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수혜자들이 알아서 적절한 곳에 쓰시길"···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청년특별구직지원금' 실효성 논란

입력 2020-10-08 15:08  


-고용노동부, 4만여명에 코로나19 대비 긴급 청년특별구직지원금 1차 지급




-1인당 50만원 현금으로 지급… 지원금 사용처 제한없이 ‘완전 자율 




-이달 12일부터 2차 모집 시작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가정주부인 한 모씨(27)는 추석을 앞두고 정부로부터 90만원을 받았다. 자녀 1인당 2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 특별돌봄 지원금을 40만원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새롭게 청년특별구직지원금이 신설되면서 50만원을 추가로 받은 것이다. 한씨는 이 돈으로 최근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자녀 책상을 구입했다. 

한씨는 “사실 아이를 두 명이나 돌보느라 취업할 생각이 없는데도 정부에서 돈을 주니 기분은 좋지만 나 같은 정책 누수사례가 여기저기에 있을 것이란 생각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비해 정부가 청년특별구직지원금을 신설하고 지난달 29일 1차 지급을 마쳤다. 청년특별구직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축소·연기, 구직기간 장기화 등으로 인한 미취업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설정한 지원대상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1차 지원금 지급이 완료된 후 지원금을 취업과 전혀 상관없는 데 사용하는 사례도 나오면서 당초 정책의 취지가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차 지원금 250억원 4만여명에게 지급

정부가 지난달 29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특별구직지원금 250억원을 4만1천명에게 지급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4~25일 실시된 청년특별구직지원금 1차 신청에 4만3866명이 참여했다고 28일 설명했다. 전체 지원 대상자 5만9842명의 73.3% 수준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중 국세청, 공무원 연금공단, 국방부 등을 통해 조회한 결과 1차 지원금 지급대상자로 4만1400명을 최종 확정했다. 경우에 따라 6개월간 최대 300만원까지 수령 가능하다.

이번 1차 신청은 기업 채용 축소 등으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미취업 청년 중 1~2순위 청년을 대상으로 했다. 올해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에 참여한 청년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장근섭 청년고용정책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채용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등 청년들의 어려운 취업여건을 감안해, 우선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에게는 추석 전 지원금 지급을 완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취성패 참가여부, 선발기준으로 적합?… 아는만큼 받는다 복지 공부 인터넷 카페도

이번 지원금 지급대상자 1순위는 지난해 취성패 1유형에 참여한 청년이다. 2순위는 지난해 취성패 2유형에 참여했거나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지원 종료자, 3순위는 프로그램 참여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다. 

취성패는 구직활동을 3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직업 상담과 함께 일정금액의 구직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부제도다. 즉 이번 특별구직지원금 1~2순위는 취성패 참여자만 수령이 가능해 취성패 사업으로 이미 지원금을 받은 구직자들이 이번 특별지원금을 추가로 받게 되면서 중복지원 논란이 나오고 있다. 





취성패 프로그램 자체의 실효성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있어왔다. 수당을 받고 직업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불만은 ‘강의 및 강사의 자질’이다. 위탁기관 소속 상담사가 프로그램 단계별로 직업 상담을 해주는데 이 상담의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많다. 프로그램을 이용한 한 문과계열 구직자는 “전공에 맞는 직종을 선택하고 싶었는데 상담사가 전혀 관련 없는 회사를 추천해줬다”며 “실제로도 취성패 추천 기업이나 교육과목이 인문계 졸업생이 도전하기 어려운 기술직이 많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올 초, 2~3차 추경을 통해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확대하고 11만명에게 1300억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특별구직지원금의 사용처에 별도의 제한이 없어 이같은 사례는 곳곳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금을 한 번에 지급하는 형태로, 수령 후 사후관리는 따로 하지 않는다”며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인만큼 수혜자들이 자발적으로 적절한 곳에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정부발 복지제도에 아예 복지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인터넷 카페도 활성화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지난해와 올해 새롭게 생겼다. 9만 여명의 회원수를 확보하고 있는 한 카페에서는 회원들이 청년, 노인, 한부모가족, 장애인 등 카테고리별로 ‘똑똑하게 복지 혜택 받는법’을 공유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달 12일부터 24일까지 청년특별구직지원금 2차 접수를 받는다. 올해 구직지원 프로그램이 종료·진행 중인 이들이나 신규참여자 등 3순위자가 대상이다. 장근섭 청년고용정책관은 “2차 신청기간에는 약 16만 명의 청년을 추가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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