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최은희 대학생 기자]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20대 10명 중 7명이 우울감·무기력증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취업포털 알바몬이 20대 성인 44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0.9%가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57.0%)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감(35.5%) △취미활동 제한에 따른 우울감(31.7%) 등을 꼽았다.
△에브리타임 화면 캡처.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박은지(19) 씨도 최근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반쪽짜리 대학 생활’이 한몫을 했다. 지난해 치열한 대입 전쟁 끝에 기대감을 안고 입학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 대학축제 등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강의마저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면서, 신입생들 사이에서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씨는 “20학번 신입생들은 스스로 코로나 학번이라고 부른다”라며 “동기·선배들과 교류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며 토로했다.
취준생들 사이에서도 ‘코로나 블루’가 성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채용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취업 사이트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익명의 취준생은 “채용이 크게 줄어든 데다 서류 쓰는 것마다 다 떨어져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취업커뮤니티 화면 캡처.
취업준비생 최민경(26)씨는 최근 불면증을 겪고 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하면서 취업준비가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독서실은 문을 닫았고, 준비하던 자격증 시험마저 취소됐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져 요즘은 밤에 잠도 안 온다”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에 전문가들은 심리 방역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진행한 코로나 관련 심리상담 건수는 37만431건에 달했다. 김영기 연세정신과 전문의는 “요즘 심리불안 및 스트레스로 인해 상담받으러 오는 청년들이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며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모든 치료의 기본이지만, 심리불안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일상 속에서 소소한 노력을 통해 심리 방역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분한 수면과 운동, 규칙적인 식사를 비롯해 일상생활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벼운 산책이나 홈트레이닝도 도움이 된다. 취향에 따라 음악 감상이나 독서, 영화 감상, 가족들과의 식사 및 대화 같은 활동도 기분 전환을 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재난 상황일수록 신뢰성 낮은 보도를 믿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작위로 생산되는 자극적인 정보들은 심리적 외상을 유발할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견지해야만 한다.
△우울증 자가진단표. (사진 제공=질병관리본부)
한편, 8일 정부는 코로나 우울증 확산 현상에 대한 심리지원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건소, 지자체는 통합심리지원단을 마련해 상담을 돕고 있다. 자가진단표를 통해 증상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우울·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심리상담 비상 직통전화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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