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베트남 교환학생이 말한다 "이 시국에 교환학생? 현지생활이 목적이라면 OK”

입력 2021-01-29 15:35   수정 2021-01-29 15:43

[한경비즈니스=조수빈 기자][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전누리 대학생 기자]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과 거리두기가 일상화됐다. 새로운 학기를 앞두고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교환학생 정말 갈 수 없는 걸까요”와 같은 글들이 자주 업로드 된다.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 중 하나인 교환학생 기회를 놓치기에는 아쉬운 마음들이 큰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교환학생 생활을 선택한 대학생 3명을 만나 이야기와 조언을 들어봤다.

Profile
김세찬 26세, 미국 뉴욕주립대(SUNY) 오네온타 (2020년 1학기)
임호현 25세, 독일 마부르크 (2020년 2월부터 현재까지)
정유나 25세, 베트남 하노이인문사회대학 (2020년 1, 2학기)

해당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세찬 “미국 동부에 위치한 대학들 중 현재 전공하고 있는 ‘방송영상뉴미디어학과’ 수업이 많이 개설된 곳이다. 실제로 교환학생 생활 중 방송국 체험, 현지 친구들과 영상 제작, 영상 스크립트 제작 등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임호현 “독일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현지에서 생활해보고 싶어서 교환학생을 결심했다. 2020년 2월에 출국해 여전히 독일 마부르크에서 공부하고 있다.”

정유나 “베트남 하노이인문사회대학 교환학생으로 6개월, 휴학 후 현지 어학당에서 6개월, 총 1년을 베트남에서 보냈다. 베트남과 한국은 비슷한 문화적, 역사적 흐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치적으로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 이중전공으로 베트남어를 선택했다. 공부하다 보니 다양한 성조를 가진 언어도, 맛있는 음식도, 각양각색의 여행지도 직접 느껴보고 싶어 유학을 생각하게 됐다.”


△하노이대 한국학과가 주최한 축제에서 정유나 씨(우측)가 베트남 친구(중앙)와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

코로나19 상황을 감수하고 출국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따로 세워뒀나
김세찬 “출국 당시에는 국내 코로나19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큰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는 3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미국은 코로나19를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기고 별 대응도 하지 않았다.”

임호현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만약 상황이 지나치게 심각해질 경우에는 귀국할 마음으로 출국했다.”

정유나 “한국 학사일정과는 달리 베트남은 1월 초에 약 1~2주간 OT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 긴 뗏(음력설/베트남 최대 명절)기간을 보낸다. 현지에서 여러 가지 준비도 할 겸 미리 출국했다. 1, 2월경 동남아에 확진자가 증가했고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한국에 돌아가도 해결책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남은 기간 조심하며 살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는데도 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김세찬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하게 돼 미군들과 교류하면서 본토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현지에서 살아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임호현 “독일 현지에서 생활하는 것 또한 교환학생을 온 목적의 일부였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이어도 상관없었다.”

정유나 “온라인 수업은 한국에서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수업 외에도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베트남 교환 생활 중 새로 만났던 인연들이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김세찬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한 달 전에 손 세정제와 마스크를 구비하기 위해 인근 마트를 돌아다녔지만 재고가 없어 빈손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거주했던 지역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바르게 착용했다. 수업 방식 역시 빠르게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배달 시스템도 생기며 음식 주문도 수월하다.”

