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나채영 대학생 기자]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원’ 라이더가 일 급여로 47만 원을 번다고 가정한 결과다. 주5일, 하루 57건을 처리했을 때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금액이다. 실제로 월 수입이 400만원을 넘는다는 라이더들, 연봉 1억원도 가능하다는 문구들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문구들. 실제로 가능할까. 또한 플랫폼 노동자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배달 라이더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배달 라이더들의 첫 합법 노동조합인 라이더 유니온에 물어봤다.
△라이더 유니온 로고 사진.(사진 제공=라이더 유니온)
배달 라이더들의 첫 합법 노동조합인 라이더 유니온은 5월 1일 노동절에 출범했다. 이들이 내건 좌우명은 ‘모든 라이더는 안전하게 달릴 권리가 있다.’ 현재 가입된 노조원은 300명 정도다. 실제 라이더들이 누릴 수 있는 노동 권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실장에게 물어봤다.
코로나 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들었다. 수입에 변화가 있나
“전반적으로 큰 영향은 없었다. 수요가 몰리는 곳은 서울, 수도권 같은 대도시 중심이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물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또한, 수요가 늘어난 만큼 라이더들 숫자도 상당히 늘어난 상태다. 배달 자체가 운전면허증이 있거나, 운송 수단이 있다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더 한 명이 시간당 배달할 수 있는 물량은 한계가 있으므로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수입이 극적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원 달성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동의하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배달 라이더 유입률을 키우는 일종의 마케팅 요소가 섞인 거짓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루에 40만 원 넘게 버는 라이더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업무 특성상 개인이 1년 내내 하루 수십 개의 배달을 해낼 수 없다. 5만 명에 가까운 쿠팡이츠 라이더 중 단 15명만이 하루에 30~40만 원대를 번다고 들었다.”
산재보험에 대한 비용부담과 법적 안전망 혜택 실상은 어떤가
“기업 측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정말 일부다. 라이더는 일반적으로 유상운송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한다. 유상운송보험이란 배달 등 영업행위를 하는 차량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상대 차량의 피해액을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산재보험은 업무로 발생한 사고, 질병 등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배달 라이더는 회사와 계약한 위탁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 보험 가입도 개인에게 달려있다. 특수 고용 노동자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산재보험을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배달의 민족은 라이더들에게 산재보험을 일괄 가입하도록 해 산재보험료 중 회사가 50%를, 배달 라이더 본인이 나머지 50%를 부담하게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산재사고 발생 시 라이더가 100% 책임을 진다.”
플랫폼 산업 시장 성장에 필요한 법적 기준과 업무 환경을 꼽는다면
“확실한 법적 규제안이 우선이다. 현재 배달 라이더들과 관련해서 별도의 기준이나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이더는 노동법상으로 지정한 ‘노동자’가 아니므로 법적 권리가 보장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 정부 정책과 법제도 수립 시에 배달 라이더들의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제도와 업무환경 구축에 대한 방향을 잡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배달시장의 상황은 어떤가
“배달료에 대한 변동이 심해 라이더들의 불만이 많은 상태다. 8월 말 9월 초 플랫폼 체제 간 경쟁이 과열돼 일시적 프로모션 형태로 배민, 쿠팡에서 추가 배달료를 후하게 준 적 있다. 쿠팡이츠와 기존 업체들 간 치킨게임에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었다. 신생 플랫폼 쿠팡이츠는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라이더들에게 상황에 따라 건당 만원이 넘는 인센티브를 줬지만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쿠팡이츠 성장에 필요한 라이더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더를 확보하기 위한 이런 이벤트성 프로모션 유무에 따라 배달료의 변동이 심한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가장 시급한 법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기본 배달료를 지금보다 인상한 상태로 확보하고 배달 플랫폼 사이의 인센티브 경쟁을 막는 법안이 필요하다. 배달료 변동은 라이더들의 생계 불안정성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2020년 현재 라이더 평균 배달료는 한 건당 3,000원이다. 물가는 20% 올랐고 최저임금은 200%가 올랐지만 배달료는 10년 전과 동일하다. 프로모션이 끊기면 라이더들은 낮은 배달료로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속도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안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었거나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업은 배달 플랫폼이다. 이들에게는 ‘배달 라이더 연봉 1억원’과 같은 홍보 문구는 상당히 매혹적이다. 하지만 1일 57건은 한 시간에 3~4회 배달 주문을 처리한다는 조건으로 14시간이 걸리는 중노동이다. 플랫폼은 건당으로 배달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하고 빠르게 달려야 한다. 연 1억을 손에 쥐려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위험에도 배달 라이더들이 받을 수 있는 노동 혜택은 크지 않았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이 위험의 개인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이더들이 신호를 위반하고 과속을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알고리즘이 예측한 배달시간보다 빨리 배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이 데이터가 알고리즘에 반영돼 새롭게 라이더를 통제하게 된다”며 “더 빨리 배송하게끔 ‘번개 배송’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라며 더욱 빠른 배송이 개인을 위험으로 몰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subinn@hankyung.com
[사진=나채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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