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메카인 신발산업, 디자인진흥원이 다시 살립니다” 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장

입력 2020-08-06 18:58  


-부임 후 13년 간 숙원 과제였던 ‘센터’에서 ‘진흥원’으로 명칭 변경 




-부산 소재 여러 공사, 공단, 출자출연기관 중 가장 우수한 평가 2년 연속 달성




-'평화 브랜드' 제작으로 제2의 부산의 신발산업 전성기 기대

[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BTS, 기생충, K방역···. 모두 대한민국에서 나온 자랑스러운 결과물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부산 역시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 원동력이 바로 신발에 있어요. 신발 제조 산업은 전 세계에서 부산이 최곱니다. 과거에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장. 

부산과 신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70년대 부산은 신발 산업의 부흥기를 맞으면서 80년대 후반까지 전성기를 이어왔다. 부산은 당시 40억 달러 수출 달성, 세계 최대 운동화 생산 도시로 급부상했지만 그 명성이 오래가진 못했다. 1990년대 초 생산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신발 기업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장은 “그동안 부산의 신발산업을 살리기 위해 여러 노력들이 있었지만 잘 되진 않았다”며 “앞으로 부산을 살릴 수 있는 산업은 신발이다. 부산의 신발 제조기업의 자생력 향상과 디자인 및 기술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부산의 새로운 도약 기반으로 신발 산업의 부활을 준비 중이다. 세계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부산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디자인’과 ‘마케팅’ 두 가지를 꼽은 강경태 원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 2월 진흥원이 부산시 일자리 통합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최우수 성과를 달성했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 정부정책의 가장 큰 화두가 일자리 창출인 만큼 부산시나 부산디자인진흥원 역시 창업기업 지원이나 사회적 기업 등 여러 분야의 예비 창업자 양성, 전문인력 양성,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추진에 매진해 왔었습니다. 지원하면서 2년 간 성과 추적관리 등 디테일에 집중하다보니 이러한 성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부산 소재 여러 공사, 공단, 출자출연기관 중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2년 연속으로 받는다는 것은 기관 규모의 크기를 떠나 기본기는 제대로 갖춰진 조직이라 판단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부임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부임하고 한 달 동안 각 부서 팀장과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니, 기관 명칭 개정이 급선무라 판단했습니다. 센터라는 명칭이 주는 위상이 그리 높지 못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13년간의 숙원 과제인 명칭을 ‘센터’에서 ‘진흥원’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우리 진흥원의 홍보가 필요해 보이더군요. 그래서 부산의 16개 구의 구청장을 비롯해 지역 언론사, 시민단체, 교육계 등을 일일이 찾아가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렸지요.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부임 후 첫 도전한 ‘권역형 창업도약 디자인거점센터 운영사업’입니다. 3년 간 2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창업 지원 사업인데, 실무진들의 노력과 열정이 잘 반영된 사업이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진흥원이 2019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교류사무소를 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엔 내수시장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디자인전문기업들의 애로를 듣다가 국내가 어려우면 해외로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우리 지역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해외시장 진출 지원 프로그램은 일회성으로 여러 번 시도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지원이나 해외 영업상황에 대한 관리가 어려웠어요. 그렇다보니 그 한계가 반복적으로 있었을 수밖에 없었고요. 역발상으로 해외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할 기반을 갖추는 데 주력했습니다.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가를 잘 알기에 그 애로를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해 베트남 하노이에 교류사무소를 열었지요.” 

최근 진흥원이 창업기업 지원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창업기업 지원 시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창업기업은 열정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큰 반면 스스로 가진 것과 도전할 것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지요. ‘지피지기’라야 이길 수 있을 텐데, 정부지원을 받으려는 욕심이 앞서다 보면 청사진만 남발하고 그에 따른 충실한 기업경영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죠. 오죽하면 창업 후 3년을 죽음의 계곡이라 하겠습니까. 창업기업 지원 시 시장전문가와의 연계에는 멘토링, 코칭, 컨설팅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이를 해당 기업의 필요사안에 적정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존 기업에는 있는 시스템이 창업기업에는 없다는 점이 취약점입니다. 그래서 진흥원이 지향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그 대안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많은 창업기업이 나오고 있지만 성공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수많은 창업가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창업기업은 보유기술이나 특허, 시제품 등에 필요 이상의 애착과 기대를 가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반영된 제품이면 뭐합니까. 시장에서 소비자가 외면하면 끝이지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기획과 소비자 만족도를 고려한 디자인 주도 제품설계, 고객의 소비취향을 리드할 수 있는 마케팅 등에 집중하는 창업기업이 살아남는 사례를 많이 봐왔습니다. 유니콘으로 성장, 상장하는 사례를 찾아보면 예외가 없습니다.” 



원장님께선 부산의 신발 산업을 부활시키는데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으신가요

“한국의 신발산업, 특히 부산의 스포츠화는 그 기술의 숙련도에 있어 세계 톱클래스 수준인데 반해, 생산기반은 저임금 국가에 다 내 준 상황이지요. 더군다나 신발 디자인은 미국이나 유럽에 절대 열세라고들 합니다. 이걸 다시 끌어올려야 합니다. 전국의 신발 제조기업 절반이 부산에 있습니다. 부산의 탄탄한 제조기업과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국내 슈즈 디자이너와 BTS처럼 글로벌 스타를 키운 마케팅 전문가들이 부산과 힘을 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부산 신발 산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부산이 전국 신발산업의 44.7%(198개사)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신발산업 종사자의 48%(4,880명)가 부산에 밀집돼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부산이 신발 산업의 중심인 셈이죠. 하지만 신발산업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이 50대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맥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 신발산업을 살리는 것과 동시에 부산을 살릴 수 있는 산업이 바로 신발입니다.” 

부산의 신발제조기업을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요

“평화 브랜드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이 점을 활용해 평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1945년 2차 대전이 끝나고 유럽 각국이 거의 원수지간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가 가장 적대적이었지요. 그러다 1950년 양국이 공동화해를 모색하다 광산 개발을 하는 데 합의했죠. 몇 년 간 공동으로 광산 개발을 하니 상대가 도깨비나 괴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다시 가까워지면서 EU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남북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가 가까워지려면 하나의 모티브를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신발입니다. 남북한이 하나 되어 신발 브랜드를 만들면 더욱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 신발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산업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올 하반기 진흥원의 계획 또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간 진흥원이 다져온 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기업 등 현장의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의 정책화가 가능하도록 부산시 조직 내 디자인전담부서 설치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만큼 ICT분야의 경쟁력에 디자인을 접목할 때 가치가 극대화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입니다.”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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