임호현 “여전히 일일 신규확진자가 1~2만 명대다. 올해부터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으며 업무 목적을 제외하고는 여행이 불가능하다.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당 200명 이상인 구역은 근방 15km 이내로만 이동할 수 있다. 바이에른주를 시작으로 가게 및 대중교통에서는 ffp 2급 마스크를 써야 한다. 개인주의가 강한 서양문화권이라 그런지 거리두기 및 방역이 한국에 비해 잘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정유나 “베트남 정부는 소규모 식료품 가게를 제외한 가게는 영업금지 명령을 내리고 음식점은 배달만 가능하게 하는 등 단호한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지역 간의 이동도 금지하며 그 일환으로 그랩(베트남의 택시 앱)도 이용이 불가했다. 이 조치의 경우 굉장히 갑작스럽게 시행됐다. 오전에 그랩을 불러 과외를 갔다가 오후에 집에 돌아갈 때 그랩을 이용할 수가 없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베트남 특유의 애국단결력 덕에 잘 지켜진 편이다.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자며 직접 만든 부직포마스크를 나눠주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카페들에선 항상 베트남응원가가 나왔다. 인기 가수의 노래를 코로나19 예방송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코로나19 이후 동양인 혐오에 대한 이슈도 있었는데
정유나 “대구에서 대규모감염이 일어나고 한국인 여행객들이 반미를 ‘빵 쪼가리’라고 말한 기사가 터졌을 때 한국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졌다. 평소처럼 식당에 쌀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계산대 옆 아저씨가 ‘코리아! 코로나!’라며 기침하는 척을 하며 웃었다. 교환학생 중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느낀 적은 없었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던 경험이다.”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되나
김세찬 “보험은 학교에서 지정해주는 것만 들 수 있다. 보험료는 상당히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와 관련된 보험처리는 어려웠다. 친한 친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학교도 인근 지역 병원도 도와줄 방도가 없었다. 가장 안전한 것은 스스로를 격리하는 것이라는 지침만 있었다. 다행히 미열만 있을 뿐 큰 증상은 없어 2~3주 격리 후 회복했다. 회복 이후 며칠 후 본국으로 돌아간 걸로 기억한다.”

임호현 “독일이 유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보험으로 처리된다고 알고 있다. 독일의 모든 공립 대학교 혹은 연방정부에서 인정하는 대학 교육기관에 등록된 사람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뉘는데, 대표적인 공보험 회사에는 TK와 AOK, 사보험 회사에는 Mawista, Care Concept이 있다. 공보험은 보험료가 한 달에 100유로 이상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사항, 각 보험사의 장단점을 잘 확인해야 한다.”

정유나 “현지 의료보험이 그렇게 잘 돼있는 편은 아니다. 병원비는 주로 여행자보험이나 유학생보험을 통해 해결한다. 무엇보다도 베트남인들은 병원에 잘 가지 않고 주로 자가치료나 약을 사먹으며 해결한다. 하노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날 무렵, 갑자기 38도 이상의 고열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어쩔 수 없이 민간요법을 썼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결국 한인병원을 찾았다. 하노이 시내 가장 큰 한인병원임에도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구비돼있지 않아 결국 약만 받아와야 했다.”

학교 수업과 시험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김세찬 “모든 수업은 줌으로 진행됐다. 뉴욕주지사 명령으로 학교도 갑작스럽게 내리게 된 결정이었다. 다행히 온라인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크게 혼란은 없었다. 연기 수업에서는 줌으로 실시간 연기를 해야만 했다. 미디어 실습과 관련된 과제나 시험 역시도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촬영, 편집 과제는 그 범위가 축소되거나 텍스트 과제로 대체됐다. 다른 친구들 역시 시험이 레포트 작성이나 간단한 영상 편집물 제출의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들었다.”

정유나 “베트남은 코로나19가 시작되자마자 중국발 비행기를 모두 막고 철저한 봉쇄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증상을 감추고 유럽에서 귀국한 유학생을 시작으로 코로나19가 퍼져나갔다. 학기 초반에는 대면수업을 했지만, 뗏기간 이후부터 정부 지침에 따라 개강이 계속 연기됐다. 결국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수업이 진행됐고 학기 말에는 대면수업이 이뤄질 수 있었다.”



△김세찬 씨가 수강한 연기 수업이 줌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학교 측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별도 보호조치나 안내사항이 있나
김세찬 “4월 중순 지역보건소에서 ‘당신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방에서 대기한 상태로 학교 행정부의 연락을 기다리라’는 전화가 왔다. 잠시 후 학교에서 연락이 왔고 한 시간 내로 짐을 싸라는 지시를 받았다. 짐을 싸고 이동한 곳은 교내에 위치한 교수 숙소였다. 그후로부터 2주 동안 별도의 설명 없이 격리됐다. 격리기간 동안에는 학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달받을 수 있었다.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학교 측에서도 나름 잘 대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호현 “주 정부 지침에 따라 작년 4월에 대구 출신 학생들을 2주간 격리한 적이 있다. 그 외에도 모든 조치들은 정부 지침에 따랐다.”

