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서은진 대학생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우리 삶에 정착했다. 친구들과 화상으로 함께하는 랜선 술자리, 온라인 수업, 비대면 공연 등 새로운 문화가 양산되었고, 20대의 생활과 인간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다. <한경 잡앤조이>가 ‘코로나 시대의 20대 연애’를 주제로 시리즈 기획을 다뤄봤다.
① 코로나19가 갈라놓은 국제 커플 인터뷰
② 드라이브스루 입대, 코로나가 더 힘든 ′곰신 커플′
③ 늘어난 소개팅 앱 사용자, 일상화되는 언택트 만남
△한일 국제 연애 중인 서혜진(여)씨와 일본인 연인 타코(남) 씨. (사진=서혜진 제공)
만남에 시공간적 제약이 생기면 연인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나 국제 커플의 경우 출입국 제한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반년 이상의 긴 기간을 만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커플도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국제 커플의 연애 모습을 한일 국제 연애 중인 서혜진(25)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한국인 서혜진 씨와 일본인 연인 타코(23) 씨는 현재 900일째 연애 중다. 둘은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일 국제 커플 유튜브 채널 ‘타코사마’를 운영 중인 커플이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각자 어학연수를 갔다가 어학원에서 만났어요. 대학교를 휴학하고 캐나다로 6개월간 어학연수를 떠나기로 해서 토론토에 있는 어학원에 갔다가 거기서 연인 코타를 만나게 됐어요. 코타도 당시 대학교를 휴학하고 1년 동안 어학연수를 왔었거든요. 다만 안타깝게도 각자 돌아가기 3개월 전에 만나게 되어서 3개월 동안 짧은 연애를 즐기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서로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져요. 연애하면서 느낀 국제 연애의 장점에는 무엇이 있나요
“장점은 서로의 나라를 마음껏 여행 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또 함께 만나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만나니까요. 서로의 나라에서 만나다 보니 항상 여행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서로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네요. 아무래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많이 듣고 말하다 보니 익숙해지는 문장이나 단어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연애 전과 후, 국제 연애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원래 국제 연애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어요. 심지어 일본인이랑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죠. 사실 원래 역사적인 이유로 일본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연애하면서도 일본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남자친구의 역사 지식을 올바르게 잡아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대로서 국제 연애를 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제일 어려운 점은 20대에 하는 연애라서 아직 장거리 연애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서로 20대 후반 혹은 30대에 만났으면 이미 자리잡혀있는 상태에서 미래를 생각해봤을 텐데, 아직 코타는 대학원생이라 취직 전이거든요. 그래서 서로 뚜렷한 미래 계획을 세우기에는 아직 어려서 그게 제일 어려운 점이네요.”
가장 크게 느꼈던 문화 차이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요
“딱히 큰 문화 차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주변 일본인 친구로부터 일본에는 연애 초기에 연인 간의 연락을 충격적일 만큼 안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듣게 됐어요. 다행히 연인 코타와는 연락의 빈도 문제에 있어 큰 다툼은 없었어요. 다만 연인 코타가 초반에는 제가 이유 없이 전화하면 ‘왜 전화했어?’하고 물은 적이 많아서 당황한 적이 있어요. 코타는 전화는 꼭 용건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실제로 전화하기 전에 “전화해도 돼?”라고 물어보고 전화한 적도 많아요. 연인 사이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사소한 것도 다 문화 차이인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 어려워졌을 것 같아요. 언제부터 못 만났는지, 어떤 방식으로 연락 중인지 궁금합니다
“현재는 9개월 동안 못 만나고 있어요. 올해 2월을 마지막으로 쭉 못 만나는 상황이죠. 친구들한테 말하면 깜짝 놀라요. 연애 아닌 연애지만 서로 만날 수 있는 날만을 기다리면서 영상통화로 마음을 달래고 있어요. 영상통화는 서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하거든요. 서로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먹는지 등 일상을 공유하고 있어요. 다른 한일 커플들은 3국에서 만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2주 격리가 없어지지 않는 한 해외에서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서혜진(여)씨와 일본인 연인 타코(남) 씨는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타코사마’를 운영 중이다.
(사진=타코사마 유튜브 채널 캡처)
코로나19로 떨어져 있는 기간에 생긴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코로나 때문에 모든 기념일이 올 때마다 온라인으로 축하하고 있어요. 제일 최근 기념일은 800일이었어요. 서로 조각 케이크 하나씩 사서 영상통화로 축하했죠. 저번 700일에는 코타가 어렵게 한국업체를 통해서 꽃다발을 배달해줬어요. 어떻게 혼자 한국어로 찾아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특하고 고마웠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코타가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물건을 사서 택배로 보내줬어요. 그리고 저도 코타 옷이랑 좋아하는 냉동식품 등을 사서 택배로 보내줬고요.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가 안 떠서 배편으로 보내느라 한 달이나 걸렸지만 코타가 무사히 선물을 받아서 다행이었어요.”
코로나 19로 인한 환경 변화가 관계에 영향을 미쳤나요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저희의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아 정말 다행이에요. 저나 코타나 이렇게 오래 못 만나본 적은 처음이지만 둘 다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아슬아슬할 때도 있었지만요.”
누구보다도 국제 커플에게 코로나19가 굉장히 힘든 시기일 것 같아요. 상황이 나아져 만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요
“가을이 되니까 날씨도 좋고 남자친구가 더 보고 싶어지네요. 빨리 만나고 싶어요. 만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는 많이 그려봤지만 막상 만나면 울 것 같아요. 그래도 만나면 많이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국제 연애를 망설이는 혹은 아직도 선입견을 품고 있는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국제연애라고 하면 나중의 헤어짐을 생각하고 처음부터 걱정이 앞서는 이들이 많을 거로 생각해요. 그 끝이 어떻게 되든 일단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헤어지더라도 그 소중한 기억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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