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한유진 대학생 기자]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꿈꿔왔던 교환학생 생활을 접어야 했던 학생들이 있다. 이미 상반기에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던 학생들이 급히 귀국하거나, 출국 직전에 프로그램 취소 통보를 받고 휴학하거나 한국에서의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발생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명부 작성, QR코드 발급 등이 의무화되면서 별도의 안내를 받지 못한 외국인 학생들은 일상생활까지 번진 어려움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학교는 다녀야 하는데 한국어를 쓸 수 없는 환경이라 어렵죠”
대만에서 온 숙명여대 교환 학생 제시카 리(22) 씨는, 코로나 사태로 자신이 계획했던 교환 프로그램 시기 자체를 변경해야 했다. 그는 작년 가을부터 한국 파견을 희망해 올해 초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심각해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파견 시기를 6개월이나 미뤘다.
제시카 씨는 “갑작스러운 파견 일정 변경으로 항공권 취소가 어려워져 티켓값의 절반을 날렸다. 한국에 오기 위해 발급받았던 비자 또한 무용지물이 됐다”며 파견 일정 변경으로 인한 피해를 언급했다. 그러나 제시카 씨가 원래 속해 있던 대학의 정책에 따르면, 교환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가 아닌 이상 교환 학생들은 교환 학교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금전적 손실의 책임은 고스란히 제시카 씨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온 학생들은 실제로 등교를 할 수조차 없었다. 제시카 씨가 교환 학생으로 속해 있는 숙명여대는 올해 1학기와 2학기 모두 일부 실습 과목을 제외한 전 과목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했다.
제시카 씨는 이러한 비대면 강의 결정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른 교환 학생들이나 한국인 학생들을 만날 수 없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여전히 크다. 그는 “다양한 한국 문화를 즐길 생각에 큰 기대를 안고 있었다. 일정 연기와 코로나 사태 악화로 기대해왔던 것과는 다른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제한적인 한국 교환 학생 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덧붙였다. 또한 제시카 씨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 많은 한국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 대화할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아쉽다. 채팅을 통해 영어로 소통해야 해 한국어 사용도 크게 하지 못한다”며 직접적인 불편함에 대해 언급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된 ‘외국인 혐오’ 속 외국인 유학생들
제시카 씨는 학사 일정 변경으로 인한 불편함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모국어인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망설였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화권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내 일부의 시선 때문이었다.
제시카 씨는 “실제로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상황을 겪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온라인 상으로 느껴지는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은 움츠러들게 하기 충분한 정도였다”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에 입국한 탄자니아 출신 교환 학생 마이클 보니파시오(22) 씨는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이후 불편한 시선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한국에서 다른 외국인 교환 학생 친구들과 함께 마트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쇼핑을 하면서 사람들이 우리가 외국인임을 알아챔과 동시에 가까이 오지 않으려 하는 것이 느껴졌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외국인 역시 해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차별을 받았던 한국 유학생과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QR코드에 대한 안내 없이 시작된 ‘입장 시 QR코드 필수 정책’
외국인 교환 학생들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파된 이후에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가장 큰 불편함으로 제시된 것은 QR코드였다. 제시카 씨는 “외국인 등록 카드를 발급받기 전까지 QR 코드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수기 명부를 제공하지 않는 곳에서는 입장이 곤란할 때도 있다”며 “매번 수기 명부를 작성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거의 모든 시설 입장을 위해 QR코드를 통한 전자명부 기입이 의무화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QR코드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QR코드 발급을 위해 카카오톡, 네이버 등 실명 인증이 필요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등록증이 없는 한국 내 거주 외국인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하는 교환 학생 같은 경우에는 QR 코드 사용이 가능하지만, 제시카 씨처럼 등록증이 나오기 전까지는 관광객들처럼 수기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제시카 씨는 이러한 QR 코드 발급 절차에 대해 교환 학교로부터 어떠한 공지조차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변 친구로부터 교환 학생 신분에서 QR 코드 발급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교환 학교 측에서 이 사실을 알려줬다면 더 편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몇 교환 학생들은 학교 측의 안내 부족으로, 외국인 등록 시 QR 코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QR 코드 사용이 외국인 등록을 한 교환 학생에게는 허용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마이클 씨는 “QR 코드 사용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친구의 도움 없이는 식당이나 편의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기 명부가 없는 곳에서는 입장부터 어려움을 겪어 지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취재에 응한 두 학생은 “남은 한국에서의 교환 학생 생활을 좀 더 불안감 없이 보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을 비롯해 한국 내 거주하는 외국인 교환 학생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한 사회적인 개선책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ubinn@hankyung.com
[사진 제공=한유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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