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이원지 대학생 기자] 코로나19는 비단 사람에게만 영향을 준 게 아니었다. 그동안 먹이를 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해 온 고양이들에게 제때 밥을 못 먹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희대학교 캠퍼스 내 길고양이들은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쿠캣(KHUCAT)’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쿠캣은 경희대학교 지구사회봉사단과 동물권 행동 카라(KARA)와 협약을 맺어 결성된 동아리다. 국내 대학 최초로 동물단체와 협약을 통해 2018년 여름, 그 활동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예쁜 마음으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쿠캣’의 김주영 회장과 임원진들을 만났다.
△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내 고양이 ‘단지’
[경희대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쿠캣(KHUCAT)’]
서정하: 5기 회장
김제인: 5기 부회장. 각 부서의 일들을 총괄, 쿠캣의 SNS인 인스타그램 운영
김주영: 4기 회장. 5기 부회장과 함께 SNS 관리
△ 쿠캣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쿠캣의 주요활동은 무엇인가. 타 학교 길고양이 동아리와의 차이점이 있나
“교내 고양이들을 위한 급식소 운영 및 모니터링, 긴급구조를 진행하고 있다. 구조가 필요한 교내 길고양이 출몰 지역에 헌팅캠(야생동물 전용 카메라)을 설치하고 구조한 후 각종 치료를 진행하고 있어요. TNR(중성화 수술)을 통해 교내 길고양이 개체 수도 조절한다. 길고양이 인식 개선 캠페인을 위해 전시회 개최, 굿즈 제작, SNS 활동, 유기묘 카페 방문,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변 학교 길고양이 동아리와 소통했을 때 큰 활동 틀에는 차이가 없었다. 우리 쿠캣 만의 차이점을 하나 꼽는다면 저희는 동아리의 시작을 ‘학교’와 함께 했다. 타학교에는 학교의 지원을 받는 동아리가 없었다.”
부원들끼리 어떻게 역할 배분을 하나
“코로나 19 이전에는 고정 활동인 급여와 TNR에는 의무적으로 각 1회 이상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굿즈 제작이나 전시회 개최 등 관련 행사 같은 경우는 자율적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쿠캣은 회장단, 행정부, 활동부, 홍보부로 이뤄진다. 비품관리나 홍보, 등 부수적인 일들은 각 부서에서 분담하여 운영 중이다.”
활동 혜택이 있나
“경희대학교 지구사회봉사단과 계약 중에는 봉사시간을 받을 수 있었는데 2019년을 마지막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돼 지금은 혜택이 따로 없다. 동아리 부원 모두 온전히 봉사하는 마음으로 활동에 임하고 있다.”
△ ‘길고양이 인식 개선 사진전’ 길고양이 관련 오해 해소를 위한 정보 제공, 지역 주민과 길고양이 간의 올바른 공생 방안 전달
금전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나
“학생들에게 가입회비를 받고 있다. 동아리 활동비와 고양이를 위해 사용하는 기부금 형식이다. 뿐만 아니라 감사한 분들의 후원도 동아리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양이들의 TNR 수술비를 포함한 병원비, 각종 비품비, 등 여러 지출을 고려한 후에 여유가 있으면 굿즈 제작을 한다. 굿즈 판매를 통해 기부금을 늘리기도 한다.”
학교의 지원을 받아 도움이 된 점이 있나
“봉사시간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교내 사회봉사 과목을 이수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희대학교 지구사회봉사단을 통해 구 이과대 건물의 계류장을 빌릴 수 있었다. 덕분에 TNR 활동이 훨씬 수월했다. TNR을 위해 고양이들을 포획해야하는데 이게 계획하는 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몇 시까지 몇 마리’ 이렇게 장담하기 어려워서 동물병원 예약에 무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밤늦게 포획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계류장이 있어 아이들을 잠시 두고 다음날 한꺼번에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내 고양이 ‘망고’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생겼을 것 같다
“이전에는 요일별, 구역별로 급여 시간표를 만들어서 본인이 희망하는 시간에 급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돼 본가로 내려간 동아리부원들이 많다. 가능한 부원에 한해서 한 달 단위로 자원을 받아 급여를 진행했지만 인원이 충분치 않아 힘들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단체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계획해두었던 방학 일정도 모두 무산됐다.”
최근 폭우로 인해서도 활동에 무리가 있진 않나
“비가 많이 오면 교내 이곳저곳이 미끄러워 활동에 무리가 있어 급여가 취소가 됐다. 급식소가 나무로 만들어졌다보니 뒤틀릴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비가 세게 내려서 급식소에 흙이 꽤 튀겨서 청결 문제도 있었다. 활동에 제약이 생기니 아이들이 정말 걱정됐다. 비가 적게 내린 틈을 타 최대한 급여하고 있다.”
△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내 고양이 ‘연지와 곤지’
교내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보람이 있었던 순간이 있다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도, 바람이 부는 날에도,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날에도 아이들이 나와서 밥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지만 저희가 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뿌듯하다. TNR 활동 중 포획단계에서 통덫을 놓고 몇 시간씩 기다리곤 하는데 아이들을 무사히 데려갈 수 있을 때마다 매우 기쁘다. 놀란 아이들을 마주하면 안쓰럽기도 하다.(서정하)
올해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급여를 같이 진행하는 부원들과 소통하지 못하여 아쉬운 점들이 참 많다. 하지만 급여를 위해 버스를 타고 학교에 찾아와주시는 부원님들과 시간을 내어 쿠캣 활동에 함께해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그래도 가장 큰 보람을 꼽는다면 역시 밥을 잘 먹는 고양이들이 쑥쑥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김제인)
고양이들이 급식소에 꾸준히 와서 밥을 먹고 아프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제일 뿌듯하다. 자주 오다가도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속상하더라고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건강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김주영)”
향후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정식 동아리로 승인받고 싶다. 현재 저희 동아리는 정식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서 지급되는 동아리 활동비가 따로 없어요. 학생들의 사비와 감사한 분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아리 실도 없어서 사료 배급 급여나 TNR 활동 전후로 동아리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정식 동아리가 된다면 오롯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해주시는 부원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학기에도 코로나로 인해서 정식 동아리 승인 심사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기회만 있다면 정식 동아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싶다.(서정하)
또 이번에 이문동에서 고양이들이 학교 쪽으로 많이 내려오게 되어 중성화가 안 된 고양이들이 많다. 헌팅캠을 통해 중성화되지 않은 개체 수를 파악한 후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다. 2학기에는 쿠캣 굿즈를 기획해보고 싶다.(김제인)”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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