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FC 우승은 보증 수표’···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성지 ‘퀵 파이어 챌린지’

입력 2020-08-21 12:31  


[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 질환입니다. 1년에 400만 건의 시술이 이뤄집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정교하고 안전한 시술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퀵 파이어 챌린지(Seoul Innovation Quick Fire Challenge, 이하 QFC) 2018’ 우승자인 송교석 메디픽셀 대표의 포부다. 퀵 파이어 챌린지는 한국얀센과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 서울시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이 헬스케어 분야 혁신 스타트업을 양성하기 위해 매년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송교석 메디픽셀 대표.



메디픽셀, 의료 영상 분석 및 시술 돕는 로봇으로 2018년 우승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송 대표는 전자상거래(e-commerce) 관련 솔루션 개발 업무를 하다가 2016년 구글의 AI 컴퓨터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당시까지 다른 세상의 일로만 여겼던 AI가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에 회사를 그만두고 8개월 동안 자발적 백수로 AI 공부에 매달렸다.

송 대표는 2017년 1월 국내 대형 병원에서 엑스레이 등 의료 영상을 AI로 분석하는 대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AI와 헬스케어 산업의 접점을 찾았다. 곧바로 해당 병원의 심장 질환팀과 의기투합해 각종 의료 영상을 분석해 진단하고 시술 과정에 필요한 기기를 로봇이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 성공률을 높이는 솔루션 개발 회사를 창업했다.

메디픽셀은 QFC 우승 이후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했다. 정부 지원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연구개발에 속도를 올려 창업 3년 만에 첫 제품을 제작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지금까지 총 17억4000만원의 투자를 받았다. 내년에 추가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메디픽셀은 국내 시장에서 기반을 닦은 이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존슨앤드존슨의 멘토링을 기반으로 서울과 인도, 싱가포르를 오가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처음부터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을 두드리기 보다는 의료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 시술 경험을 쌓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송 대표는 “제품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존슨앤드존슨과 공동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함께 일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마고웍스, 3D 치과 의료용 SW 개발로 2019년 우승 

QFC 2019 우승 기업인 이마고웍스는 창업 9개월차의 스타트업이다. AI 및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3차원(3D) 치과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분사해 임플란트, 크라운, 틀니, 교정장치 등 치과 보철물을 보다 정밀하고 쉽게 만들어 내는 게 주력하고 있다.

김영준 이마고웍스 대표는 서울대와 KIST에서 20년간 인체 3D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연구했다. 2017~2018년 구강성형외과 관련 기업과 치과용 CT 업체 등 4개 기업에 디지털 치과 솔루션을 기술이전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창업했다. QFC에서는 안면 성형을 위한 머리뼈와 턱뼈, 치과 교정 수술에 필요한 3D 데이터 처리, AI를 접목한 SW 원천 기술을 선보여 우승했다. 곧바로 서울바이오허브 입주와 존슨앤드존슨의 글로벌 멘토링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여러 정부 지원 R&D 프로젝트 심사에서 QFC 우승은 일종의 ‘보증 수표’로 통했다.



김영준 이마고웍스 대표.

이마고웍스가 보유한 SW 원천 기술의 핵심은 치과 보철물 제작의 자동화다. AI가 자동으로 임플란트 3D 모델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관련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환자는 내원 횟수와 대기시간 등을 단축할 수 있고 치기공사는 더욱 쉽게 보철물을 제작할 수 있다. 창업 8개월 만에 이마고웍스의 직원은 16명으로 늘었다. 현재까지 매출 5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약 10억 원의 매출을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디지털 의료 SW 시장에서 독자 개발한 기술로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를 주도하고 싶다”며 “존슨앤드존슨의 풍부한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을 전수받아 내년을 목표로 했던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QFC는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들의 혁신성과 기술력, 성장 잠재력을 면밀하게 평가해 정부의 자금 지원과 글로벌 전문가의 멘토링을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한국에서도 미국과 유럽처럼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인재와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QFC에 참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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