을 한다든가 친구들을 만나거나 유튜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들의 우울함과 취업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진로와 관련된 고민이었다.



대학생 대상으로 우울증, 자존감, 취업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우울함의 이유로 ‘진로고민’, 취업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으로는 ‘진로에 대한 불명확함’을 꼽았다. 실제로 상담 시 진로와 취업에 대한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궁금하다. 원인과 극복방안은

“워낙 정보가 많은 시대라 다양한 선택지를 부딪혀보기보다는 불안한 마음에 정보를 찾아보고 여러 명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진로를 결정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취업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 언택트 시대가 와서 뜨는 업종, 지는 업종이 생기지 않았느냐. 내가 대학생이라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고민은 당연히 해야 하겠지만 고민을 할수록 불안함만 증폭된다. 그래서 고민하는 시간에 대한 데드라인을 정하는 것을 추천해드린다.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액션을 취하는 시간을 좀 더 빨리 가져야 한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







대학생들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 있어 인간관계와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강하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존감에 대한 실제 뜻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인간관계와 외모는 타인의 잣대나 평가에 관한 것이지만 자존감이란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러니깐 자기 자신을 보는 생각이다. 타인이 나를 존중하는지와 같이 시선이 타인에게 맞춰져 있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요즘은 워낙 SNS도 발달했고 뉴미디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곤 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내 인생에 대해 독립적으로 주도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성취가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취미와 여가를 찾아보고 넷플릭스, 낮잠과 같은 수동적 휴식이 아닌 계획적이고 주도적인, 능동적 휴식이 필요하다.”




2030세대 독자들에게 응원 한마디를 한다면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너무 많이 희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신과에서 중요한 말 중에 ‘지금 여기’, ‘here and now 라고 하는데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건강한 삶인 것 같다. 물론 미래의 어떤 것을 위해 성실하게 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성공하기 위해서, 스펙을 쌓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정작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한지에 대한 고민을 못하시는 것 같다. 뭘 하면 행복하고 누구랑 같이 있으면 행복한지에 대해, 자신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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