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70만 원 벌어요”…대학생 울리는 ‘인스타 유사 다단계’

입력 2020-12-26 01:27  




[한경잡앤조이=장예림 인턴기자] “안녕하세요 브랜드 뷰티크리에이터 입니다. 이미지가 너무 좋으셔서 뷰티크리에이터로 컨텍하고 싶어서 글 남겨요. 관심 있으시면 DM 주세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댓글이다. 댓글의 작성자는 자신을 ‘뷰티크리에이터’, ‘어필리에이터’라 소개하지만 대부분 가입을 유도해 수십만 원의 가입비를 받아내고 추가 가입자를 데리고 오도록 유도하는 ‘유사 다단계’ 업자들이다.

평소에 인스타그램을 자주 이용하는 정 모(24) 씨는 이들에게 ‘뷰티크리에이터’ 제의를 받고 오프라인 교육에 참석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정 씨는 지난 1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댓글로 ‘뷰티크리에이터’ 제안을 받았다. 뷰티크리에이터 매니저라고 소개한 이 사람의 계정에 들어가자, 명품과 현금다발 등의 사진이 가득했다. 게시글에는 “부업을 시작하고 두 달 만에 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며 “자신이 키우는 후배들도 비슷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간증 글이 주를 이뤘다.

정 씨는 “최근 SNS 인플루언서들이 많지 않나. 친구 중에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나도 그런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건가 싶어 DM(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제안을 승낙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 오프라인 교육을 들으러 오라는 말에 정 씨는 모처의 한 카페에서 2명의 매니저들을 만났다. 하지만 교육에는 뷰티크리에이터로서 어떤 제품을 홍보하고,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내용은 온데간데없었다. 정 씨는 “구체적인 업무는 설명하지 않고, 매니저들이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초기 비용 ‘90만 원’을 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 90만 원을 내면, 월 수백만 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방법을 전수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정 씨는 매니저들의 끈질긴 회유를 뒤로한 채 가까스로 자리를 떴고,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한 신종 다단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간단한 온라인 마케팅으로 수백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회원을 불러 모아 가입을 시킬 때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단계의 전형인 ‘피라미드식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활동 방법과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직접 ‘인스타 부업’ 업체 매니저와 24일 접촉을 시도했다. 접촉은 어렵지 않게 성사됐다. 인스타그램에 ‘인스타 부업’이라고 검색하자 관련된 해시태그가 33만 1천 건에 달했고, 이 중 가장 상단에 랭크되어 있는 업체 매니저에게 연락을 취했다. 계정 프로필에 안내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대화를 시도하자 이내 답장을 받았다. 사업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장문의 메시지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24일 인스타 부업 매니저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사진=장예림 인턴기자)


이 업체 매니저는 정 씨에게 들었던 바와 마찬가지로 ‘초기 비용’ 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매니저는 초기 비용을 ‘회사에 정당하게 입사하는 조건’이라 소개하며, 이후 자기가 얼마를 벌던 초기 비용 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니저는 댓글 아르바이트, 인스타그램 좋아요 클릭, 리뷰 작성 등 부수익을 벌어들이는 방법도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월 30~50만 원을 버는 ‘부가수익’에 불과하며, 1건 당 170만 원 상당의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다른 가입자를 불러들어 가입을 성공시키는 ‘회원모집’ 방법이라고 말했다.

매니저는 자신들이 다른 다단계 부업 업체와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멘토-멘티제로 교육이 이루어져 사후관리가 철저할 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전략과 상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유사 다단계 피해를 입거나 유사 투자자문을 위한 금전 거래를 한 경우, ‘7일 이내 환불이 가능하지만 때에 따라 환불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세심한 주의를 요구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양 당사자가 직접 대면하여 이루어진 계약이 아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진 통신판매 계약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며 “전자상거래법 제17조 1항에는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해당 계약에 대한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계약일부터 7일 이내에 사업자에게 본인의 의사표시가 적힌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청약철회 절차를 밟으면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는 신용카드 등을 통한 할부거래의 경우 계약 철회가 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관계자는 “다단계 판매의 경우에도 최종 소비자로서 상품을 구입한 경우이거나, 다단계 판매원이라고 하더라도 적법한 청약철회인 경우 철회권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청약을 철회한 계약에 대해서는 신용카드회사 등에 통보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할부거래 계약 후 상거래를 목적으로 한 계약의 경우는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계약 철회를 인정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슷한 부업 제의를 자주 받는다는 대학생 박 모(24) 씨는 인스타 부업 제의에 대해 반감을 표하면서도 플랫폼 자체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박 씨는 “SNS에 셀카를 올리기만 하면 뷰티 크리에이터니 뭐니 하며 달콤한 제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짧은 시간 안에 수백, 수천만 원을 벌 수 있다고 과장해서 광고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장 광고로 피해 보는 사람이 없도록 플랫폼 내 규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yr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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