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찬] “구글부터 틴더까지, 끊임없는 도전이 성공 비결” 서가연 틴더 한국 지사장

입력 2020-12-03 14:21   수정 2021-01-19 17:36


- 구글에서 이직한 이유는 “서비스와 함께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




- 모범생의 대담한 도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능력이 성공 요인”




- 테크 회사, 스타트업의 전문 전략가로 성장




- 청년들에게 “도전의 결과는 성장이니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서가연(38) 틴더 한국 지사장은 10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며 틴더와 함께 국내로 복귀했다. 서 지사장은 국내에 ‘틴더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국내 서비스 이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해 한국만의 ‘틴더’를 일궈낸 서 지사장은 청년들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학창시절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만 했던 모범생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서 지사장은 대학 진학 후 자신의 꿈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갔다. 그는 틴더 이전 자신의 삶을 한 글자로 요약한다면 ‘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해외 근무를 결정하게 된 것도, IT 글로벌 대기업 구글을 그만둔 것도 자신의 성장을 위한 거대한 도전들이었다. 

10년간 날카로운 전략가로서 일해 왔던 그는 현재 한국의 가장 트렌디한 서비스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더 새로운 혁신을 고민하고 있다. 11월 30일 틴더 한국지사에서 서가연 한국 지사장을 만나 그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Profile

서가연 틴더 한국 지사장

2006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2007~2009년 Bain & Company에서 전략 컨설턴트

2013년 와튼 MBA 과정 졸업

2013~2014 Ampus, 미디어 전략가(샌프란시스코 소재)

2014~2017 Google의 도쿄와 서울 지사 근무

2017~ 틴더 한국 지사장 

2018년 틴더 한국 및 동아시아 지역 총괄

2019년~ 틴더 한국지사장 겸 동남아시아 총괄 디렉터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고등학교 때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매사 성실한 그런 학생. 한 가지 목표를 설정하면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 가지를 꾸준히 오랜 기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그릿(Grit)’이라고 하는데 그런 능력이 돋보이는 학생이었다.(웃음)”

대학생 때는 어떤 직업을 꿈꿨나

“경제학을 주로 공부하다보니 미래에 대한 상상력도 관련 분야로 좁혀졌던 것 같다. 주로 선배님들이 취직한 컨설팅, 투자증권 쪽에 관심이 있었다. 방학 때 직접 인턴도 해보며 현장을 경험해본 결과 컨설팅 분야에 적성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 경험들은 첫 직장인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 취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10년간 경험한 해외생활은 어땠나

“UC버클리 써머스쿨 교환학생이 첫 해외생활이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과 사뭇 달랐다. 한국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 혹은 인간 ‘서가연’ 등 살아오며 쌓아온 평판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그냥 동양인 여자에 불과했다. 미국은 아무도 나를 모르고 심지어는 관심도 없는 낯선 곳이었지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던 곳이기도 했다. ‘세상은 넓고 크다’라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세계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 때 경험이 이후 해외 생활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첫 직장 이후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배인앤드컴퍼니를 그만두고 런던에 갔을 때였다. 처음 창업 붐이 일던 2010년 초기였다. 모바일이 새로 등장하면서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면서 이커머스 플랫폼 창업에 대해 관심이 생겼는데 정말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웃음) 그래서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와튼 MBA 진학을 결정했다.”

주로 테크 회사에서 근무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동일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플랫폼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꼈던 것 같다. 구글플레이, 틴더 모두 플랫폼 기반 서비스다. 이러한 확장성이 있는 서비스에 매료되면서 주로 테크 회사에서 경력을 쌓게 됐다. 특히 틴더는 엔터테인먼트와 테크가 결합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더 끌렸다.”

구글에서 틴더로 이직하는 과정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구글도 좋은 직장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직장이기도 하고.(웃음) 당시 틴더는 영미권에서는 유명했지만 국내에서는 비교적 작은 서비스였다. 그랬기 때문에 더 도전의식이 생긴 것 같다. 한 회사의 일원이 아니라 한 브랜드와 서비스를 처음부터 키워볼 수 있는 기획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이 기회를 놓치기 싫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물론 주변의 반대와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큼 도전적인 선택을 했을 때 비로소 성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틴더 한국 지사장직은 어떻게 맡게 됐나

“먼저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미국으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틴더에서 일하고 계시던 분에게 연락을 먼저 했다. 커피챗을 하는 동안 지사장직에 대한 나름의 욕심과 목표를 많이 이야기했다. 다행히 틴더 쪽에서도 좋은 반응이 와 2017년도부터 한국 지사장직을 맡게 됐다.”

