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어른 되는 만18세, ‘보호 종료 아동’ 돕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

입력 2021-01-25 17:30   수정 2021-01-25 18:30


- 매년 약 2천 명 아동의 보호 기간이 종료되지만, 각박한 현실 계속돼




- 준비 없이 ‘홀로 서기’ 해야 하는 18세 ‘보호 종료’ 아동들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수지 대학생 기자] 아동 양육 시설, 위탁가정 등에서 생활한 아이들은 만18세가 되면 보육원에서 퇴소해야 하는 ‘보호 종료 아동’이 된다. 법적 어른으로 분류돼 정부의 보호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국내 보호 종료 아동의 수는 연간 2000~3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만18세가 되어도 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는 보호 종료 아동들을 위해 아름다운 재단에서는 ‘열여덟 어른’이라는 캠페인을 열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도표 보호 종료 아동의 수.(자료 제공= 아동권리 보장원)

아름다운 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인, 부족한 지원금, 부족한 멘토 문제 파악에서 시작

정부는 보호 종료 아동에게 자립정착금으로 300만원에서 1000만원(지역별로 상이)과 자립 수당 30만원(보호 종료 후 3년까지)을 지급한다. 만 18세에 성인이 된 이들은 자립정착금으로 홀로 살 집을 찾고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에 해당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 LH와 정부는 주거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LH 청년 전세 임대주택, LH 소년소녀가정 전세 주택, LH 청년 매입임대주택, LH 영구 임대주택 제도를 통해 보육원 등 시설 퇴소예정자와 시설 퇴소 5년 이내의 보호 종료 아동을 지원한다. 

보호 종료 아동들에게는 멘토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 아름다운 재단은 이를 파악하고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기획했다. 아름다운 재단은 재단의 첫 기부자인 故 김군자 씨가 조성한 ‘김군자 할머니기금’을 통해 2001년부터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재단의 1% 나눔 팀에서 진행하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은 보호 대상 아동과 보호 종료 아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인식에서 출발해 기획했다. 김성식 아름다운 재단 팀장은 “보호 종료 아동들이 홀로 살아낸 동정의 대상이나 역경을 이겨낸 신데렐라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보통의 청년들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캠페인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캠페이너 단체 사진.(사진 제공=아름다운 재단)


실제 보호아동 출신 캠페이너가 진행하는 ‘당사자 프로젝트’

‘열여덟 어른’ 캠페인은 보호 종료 아동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실제 당사자’들이 진행한다는 점에서 다른 캠페인과의 차별점을 보인다. 각 캠페이너(당사자)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호 종료 아동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2019년도에 진행된 시즌 1에 이어 현재는 신선 캠페이너를 포함한 6명의 당사자가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젝트로는 △당사자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신선 프로젝트’ △미디어 속 보호 종료 아동 캐릭터가 차별받는 장면을 보호 종료 당사자의 생각을 담아 긍정적으로 패러디하는 ‘손자영 프로젝트’ △7명의 당사자가 보육원 강연을 진행하는 ‘허진이 프로젝트’ △가방 디자인을 진행하는 ‘박한수 프로젝트’ △동화책 ‘안연주 프로젝트’ △캐릭터 웹툰 디자인 ‘주경민 프로젝트’가 있다. 

“보호 종료 아동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알리고 싶었죠.”

‘당사자 미디어 채널’의 신선 캠페이너 
신선(28) 캠페이너는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블로그 포스팅 활동을 진행했다. 아름다운 재단에서의 캠페인 활동을 제안받은 신 씨는 “기존의 NGO에서 보여주던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불쌍함, 동정심에서 시작되는 캠페인이랑은 달랐다”라며 “‘당사자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내자’는 캠페인의 취지가 나와 맞는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본인의 만 18세 당시 보호소 퇴소 상황을 설명했다. 
“단체생활을 15년 동안 해오다 보니 당시에는 막연히 시설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자립하고 나니 모든 것은 현실로 다가왔죠. 집에 불이 날 뻔했을 때에는 도움을 구할 곳을 찾지 못해 막막했어요. 보육원에서는 선생님들이 모든 걸 해결해줬으니 정말로 제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당황스러웠죠. 퇴소 이후에는 갑자기 혼자가 됐으니까요.”

신선 캠페이너는 만 18세 이후 보호소를 퇴소했어야 했던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신 씨는 아름다운 재단으로부터 캠페이너 활동을 제안 받고 현재 ‘당사자 미디어 채널’을 통해 보호 종료 아동을 조금 더 솔직하게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신 씨는 캠페인 이전에는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는 블로그 포스팅을 진행했었다. 신 씨는 “다른 채널에서 보여주던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불쌍함, 동정심에서 시작되는 캠페인이랑은 방향성이 달랐다”며 “‘당사자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내자’는 캠페인의 취지에 크게 공감했다”며 참여 계기를 말했다. 



신선 캠페이너 팟캐스트 녹음 현장.(사진 제공=아름다운 재단)

‘신선 프로젝트: 당사자 미디어 프로젝트’는 신 씨가 직접 팟캐스트, 유튜브 등의 미디어 채널에서 보호 종료 아동의 이야기를 다루며 대중에게 현실을 알리는 프로젝트다. 팟캐스트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에서는 보육원에 입소 이후 일화를 다룬다. 유튜브 채널 ‘열여덟 어른 TV’에서는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인식개선 영상과 보호 종료 아동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 외에도 네이버 카페 ‘우리는 열여덟 어른이다’를 운영하고 ‘보호 종료 아동 인터뷰’를 하는 등 보호 종료 아동의 현실을 소개하고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 씨는 “보호 종료 아동들을 편견과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꿈을 찾는 보통의 청춘으로 사회가 받아들이는 것이 ‘열여덟 어른’ 캠페인의 목표”라고 말했다. 신 씨의 꿈은 ‘아동 자립 전문가’다. 아동 자립 전문가는 신 씨가 만들어 낸 새로운 직업이다. 

아동 자립 전문가란 현재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내용처럼 자립 선배로서 신 씨가 아는 정보와 경험을 통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보호 종료 아동들에게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뒤를 돌아보면 사회복지사 선생님이나 친구, 동생들까지 돕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으니 겁내지 말았으면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열여덟 어른’ 캠페인 시즌 1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개인 및 기업 기부자들의 증가로 2020년 아름다운 재단에서는 비진학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신규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재단은 2021년에도 보호 종료 당사자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인식에 대해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subinn@hankyung.com

[사진 제공=각 인터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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