정유나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따로 제공되는 안내는 없었다. 다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나 확진자의 이동 경로 및 증가 현황은 페이스북을 통해 매일 확인할 수 있었다. 베트남은 학교 메신저나 사내 메신저가 따로 없고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업무를 해결한다. 뉴스는 물론 학교 공지도 페이스북에 올라온다. 조교나 학교직원과 친구를 맺어 그들이 올려주는 소식을 확인한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안전장치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김세찬 “미국의 보건이나 행정 시스템이 한국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 워낙 영토가 넓은 것도 있지만 사회·경제적 지역 격차도 커서 한국에서처럼 세심한 케어를 바라기는 어렵다. 코로나19를 통해서 보험의 커버리지, 사회적 거리두기의 체계화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하반기에는 무리하게 대면 강의를 실시하다가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총장이 사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정유나 “한국처럼 이메일로 공지를 보내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페이스북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된 소식이 피드 하단으로 내려가고, 다른 소식과 섞이다 보니 정보를 얻기가 불편하다. 다행히 베트남어를 할 줄 알아서 덜 불편했지만 아직 베트남어가 익숙지 않은 유학생들을 위해서는 번역을 같이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베트남 학교에서 혼자 사는 학생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원이 막혀 생계가 어려운 학생에게 무료로 식료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이건 한국이 배울 점이라 느꼈다.”



△독일 다름슈타트(Darmstadt)에서 임호현 씨가 촬영한 사진.


교환학생 생활 중 가장 큰 고충을 꼽는다면
김세찬 “미국 학기는 봄방학을 기준으로 전과 후를 나눌 수 있다. 전 시기는 후반부를 위해 기초를 다지는 시기다. 후반부는 실습 과제, 브로드웨이 구경, 스튜디오 현장학습, 단기 인턴 등 학교 차원에서 교환학생들을 위한 현장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고 와야 했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정유나 “하숙집에 살다보니 생각보다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한 것이 아쉽다. 팀플에서 같은 조 친구들과 친해지고, 하숙집에서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 현지 교환학생의 경험을 아쉽게 만들었다.”


△정유나 씨와 친구들의 모습.


출국을 앞둔 다른 교환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김세찬 “우선 비싼 물가와 팁 문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가게 될 학교에 미리 다녀온 학생들의 후기를 세심히 읽은 게 큰 도움이 됐다.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으로 간다면 인종차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지역에 따라 기후 특성에 알맞은 옷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뉴욕 북부는 눈이 오면 무릎까지 쌓일 정도다. 미리 찾아보고 롱패딩을 가져갔는데 현지인들이 매우 흥미로워했다.”

임호현 “현재 독일에선 지속적으로 락다운이 강화 및 연장되고 있다. 락다운으로 관청조차 문을 닫은 곳이 있기 때문에 비자 발급이 어려울 수 있다. 한국에서 미리 비자를 받아오는 걸 추천한다. 오티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도, 정보를 구하기도 어려운 편이다. 한국인 친구를 찾는다면 페이스북 독일 유학생 네트워크(독유넷), 베를린 리포트에 글을 올리는 걸 추천한다. 독일은 냉난방 시스템이 부실하다. 선풍기와 전기장판은 꼭 가져오는 게 좋다. 주마다 마스크 정책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도 필요하다.”

정유나 “나이는 몇 살이냐, 남자친구 있느냐, 없으면 베트남 남자는 어떠냐는 등 사적인 질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베트남 친구가 말하길 나이를 물어보는 이유는 ‘나’를 지칭하는 베트남의 단어가 다양해서라고 한다. 개인정보를 묻는 건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베트남에는 한국 화장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 화장품 샘플이나 마스크팩을 챙겨가서 선물하면 좋다. 바퀴벌레도 많은 편이다. 하수구용 트랩이나 비오킬 같은 퇴치제를 가져오는 것을 추천한다. 수질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샤워기헤드와 필터도 챙겨가면 도움이 된다.”

subinn@hankyung.com
[사진=인터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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