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코로나19로 설 곳을 잃은 사람들은 비단 공연계뿐만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관과 휴관을 번갈아 선택해야 했던 다양한 전시회, 문화공간도 찬바람을 맞았다. 관객의 발길이 끊긴 미술관은 가상현실(VR), 동영상 등을 활용한 여러 가지 온라인 전시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며 언택트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시를 준비하던 작가,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중소 규모 전시관 등은 여전히 정체상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가져온 스타트업들이 있다.
△유튜브를 통해 비대면 콘텐츠를 운영 중인 국립현대미술관(MMCA).(사진 제공=MMCA 유튜브)
코로나19로 문화예술 만남의 장 역시 정체기…중소 규모 전시관은 온라인 대체도 힘들어
국내 미술관들은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해 동영상 형태의 전시 소개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온라인 전시 서비스가 효과를 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미술 작품을 포괄적으로 소개하는 것으로는 현장의 생생한 감각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없다. 이러한 부분들을 극복하기 위해 대형 미술관에서는 VR 콘텐츠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전시장 내 가상공간을 만들어 가상현실 속의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방식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미술관으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2021년 전시 계획에 따르면 가상현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융·복합 전시 등의 새로운 전시 방식이 등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별도의 디바이스가 필요하다는 점, 충분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일반 관객들에게 관련 정보가 없다는 점 등을 봤을 때 VR 콘텐츠는 아직 진입장벽이 크다. 특히 예산이 충분하지 못한 중소 규모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개인 전시를 하고자 하는 작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며 해결사로 나섰다.
△스타트업 노다멘이 주최, 주관했던 전시 이미지.(사진 제공=노다멘)
오프라인 예술의 현장 분위기를 온라인으로 재현나선 스타트업들
이원준 대표는 “미술작품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은 그 장소만이 갖고 있는 일회성, 유일성 등을 어떻게 재현해낼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린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이라며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서 미술계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기 어려웠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준 대표가 설립한 노다멘은 미술 콘텐츠로서 TV를 통해 누구나 쉽게 감상하고 디지털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파트론(PATRON)’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노다멘의 서비스는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돼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삼성뿐만 아니라 LG, TV 제조기업, IPTV 업체들은 고화질, OLED 기술과 협업할 수 있는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다”며 “관련 콘텐츠를 확보한 스타트업들은 대기업들이 보유한 노하우와 기술 등을 통해 다양한 협업을 꿈꿔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를 위해 협업을 앞둔 작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TV 스크린과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작품으로 재촬영에 들어간 작가도 있을 정도다.
노다멘의 서비스는 2021년 1월 KT IPTV 기가지니 스피커를 통한 정신 런칭을 앞두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로 도슨트 기능이 추가돼 비대면 전시인 ‘파트론디지털전시’로 음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화백 박서보, 김창렬, 고영훈등 10명 이상의 화백들과 협업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당분간 무료로 전시될 예정이다.
△널위한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현장.(사진 제공=오대우 대표)
또 다른 스타트업인 '널위한문화예술'은 예술 관련 교양과 지식 등을 독특한 소셜화법과 영상 콘텐츠를 통해 재미있고 친절하게 전달한다. 전시와 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친근한 콘텐츠들로 낮춰 예술관련 브랜드와 서비스를 큐레이션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현재까지 널위한문화예술은 채널 통합 30만여명 독자들과 함께 하며 예술과 지식교양에 대한 니즈를 확인받고 있다. 널위한문화예술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서비스로 중점 운영되는 만큼 시공간적, 물리적 한계로 예술을 즐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예술 콘텐츠로서의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널위한문화예술 유튜브에서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예술 큐레이션 콘텐츠.
(사진 제공=널위한문화예술)
오대우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문화활동에 한계가 생기며 예술이 공유되는 것 자체가 침체된 상황”이라며 “업계의 위축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꾸준히 고객들의 새로운 니즈를 파악하고 접점을 마련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조직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빠른 계획 설계와 실험, 검증과정이 이뤄질 수 있다. 오 대표는 “스타트업은 콘텐츠 측면에서 빠르고 가깝게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만큼 트렌드의 민감도도 높다. 이러한 실험 정신과 트렌드에 대한 민감도가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새해계획으로 ‘새롭고 특별한 예술경험’을 꼽았다. 시각 예술 분야로만 집중됐던 콘텐츠를 건축, 문학, 공연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운영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오 대표는 “독자의 개별적인 문화예술 경험이 풍부해질 수 있도록 여러 연계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ubinn@hankyung.com
[사진=각 대표 제공]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