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소비·생활 패턴…홈트·구독 서비스 이용 늘었다

입력 2020-08-21 19:42  


[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김준영 대학생 기자] 고려대 경영학과 이경환(21·가명) 씨는 2019년 11월에 월 평균 40만원을 용돈으로 사용했다. 매일 왕복 지하철비 2400원에 바쁠 때 택시를 이용해 월 평균 교통비로 8만~9만원을 썼다. 여기에 도서구입비 5만~6만원, 휴대폰 통신비 4만~5만원, 친구와 만나 극장관람과 외식비로 한 번에 3만~4만원을 사용했다. 여기에 미용비와 의류구입비가 더해지면 지출은 크게 늘었다.

그런 비용이 올 6월에는 크게 줄었다. 우선 통학을 포함해 외출 횟수가 줄어드니 교통비는 월 3만원 선이면 충분했다. 밀폐된 공간을 피하다 보니 극장관람도 거의 하지 않았고, 월 1회 가던 미용실도 2~3개월에 한 번으로 줄었다. 외출을 하지 않으니 새 옷도 거의 사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줄면서 수입 감소

주변 대학생들을 취재해본 결과 상황은 거의 비슷했다. 고려대 학생 51명을 대상으로 7월 27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6월 학생들의 지출은 2019년 하반기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학생들의 월 평균 지출(월세 등 주거비 포함된 경우 있음)은 71만원 이상이 25.5%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큰 편에 속했지만, 올 6월 이 구간은 19.6%로 감소했다. 51만~60만원 소비층도 17.6%에서 15.7%로 줄었다. 

반면 20만~30만원 지출하는 그룹이 지난해 하반기 9.8%에서 올 6월 15.7%로 크게 늘었다. 월 평균 31만~40만원을 지출하는 그룹도 9.8%에서 11.8%로 증가했고, 41만~50만원을 지출하는 그룹도 25.5%에서 27.6%로 소폭 늘었다. 전체적으로 월 평균 51만원 이상 소비하는 층은 줄고, 20만~50만원 소비하는 층이 늘어난 셈이다. 월 평균 71만원 이상 지출하는 그룹이 줄어든 데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줄어든 주거비가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교통비가 줄었다. 소비가 가장 크게 줄어든 항목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9.4%가 교통비라고 답했다. 영화감상 등 문화예술 비용이 줄었다는 답이 25.5%로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월 평균 수입에 대해, 변함없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58.8%), 늘었다는 답변은 미미한 반면, 50% 이상 감소, 30~50% 감소했다는 답이 각각 9.8%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는 아르바이트 활동 감소(60%)가 꼽혔다. 응답자들은 2학기 수입이 현재와 같거나 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지출은 현재와 같은 수준 또는 줄이겠다는 답을 많이 내놨다.



대학가 상권은 울상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소비패턴 변화는 대학 주변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대학가 주변 월세 주거로, 올해 초 학교 주변 원룸을 계약했다가 2월 말 온라인수업 방침이 정해지면서 계약을 취소한 학생이 많았다.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은 낡은 건물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 신축건물인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50만원 선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한 달에 40만~50만원의 지출이 줄어든 셈이다.

제기역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에서 근무하는 윤기백 씨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7월 말에 원룸이 비어 있는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2월 이후 지방 학생들이 상경하지 않아 20~30% 비어 있다”고 말했다. 빈방이 많아 월세를 깎아주려고 해도, 2학기 대면강의가 재개될지 여부가 불투명해 방을 구한다는 문의가 없는 상황이다.



△신촌 대학가의 모습.

연세대 주변의 상가들도 평일에 한산한 모습이다. 예전 같으면 대학생들이 몰려들었던 카페와 음식점에는 손님이 10~40% 정도 들어차 있었다. 그 영향으로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카페, 음식점의 매출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 50% 이상 줄었다.

대학 주변의 미용실도 학생들이 찾지 않아 올 2월 이후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의 70% 이하 수준이다. 밀폐된 공간을 꺼리는 탓에 영화감상 등 문화예술 비용도 크게 줄었고, 외출 횟수가 감소해 의류와 화장품 구입비용도 줄었다. 

영상, e북 등 문화 콘텐츠 구독 서비스 늘어

여행 등 레저활동이 크게 위축된 반면,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헬스클럽에 가는 대신 집 주변에서 조깅 하거나, 요가매트를 구입하고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 끄는 ‘땅끄부부’의 운동영상을 따라한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어 홈트레이닝이 증가하는 추세다.

집에서 모발을 염색하고, 직접 요리를 즐긴다는 학생도 많았다. 설문에 익명으로 참여한 한 학생은 “미용실 또한 밀폐된 공간이라 가기 꺼려져, 처음으로 염색약을 사다 언니와 함께 집에서 염색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최근 화두인 구독 서비스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였다. 코로나 이후 새롭게 즐기게 된 활동으로 극장에 가는 대신, 넷플릭스, wavve 등 온라인 영상구독 서비스(OTT)를 이용한다는 학생이 응답자의 56.9%를 차지했다. 또 다른 학생은 “극장을 찾기 힘들어지면서 4월부터 OTT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월 1만원 선의 이용료에 장소 구애받지 않고 휴대폰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도서관이나 대형서점에 가는 대신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 등 e북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헬스클럽 대신 집 주변에서 조깅하거나 홈트레이닝을 하거나(17.6%), 집에서 요리를 즐기는 (9.8%) 경우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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