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목사답지 않은 목사, 그러나 참으로 목사다운 목사가 되고 싶죠” 김진 목사

입력 2020-12-02 17:55   수정 2020-12-03 17:06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인도에서 한 여자아이를 만났어요. 정말 어렵게 사는 친구였죠. 그 친구에게 ‘너는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는데 ‘행복하다’고 답하더군요. 그래서 ‘행복이 뭐냐’ 물으니 ‘걱정이 없는 게 행복이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로 불행하지 않냐’ 물었더니 ‘불행이 뭐냐’고 묻더군요. 한 방 맞은 것 같았죠. 그런 세상을 알려주고 싶어요. 행복하지 않음이 곧 불행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짊어진 짐을 나눠들 수 있는 그런 목사가 되고 싶어요.”

김진 목사는 1981년에 신학 공부에 뛰어들어 올해로 40년째 한 길을 걷고 있는 목사다. 그는 최근 종교인에 관한 이슈들에 대해 안타깝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목사나 기독교, 특히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구축된 상태”라며 “한국 기독교는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면서 성숙하지 못한 부분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한 성장에서 오는 부작용들이 사회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사회에 목사로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기본에 충실한, 목사다운 목사가 되자는 초심을 되새기며 끊임없는 수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Profile

김진 목사

독일 프랑크프르트 대학 신학부 박사

크리스챤 아카데미 선임연구원

밀알복지재단 사목 및 디아코니아 연구소 소장

성공회대, 이화여대 겸임교수

‘종교인의 삼인삼색’으로 방송 출연

현재 목사이자 비영리단체 상임대표이기도 하다

“목사로서 일반교회 협력목회도 하고 있지만 지금은 비영리단체인 ‘(사)글로벌블레싱’의 상임대표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 글로벌블레싱은 주로 세계의 장애인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중점적으로 하는 사업은 북한 장애인을 돕는 일이다. 북한도 여러 상황이 어렵지만 약자 중의 약자인 장애인들과 함께하고자 시작된 사업이다.”

종교인들의 비영리단체 진출은 흔한 편인가

“많은 종교인들이 NGO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에서 선뜻 나서서 하기 어렵고 힘든 일들을 종교인들이 담당한다. 비영리단체는 외국인 노동자부터 장애인까지 여러 방면을 조명하는 갈래가 있다. 실제로 종교기관이 자체적으로 산하 사회복지 기관을 만들기도 한다.”

목사의 길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

“사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것처럼 ‘목사가 되겠다’를 결심하는 종교인들은 많이 없지 않을까. 오히려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저 같은 경우 7살 때 목숨이 위험한 사고를 겪은 적이 있었다. 기적적으로 깨어난 이후 사춘기와 함께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을까’, ‘하나님은 왜 날 살리셨을까’와 같은 고민이었다. 그러다 고2 때 갔던 기독교 수련회에서 나름의 영적인 체험을 했던 것 같다. 성경이 읽히기 시작하니 형식적으로 다니던 교회도 재미있어졌다. 평생 성경 연구를 하고 살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신학대학을 진학하게 됐고 자연히 목사가 되는 길로 들어섰다.”

목사가 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

“두 가지가 있다. 학부 때부터 신학을 전공하거나 아니면 다른 전공을 공부한 후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동일한 과정을 밟으면 된다. 학력으로 보자면 원래 목사도 의사처럼 6~7년 과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줄었다. 목사 역시 의사처럼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요하다. 신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교육학, 설교학, 상담학 등 여러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 4년의 대학과정을 밟은 후 3년의 신대원 과정을 지나 강도사, 준목 등 일종의 인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목사고시를 볼 수 있다. 그것을 통과하면 공식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의사는 육체의 병을 고치지만 목사는 마음의 병을 고친다고 말한다. 실력 없는 의사가 수술이나 진단을 하는 것이 위험하듯 목사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 충분한 공부 없이 목회를 하거나 교회를 운영한다면 이단이 되거나 더 큰 어려움에 처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일반 목사는 주로 새벽 기도회를 나간다. 그 이후에는 목회 관련 행사를 준비하거나 교인들을 만난다. 가장 큰 일정은 예배를 인도하기 위한 설교 준비다. 이외에는 교인들의 일상을 돌아보고 상담을 하거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해야 한다. 어렵지 않나

“교과과정에 ‘설교실연’이라는 과목이 있다. 한 학기 내내 동료들 앞에서 직접 설교하고 평가를 받는 시간이다. 기본적으로 성경을 잘 해석했는지, 말하는 태도는 어떤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하는지 등 설교자로서 기본적인 훈련을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 교회에서 설교를 해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다.”

