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개발 중이던 게임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죠. 몇 달간 준비했던 라이브 게임의 업데이트가 본 서버에 반영되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면 기쁨이 더 크죠.”
임서휘(34) 엔씨소프트 Creative Center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 기획자의 보람된 순간을 이렇게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소프트웨어 개발과 공급을 하는 기업이다. 대표 게임으로 PC게임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 게임 리니지M, 프로야구 H2 등이 있다.
△임서휘(34) 게임 디자이너.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다수 개발해 왔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서로 협력하고 갈등을 경험하는 대규모 전쟁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이다. 엔씨소프트 게임은 ‘함께 모여서 노는 재미’를 추구한다. 게임 디자이너는 이를 위해 전체적인 배틀 시스템을 설계하고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흐름과 전투의 깊이감을 전략적으로 기획한다.
엔씨소프트의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전투의 깊이는 캐릭터의 성장, 콘텐츠, 경쟁을 얼마나 짜임새 있게 연결하느냐가 결정한다. 그래서 엔씨소프트의 게임 디자이너들은 게임 개발 자체를 즐긴다. 개발 프로세스는 지속적인 창조와 파괴의 반복인 만큼 그 과정이 힘들지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엔씨소프트는 이 같은 기업 문화의 흐름 하나로 게임 디자이너들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Creative Center를 구성했다. 게임 디자인, 스토리, IP를 망라한 게임 개발의 연구 조직이다. Creative Center에서 근무 중인 임서휘 게임 디자이너를 만났다.
게임 디자인이란
“게임 디자인의 기본은 개발한 게임 콘텐츠가 기획한 대로 동작하도록 시스템과 프로그래밍을 지원하는 것이다. 먼저 플레이에 필요한 디자인 요구사항을 체계화해 규칙과 시스템 로직 및 흐름을 디자인한다. 그런 다음 이를 처리하는 데이터 구조를 설계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게임 디자이너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을 디자인한다. 게임 플레이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게임에 몰입감을 주는 내러티브 등 게임 전반에 재미를 더하는 기획을 한다.”
게임 기획을 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기획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특정한 의도를 가진 기능이나 추상적인 요소들을 문서로 구체화한다. 그리고 기능적인 요소나 즐길거리 등을 명확하게 구현하기 위한 기획을 한다. 모든 과정을 개인 혼자서 판단해 진행하지는 않는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성을 정하는 PD와 함께 논의해 결정한다. 게임 디자이너는 다른 부서와 회의가 많다.”
출근 후 일과는 어떻게 되나
“출근하면 항상 카페인 충전부터 시작한다. 회의가 많기도 해서다. (웃음) 이후 팀 미팅을 통해 그날의 업무 이슈들을 확인하고 각 팀원 분들의 작업 분담을 논의한다. 그다음 각자 업무를 진행한다. 중간 중간 다른 부서와 논의가 필요한 업무에 대해 미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게임회사라고 특별하지는 않다. 일반적인 사무직 업무의 흐름과 유사하다.”
게임을 기획하는 데 본인만의 원칙과 기준이 있나
“초기 개발 과정에서 확장성을 중시하는 편이다. 라이브 프로덕션 단계에 돌입했을 때를 대비하여 확장이 쉬울 수 있도록 미리 설계한다. 그래야 유지보수 시에 손쉽게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제작 에피소드가 있나
“오래전 한 MMORPG의 라이브 서비스 과정에서 던전(몬스터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소굴)을 추가할 때가 기억난다. 유저들의 해결 속도가 개발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탓에 계속해서 던전을 추가해 난이도를 올린 사례가 있다. 그러다 정말 서버 내 극소수의 유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까지 올렸다. 그때 개발팀에서는 이 수준을 해결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실제 업데이트를 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 해결하는 유저들이 있었다. 그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 기록을 확인해보니 개발자들이 상상도 못 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해결하더라. 그 뒤로 그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을 모니터링 해 개발에 참고하고 있다. 유저들의 능력이 대단함을 느낀 에피소드다.”
△임서휘 디자이너가 근무 중인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옥.
엔씨소프트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MMORPG의 즐거움은 사람들 사이 관계 형성 과정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이야기다. 그래서 게임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게임이 더 흥미로워진다. 여러 차례 MMORPG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더 큰 MMORPG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게 엔씨소프트였다. (웃음)”
이 직무를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게임 디자이너를 목표로 한 시점부터 MS Office 제품에 능숙해질 때까지 공부했다. 다양한 서적을 참고해 기능을 학습했다. 좋아했던 게임을 역으로 분석해 실제 기획서도 만들어봤다. 게임 업계에 들어온 이후에도 당시 유니티나 언리얼 등이 업계 전반에 안착하게 되면서 필요성을 느껴 퇴근 이후에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현재 직무에서 갖춰야 할 능력이 있다면
“기획은 다양한 기능과 즐길거리를 어떻게 게임 플레이로 전달할 수 있을지 늘 연구해야 한다. 그렇기에 재미를 구현해낼 수 있게 기획을 다듬는 세심함이 필수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게임 모습을 상상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도 있으면 좋다. 이러한 능력이 처음부터 생기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자신이 즐겨왔던 게임을 되짚어보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게임 기획자들은 누구보다도 폭넓게 게임을 즐긴 경험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어떤 일을 이뤄내고 싶은가
“게임 업계는 빠르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런 변화를 잘 파악해 좋은 게임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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