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이슈] 공정식 고려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 “창업가들이 환경을 재생하도록 도시재생 패러다임 바꿀 것”

입력 2020-12-01 12:05   수정 2020-12-11 11:14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서울시 캠퍼스타운은 다양한 청년 창업가를 배출하고 대학과 지역의 담장을 허무는 상생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국 최초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시작해 올해 4년 차를 맞은 고려대 캠퍼스타운은 대학연계 창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공정식 고려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고려대 캠퍼스타운 사업의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2016년 서울시 캠퍼스타운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초기에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고 그 안에 창업과 지역상권 활성화, 문화에 대한 증진도 있었다. 진행하면서 보니 창업팀에 대한 실적이 정량적으로 잘 보인다. 기존에 도시재생 사업이 단순히 인프라를 조성하는데 그쳤다면 캠퍼스타운은 창업을 근본으로 한 도시재생이어서 결이 다르다. 창업을 함으로써 환경 자체를 바꾼다. 창업자들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의 문화, 주거환경이 같이 변화한다. 주민들과 상인들도 같이 발전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성과도 각각 다르다. 그중 창업은 성과가 가장 뚜렷하고 일자리, 청년 문제와도 직결된다. 10월 말 기준 30개 팀에서 162명의 창업가가 활동하고 있으며 직간접 고용효과는 960명에 이른다. 총매출은 113억원, 누적 투자금액은 139억원이다. 이 밖에 지역과 상생을 위한 문화가로 조성 등을 꾸준히 해왔다. 상인회와 연계해 상권에 대한 부분을 같이 상의하기도 한다. 문화적 측면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인 ‘끌어안암’이 대표적이다. 문화콘텐츠로 성북문화원과 손잡고 고려대 출신인 방정환 선생을 재조명하기 위한 연극을 기획하기도 했다. 작년이 방정환 선생 탄생 120주년이었고 2023년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기념해다. 또 지역사회와 연계 수업도 진행하면서 다양한 교육 콘텐츠들을 준비했다. 주민공모사업의 경우 지금까지 3400여명이 참여했다.”

대표적인 주민공모사업에는 어떤 게 있나

“하숙집 주인들이 모여서 반찬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준다거나 끌어안암 축제에서 주부들이 반찬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우리가 조성한 문화광장에서 공연을 한다거나 장사가 잘 안 되는 가게에서 공연을 열기도 했다. 또 주민들이 모여 앞치마를 제작해 필요한 상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주민사업은 아니지만 성북구에서 도와줘서 외국인 부부의 결혼식을 올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지역 경제 활성화가 공존하고 있으며, 이런 부분이 창업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 기업이 성장하면 결국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역사회에 환원이라든가 발전하는 부분은 선순환될 수 없다. 창업 기업의 육성과 동시에 주민들의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를 어떻게 돕고 있나

“IR 행사를 열거나 고려대 기술지주회사와 연결해 주기도 하고, 서울시와 함께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과도 연결해 준다. 최근에는 고려대 캠퍼스타운 대표기업인 에이올코리아 백재현 대표가 직접 투자자를 섭외해 6개 후배 창업 기업 투자유치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외에 서울시 캠퍼스타운 종합형과 단위형 대학들이 매년 진행하는 페스티벌에서도 IR 행사를 한다. 창업 기업들 간 내부적으로 소통하면서 투자를 받아본 기업이 투자를 안 받아본 기업에게 정보를 주기도 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듣는 정보가 중요한 것 같다. 사무국에서는 변호사를 통해 투자 계약서 검토 등을 돕는다.”

창업기업 육성 방식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전체적으로 창업 생태계 안에 교육, 컨설팅, 공간, 시제품 제작, 멘토링 등으로 세부 프로그램이 있다. 학교 안에 창업과 관련 여러 기관이 있고 특색이 다르다. 개척마을 파이빌은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서 창업 활동을 지원한다. 캠퍼스타운은 본격적인 창업 기업으로 육성한다. 사업자를 내고 시제품을 제작해 판매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지자체에서 사업을 발주해서 학교가 같이 콘텐츠를 개발하고 학교에 있는 지원 조직이 도와주는 형태다. 네트워킹 부분이 우수하고 무엇보다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확대·강화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공간이 없더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가면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캠퍼스타운은 각각의 창업팀들에게 창업공간인 스튜디오를 제공한다. 또한 학교 내에 있는 창업센터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과 연계한다는 점에서 다른 창업 지원과 차이가 있다. 주민들이나 지자체에서도 회자되면서 점차 인식이 좋아지는 것 같다.”



