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보드마커’로 글로벌 시장 진출 초읽기
[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대부분의 보드마커는 가루형태라 쓰고 지울 때 가루가 많이 날리는데, 저희 ‘BOA보드마커’는 젤 타입으로 돼 있어 공중에 날리지 않고 깨끗하게 지워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김성은 제이케이테크 대표.
제이케이테크
설립일 2016년 2월
주요 사업 BOA보드마커·화이트보드(아키) 제작
성과 Bi-silque 및 shachihata 공급계약 체결
제이케이테크(JKTech)는 화이트 보드마커와 화이트보드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으로 2016년 설립됐다. 김성은 대표는 기존 제품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보드마커의 브랜드 정체성을 ‘VISCOM(Visual+Communication)’사업으로 설정했다. 이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 기업을 만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VISCOM 사업의 첫 번째 아이템은 소통의 도구로 주변에 흔하게 사용하는 ‘화이트보드마커’ 마킹도구입니다. 마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인데, 그동안 불편한 문제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그냥 지나쳤어요. 예를 들어, 잘 지워지지 않는다거나, 보드판이 착색돼 지저분해지고 지울 때 가루가 날리는 등등의 불편한 부분이 있었던 거죠. 저희는 소비자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보드마커 시장 판도 바꾸는 ‘BOA보드마커’ 개발
김성은 대표는 보드마커를 개발할 당시 기존 유통되는 마커를 모두 구입해 성분을 확인해봤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제품이 1960년대 개발된 잉크를 현재까지 사용 중이었다. 세계 1,2위 기업에서 제작하는 보드마커 제품이 10년,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왜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연구에 돌입한 김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녹여 전자케미컬 및 소재분야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잉크 개발에 성공했다. 제이케이테크에서 개발한 'BOA(Amazing On Board)‘보드마커는 문구용 잉크와는 달리 입자 하나하나가 이어져 있어 지울 때 가루가 날리거나 손에 묻지 않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깨끗하게 지워져 보드판 착색이 되지 않는다.
“처음 시장조사를 할 때 주변에서 보드판에 마커를 쓰면 잘 안 지워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의아했어요. 그래서 제품마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니 세상 어디에도 잘 지워지는 제품은 없다는 걸 알게 됐죠. 그동안 연구했던 전자소재분야 기술로 접근하면 가능해 보였어요. 제품 개발에만 총 2년 반이 걸렸어요. 연구소를 전전하면서 제품 테스트 할 때 힘들었지만 성공하고 나선 뿌듯했죠.”
2017년 김 대표는 BOA 보드마커를 해외시장에 내놓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해외기업에서도 러브콜이 올 정도였다. 글로벌 화이트보드 제조기업인 포르투칼의 ‘Bi-Silque'에서 2년 간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 및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일본, 베트남, 아프리카 등에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악재도 있었다. 올 초 전 세계를 뒤엎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피해갈 순 없었다.
“작년 9월부터 연락한 해외기업과 올 1월에 수출하기로 계약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연기가 된 상황이에요. 수출 전 해외업체에서 실사를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중단된 상태고요. 하지만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대기업 10년 노하우 창업에 올인
김 대표는 한화에서 전자소재부품 R&D와 신사업 분야에서 10여 년 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2010년 터치 패널 글라스를 개발하는 회사를 창업했다. 첫 창업이었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당시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글라스 수요가 급증했다. 국내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고 생산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결국 자금이 문제였어요. 계약을 맺고 생산을 해야 하는데, 자금여력이 안 됐죠. 두 달 정도 납품을 하다가 도저히 안 돼 접었어요. 창업에 실패하고 나서 굉장히 큰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현실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시장 분위기는 아주 터프했어요. 무엇보다 자금이 여의치 않다보니 버틸 재간이 없었죠.”
창업 실패 이후 김 대표가 다시 만난 창업 아이템이 보드마커였다. 두 번째 창업 이후 똑같은 실패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제품 개발은 물론 투자에도 집중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녹록치 않았다. 보드마커 시장 규모가 워낙 작은 이유도 있었다.
“또 돈 때문에 그만둘 순 없었어요. 그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죠. 벤처캐피탈에선 저희 아이템을 보곤 ‘이게 돈이 될까’라는 반응이더라고요. 우연히 지인이 크라우드 펀딩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그게 뭔지 몰랐는데,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펀딩을 진행했어요. 목표 금액이 4억 원이었는데, 80%인 3억 4천만 원을 달성했어요. 성공이었죠.”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으로 사업의 물꼬를 튼 김 대표는 15억 원을 추가 투자 받았다. 올 7월 보드마커에 이어 화이트 보드판 ‘아키(ARCHYI)’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화이트보드도 가구’라는 콘셉트로 제이케이테크의 두 번째 'VISCOM' 사업 아이템이다. ‘아키’는 세계 최초 초강막 글라스로 제작된 화이트보드로 제이케이테크의 기술력과 Bi-Silque의 생산력을 합작해 제작했다. 여기에 김 대표는 세 번째 'VISCOM' 사업 아이템으로 PDLC를 응용한 투명디스플레이를 자체 개발 중이다. 이 제품은 화이트보드와 빔프로젝터로 활용 가능한 신개념 제품으로 퀄리티는 높이고, 가격은 낮췄다.
“이 제품은 화이트보드는 물론 빔프로젝트의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보드입니다. 얼마 전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형 뉴딜 정책에 발맞춰 스마트스쿨에 맞는 최적의 제품이죠. 저희의 강점은 누구나 마음껏 마킹하며 놀 수 있는 도구와 보드 그리고 영상까지 결합한 디스플레이를 제작한다는 점이죠. 시작은 작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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