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신년사 들여다 보니 민생 강조…먹고살게 하는게 권력 안정

입력 2013-01-01 16:57   수정 2013-01-02 02:27

인민생활 11번 표현
핵문제 언급 없어
남북대화 여지 열어 둬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새로운 정책기조를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김일성 주석 사망 19년 만에 처음으로 육성으로 직접 신년사를 발표한 형식을 택한 것이 눈에 띈다.

북한의 신년사는 한 해 동안 국정 전 분야의 시정지침과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1946년 1월1일 김일성이 신년을 맞아 연설한 것으로 시작됐다. 김일성 생전에는 육성을 통해 신년사가 발표됐으나 김정일은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조선인민군보, 청년전위 청년보 등 3개 매체의 공동사설 형식으로 발표했다. 이번에 19년 만에 김정은이 육성으로 직접 신년사를 발표한 것은 김일성에 대한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경제부분에 가장 큰 비중을 할애했다. 특히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며 ‘민생경제’를 강조한 점이 주목된다. 김정은은 “경제건설의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 인민생활과 직결돼 있는 부문과 단위들을 치켜세우고 생산을 늘리는 데 큰 힘을 넣어 인민들에게 생활상 혜택이 더 많이 차려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년사에서 ‘민생’ ‘인민생활 향상’ 등의 표현은 모두 열한 번 사용됐다. 먹고 사는 문제가 정권안정을 위해 절실한 과제라는 점을 나타내 준다.

경제개선 조치와 관련해 김정은은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경제지도와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며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들을 널리 일반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6·28 경제개선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대결상태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도높게 비난했던 데 비해 차분한 톤을 유지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남한의 차기정부를 향해 “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은 북남관계를 전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전제”라며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이행을 강조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그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 여지가 있다는 의미”라며 “특별한 제의는 없지만 톤 자체가 강경하지 않아 남북관계 복원에 기대를 좀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핵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공화국은 앞으로도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 밑에 조선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공화국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세계 여러나라들과의 친선협조관계를 확대발전시키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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