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신년기획] '삶의 질' 갈수록 떨어지는데…

입력 2013-01-01 17:12   수정 2013-01-02 01:56

4가구중 한 가구 '적자'
소득의 30% 빚 갚는데 사용



우리나라 중산층의 삶은 지난 20년간 얼마나 윤택해 졌을까. 199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91조3828억원. 2011년 1237조1282억원으로 5.5배 증가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446만원에서 2492만원으로 5배 늘었다.

과연 중산층의 삶도 나라살림만큼 나아졌을까. 1990년 중산층 표준모델인 김영호 씨(당시 나이 35세). 김씨는 지방의 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해 수도권의 자동차부품 회사에 취업했다. 1남1녀를 둔 외벌이 가구 김씨의 월 소득은 80만원. 이 중 생활비로 53만원(66%)을 쓰고 15만원(19%)을 저축했다.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11만원(14%)을 지출했다.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2010년 중산층 표준모델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서울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박철호 씨(45).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나온 박씨는 월 321만원을 버는 맞벌이 가구다. 가계부를 보면 생활비로 월 소득의 68%인 218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56만원(17%)을 내고 48만원(15%)을 저축하고 있다.

1990년대 중산층 표준이 ‘30대-고졸-제조업-남성 외벌이’였다면 2010년은 ‘40대-대졸-서비스업-맞벌이’로 바뀐 것이다. 중산층 평균 소득에 도달하는 시기가 10년가량 늦어졌고,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학력 조건이 추가됐다. 맞벌이는 필수가 됐다.

생활비 지출내역도 확연히 달라졌다. 단적인 예가 빚을 갚기 위해 쓰는 돈이 대폭 늘었다. 1990년에는 월 소득 79만원 중 부채상환에 쓰는 돈이 약 8만원으로 10.4%를 차지한 반면 2011년에는 월 소득 321만원 중 27.5%인 88만원을 빚을 갚는 데 썼다.

또 다른 차이는 적자가구의 비중. 1990년에는 중산층 가구의 15.8%가 적자였던 반면 2010년에는 23.3%로 늘었다. 1990년에는 7가구 중 1가구가 적자였지만 2010년에는 4가구 중 1가구꼴로 적자라는 얘기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부채와 준조세, 교육, 통신비 등 네 가지 경직성 지출이 증가하면서 중산층의 소비여력이 악화됐다”며 “좋은 일자리를 늘려 가처분소득을 확대하는 것이 중산층의 계층 하락을 방지하는 근본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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