입주기업 선발 시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다면

“특별히 차별화하진 않지만 매년 주제를 염두에 둔다. 예를 들면, 참살이길에 문화가로를 조성하면서 일부는 스마트폴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팀을 기획해서 모으는 식이다. 나머지에 대한 부분은 다양하다. 기술 창업도 있고 마케팅이나 온라인 콘텐츠와 관련된 팀도 있다. 고려대에 정보대학원이 있어서 암호나 가상화폐 등과 관련된 창업 기업도 있다. 물론 평가 항목은 기술에 대한 부분, 사업의 구체화 등 다른 창업팀 선발과 비슷하다. 다만, 우리의 지원을 받으면 3년간 성북구에 사업자를 유지해야 한다. 다른 데는 키워서 강남이나 판교로 보낸다면 우리는 창업 기업이 지역에 머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이나 경영대의 창업 지원 기간이 1년이라면 우리는 2, 3년도 지원한다. 또 입주기업을 선발할 때 지역 거주민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한다.”

기억에 남는 보육기업이 있다면

“실적이 탁월한 회사는 ‘에이올코리아’다. 우리 캠퍼스타운에서 시작해 올해 3년 차로 접어들었는데 기술 기반의 회사로 소재가 굉장히 좋다. 백재현 대표가 우리 학교 대학원을 나와 실무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사업을 시작했는데 도전적으로 개발도 하고 시장 개척도 적극적이다. ‘수호’라는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이다. 또 공공적인 측면에서는 시제품 제작에 어려움을 느끼는 창업팀에게 제작자를 연결해 주는 창업 기업인 ‘볼트앤너트’도 있다.”

에이올코리아가 후배 창업가 양성을 위해 올해부터 영업이익의 3~5%를 캠퍼스타운사업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또 다른 선순환 사례도 있나

“협약이나 내규 형태는 아니지만 캠퍼스타운 안에서 법률자문이나 마케팅 등을 서로 도와주고 정보를 공유하는 건 계속 있었다. 홍보 영상을 찍고 싶으면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창업팀에 맡기기도 한다. 2, 3년 차 기업에서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캠퍼스타운사업단에 재투자하겠다고 협약한 기업들이 있다. 기부금이 어느 정도 모이면 자체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대학타운형 안암 창업밸리 조성사업은 캠퍼스타운 사업이 확장된 형태로 보면 되나. 앞으로의 운영 계획도 궁금하다

“어느 정도 확장된 형태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굉장히 비슷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주변 지역들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대학 주변에 있는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대학타운 뉴딜사업이다. 캠퍼스타운 사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는 대학타운 뉴딜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지속 가능한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데 투자에서 끝나거나 인프라 조성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4년 동안 캠퍼스타운 사업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이라는 아이템을 넣어서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한다. 과거의 인프라 개선에 대한 도시재생이 아니라 창업가들이 환경을 재생하고 지역주민들도 사고를 바꾸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을 해보려고 한다.”

역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과거 초기 창업 위주로 육성했다면 성장기업까지 길러낼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단계별로 지원해야 하는 부분도 달라질 것 같다. 지금은 법률, 세무 등을 컨설팅해 주거나 1대 1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는데 학교 내 지원센터를 연계해 더욱 체계적인 교육 컨설팅 자문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또한 창업 기업이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갈 때 안정적으로 펀딩 하기 위해 창업 투자 펀드를 조성하려고 한다. 고려대에 기술지주회사가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고대 동문들이나 캠퍼스타운에서 처음 시도된 창업팀이 수익을 재투자하는 펀드 형태를 개발해 성장시키는 것이 두 번째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학교와 지자체가 이러한 사업을 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투자를 해서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을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협동조합 형태나 도시재생기업(CRC)을 시도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zinysoul@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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