한국은 인구가 적어 시장 규모도 작을 텐데 한국 지사를 둔 이유가 있나

“한국 시장은 작지만 큰 시장이다. 인구는 적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제1서비스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 구글 플레이에서도 매출이 가장 큰 세 국가를 꼽자면 미국, 일본, 한국이다. 특히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고 인터넷과 같은 통신 인프라, 결제 수단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모바일 앱, 플랫폼 기업에는 진출하기 매력적인 시장이다. 물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또 하나를 꼽자면 한국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중요한 테스트베드다. 한국에서 서비스가 잘 운영된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위한 전략을 짠다.”

해외 지사와 한국 지사 근무 시 느껴지는 차이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문화적인 차이는 있다. 대부분 의사소통 방식이나 업무 스타일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제가 주로 근무했던 플랫폼, 테크 회사는 지사별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여러 지사들이 하나의 팀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고 느꼈다. ‘틴더’라는 문화, ‘구글’이라는 문화. 하나의 서비스를 구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업무가 돌아가기 때문에 회사라기보다는 하나의 팀, 하나의 문화로 업무를 했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업무형태도 변화가 많겠다

“많다. 대부분이 화상회의로 전환됐다. 작년에는 한국에 있는 시간을 손으로 꼽을 만큼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길었다. 처음에는 출장이 줄어드니 좋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면 미팅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틴더는 이러한 화상회의나 원격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어 적응해야 할 것은 크게 없었다. 다만 해외 여러 지사들과 소통을 하려면 밤낮이 없다는 점이 조금 힘들다.(웃음)”

틴더의 국내 성공 비결은 

“한국은 고맥락 문화 사회다. 같은 취미를 갖고 상대를 이해하는 ‘맥락’이 있어야 새로운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 틴더는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과 간단한 소개를 보고 스와이프로 좋고 싫음을 결정할 수 있는 상당히 심플한 서비스였다. 그래서 최근에는 프로필에 취미 작성란을 추가했다. 또한 올해 9월에는 ‘세계 종말이 일어난다면 당신은?’이라는 주제로 사용자들이 선택지를 고르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틴더 프로필에 ‘스와이프 나이트’ 선택 결과를 추가해 좀 더 상대를 깊게 이해한 후 매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틴더가 운영하는 유저 스토리 캠페인 화면.


단순 데이팅 앱이 아니라 ‘소셜디스커버리앱’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틴더가 한국에서는 ‘데이팅 앱’으로 소개되기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거부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서 틴더는 실제 사용자의 반응을 반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처음에 틴더는 글로벌 데이팅 앱으로 소개됐지만 실제로 한국 멤버들은 틴더를 어떻게 사용하나 봤을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니즈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준거집단 위주로 주변이 형성돼 있는 한국에선 자신과 접점이 없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그러한 점을 고려해 한국에서는 틴더를 ‘소셜디스커버리 앱’으로 재정의해 마케팅을 시작했다. 금방 새로운 사람과 연결돼 이야기도 해볼 수 있는 서비스의 직관성 역시 빠른 대중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젊은 서비스다. 트렌드를 발 빠르게 읽는 비결은 무엇인가

“유저 리서치를 빠르게 해내는 팀원들이 비결이다. 만 18세부터 25세까지, Z세대는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보는지 항상 관심 있게 찾아본다. 그런 노력의 일환이 틴더 대학생 서포터즈인 ‘틴더 플레이메이커’ 프로젝트다. 대학생들과의 지속적인 스킨십과 프로젝트를 진행해볼수록 실제 인지도 상승이나 젊은 분위기를 선도하는 등의 긍정적 변화가 느껴진다.”

글로벌 리더로서 갖춰야 할 필수 소양이 있다면

“Cross-functional collaboration & communication. 특히 외국계에서 필요한 역량 같다. 영어를 무조건 잘할 필요는 없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관련 부서, 협력사와 함께 일을 해나가는 것은 외국계, 스타트업 종사자에게는 큰 역량이다. 덜 위계적이면서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직급과 관련 없이 외국계 테크 회사에서 일할 때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틴더가 국내에서 이뤄야 할 목표가 있다면

“틴더는 많은 혁신을 해왔다. 하지만 틴더에 여전히 많이 필요한 것도 혁신이다. 틴더는 사용자의 피드백이 중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들의 경험 데이터를 반영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구상 중이다. 2021년에는 안전과 신뢰(Trust and safety)를 중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틴더는 서비스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 실제 유저들의 만남 사례를 반영한 ‘틴더 유저 스토리 캠페인’을 런칭하며 무궁무진한 만남의 가능성을 가진 ‘안전한 서비스’임을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남들이 ‘왜?’ 라고 물어보는 선택을 용기 있게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요즘은 엄청난 스펙과 경쟁력을 가지고도 취업을 못해 고민이라는 친구들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구글을 나오기로 했던 결정 역시 나의 가능성을 믿은 선택이었다. 내 가능성을 믿고 도전한 선택은 힘들지만 늘 성장이 뒤따랐던 것 같다. 청년들의 많은 도전들을 응원한다.” 

subinn@hankyung.com

[사진 제공=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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