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사 시험문제를 복원하는 언론 관련 커뮤니티.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됐다. 사진= 다음카페 캡처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호소자라고 칭해야하는가 (제3의 호칭도 상관 없음)’
한 언론사 입사준비생이 13일 오전 진행된 MBC 취재기자 필기시험 논술문제를 복원한 글이 게재와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문제는 정치적 색깔을 담고 있어 언론사 논술시험 문제로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MBC 영상기자는 서류전형과 필기전형, 심층역량면접, 최종면접을 통해 선발된다. 이중 필기시험은 1교시 종합교양 및 분야별 직무관련 지식 시험과 2교시 논술시험으로 구성되는데 논술시험에 이같은 문제가 출제됐다.
이는 그간 MBC의 논술시험 문제와도 결이 달라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MBC 공채 논술시험 주제는 ‘베네딕트 앤더슨은 상상적 공동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빅데이터의 개념에 대해 쓰고 이를 뉴스/시사 프로그램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쓰시오.(취재기자)’, ‘10년 후 콘텐츠 소비 형태를 전망하고 MBC엔지니어로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MBC 방송기술)’, ‘연봉제와 호봉제의 차이점을 말하고 한 가지를 선택해 둘 중 어떤 것이 적절한지 타당한 이유를 들어 논하라(MBC 방송경영)’ 등 정치색과는 무관한 문제가 주를 이뤘다.
13일 국민의힘 성폭력특별대책위원회는 이와 관련 ‘MBC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에 대해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하고, 관련자 징계에 착수하라’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성폭력특별대책위원회는 성명에서 "이는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응시자들을 정치적으로 줄 세워 정권의 호위무사를 채용하겠다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이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와 피해증거가 존재하고, 형사고소가 진행 중이었으며, 피소사실을 알게 된 가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이다. 사건 초기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려는 듯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정부와 여당조차 잘못된 표현을 인정하고 ‘피해자’로 용어를 변경했음에도 MBC가 재차 용어 논란을 꺼내든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구직자들은 ‘크게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기자를 준비하는 한 대학생은 “피해자에 초점이 맞추어진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은 일차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고, 수천 명의 지원자들을 고민하도록 하면서 3차 가해까지 이뤄진 셈”이라며 “특정 정치색을 보기위한 사상검증용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문제에 아예 답을 내린 대학생도 있었다. 또 다른 기자지망생은 “‘피해자’로 지칭해야 한다. 가해자가 사망했다고 과거의 행동도 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라고 지칭하는 행위 모두 제3자의 2차 가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이번 논술 문제를 평가에서 제외하고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MBC는 14일 사과문을 올리고 “이번 문제 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며 “이번 논술 문제를 채점에서 제외하고, 기존 논술시험에 응시한 취재기자 및 영상기자에 한해, 새로 논술 문제를 출제하여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논술 시험 일정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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