월급이 따로 있나

“목사들은 매월 정기적으로 돈을 받기는 하지만 그것을 ‘월급’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사례비’라고 한다. 목사는 수익에 상관없이 일하고, 그것에 대해 교회와 교인들이 감사한 마음의 보답으로 드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아마 최저임금도 못 받는 목사가 60%는 될 것이다. 최근에는 교인이 적어지고 목사는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교회 일을 하며 다른 일도 겸하는 이중직 형태도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현상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교인이 많이 줄었나

“모든 기독교 교단을 불문하고 옛날보다는 많이 줄었다. 목사를 지망하는 각 신학대학의 학부생도 많이 줄어든 편이다.”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국가가 있나

“독일에서 유학을 해서 유럽이 익숙하지만 더 기억에 남는 건 인도다. 인도에서는 10년 정도 생활을 했다. 3년 정도를 투자해 마을 사람들을 위한 공동 센터를 만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인도의 날씨, 환경, 문화 등 여러 가지 충돌이 많았음에도 목표한 바를 이뤘다는 것이 감격스럽게 느껴졌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목사, 실제 목사가 바라보기에는 어떤가

“대부분 영화에서 좋게 나오는 건 신부님이다.(웃음) 목사는 항상 사이비, 나쁜 쪽으로 묘사가 된다. 그러던 중 최근에 신선하게 본 것은 ‘사바하’라는 영화다. 배우 이정재가 종교문제연구소에서 이단을 파헤치는 목사로 등장한다. 이정재가 연기한 목사는 기존의 목사 이미지를 완전히 파괴하는 캐릭터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말을 함부로 하는 목사를 연기하는 영화 내 이미지를 보면서 차라리 신선하다고 느꼈다.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이 좋았다. 오히려 종교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높은 기대치를 뒤집어 솔직하게 표현했다. ‘자유분방하지만 잘못되지 않는 목사’의 이미지였다.”

   

종교인으로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편견도 많다고

“일종의 선입견의 하나인 것 같다. 물론 종교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고 하나님의 가르침, 사랑과 섬김 등 다양한 덕목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본질적인 것 외에 외형, 문화적인 면 등에 대한 이미지가 특히 한국에서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독일에서는 목사들이 예배 끝나고 교회 앞에 모여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제가 파마를 하면 ‘목사님도 파마를 하시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웃음)”

목사로 살아가며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목사도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일반적인 가치와는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현실에서 세상의 가치와 지향하는 가치가 갈등되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가장 힘들다. 모든 종교인이 공감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타협을 할 것인지, 지향점을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그러한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더 큰 행복으로 안내하는 과정 또한 힘들다. 삶의 변화에 동기 부여하기란 참 무겁고 어려운 일이라고 느껴진다.”



늘 타인의 고통을 공유하는 과정 역시 많은 체력 소모가 있을 것 같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내공(영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영성을 깊이하고 성숙하게 하는 과정이 없다면 내적으로 탈진하게 된다. 목사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강박이나 우울증 등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그럴수록 기도나 명상을 통해 자신을 잘 돌아보며 다스리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종교인으로서 지키고 싶은 자신만의 철칙이 있다면

“목사 안수를 받을 때 다짐한 나만의 화두가 있다. ‘목사답지 않은 목사이면서 정말 목사다운 목사가 되자’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목사들이 갖고 있던 쓸데없는 권위의식이나 허위허식, 경직성을 버리고 열려있고, 그러면서도 진실한 목사가 되고 싶었다.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전하고 예수님이 이 땅에 보여줬던 삶을 사람들과 함께 펼쳐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런 목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다.”

취준생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 있다면

“취준생의 가장 큰 목표는 직업을 갖는 것이겠지만 자신의 삶을 좀 더 멀리 내다보며 비전을 가졌으면 좋겠다. 특히 ‘실력과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실력은 자기가 하고 싶은 전공 분야, 일하고 싶은 영역에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쌓음으로써 생기는 힘이다. 먼저 이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 다음에는 능력. 즉 그 실력을 제대로, 적절하게 펼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힘을 기르고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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