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신년기획] 국민 절반 "나는 저소득층"

입력 2013-01-01 17:12   수정 2013-01-02 02:02

현대경제硏 설문…"계층 상승 어렵다" 98%
20대 일자리·30대 부채·40대 자녀 교육비 '걱정'



우리 국민 절반은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생각한다. 객관적 기준으로는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그렇게 느낀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1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는 이 같은 ‘중산층 의식의 붕괴’를 잘 보여준다.

‘나는 중산층’이라는 응답은 46.4%에 그쳤다. 한국경제신문과 문외솔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통계청 가계조사동향을 토대로 분석한 중산층 비중(55.5%)보다 9.1%포인트나 낮다. 자신이 저소득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0.1%나 됐다. 우리 국민 두 명 중 한 명꼴이다. 통계청에 저소득층으로 잡히는 비율(15.2%)보다 3배 이상 높다.

생활도 쪼그라들었다. 10명 중 6명(60.6%)은 전보다 외식을 줄였고, 3명(29.3%)은 적금이나 보험을 깼다. ‘집 크기를 줄이거나 싼 집으로 이사하려 한다’는 응답(25.6%)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9.2%)보다 3배가량 늘었다.

더 암울한 점은 응답자의 98.1%가 ‘앞으로 계층 상승이 갈수록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산층의 자신감이 무너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산층이 자신감을 잃은 원인으로는 양극화 진행(36.3%), 체감경기 부진(21.5%), 좋은 일자리 부족(12.1%), 과도한 부채(11.4%) 등이 거론됐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각된 문제들이다.

연령별로는 걱정거리가 조금씩 달랐다. 20대는 불안한 일자리, 30대는 부채 증가, 40대는 과도한 자녀 교육비, 50대는 소득 감소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중산층 소득은 4인가족 기준으로 월 494만6000원이었다. 1년에 6000만원가량은 벌어야 중산층이라는 얘기다. 특히 30대(523만3000원)와 40대(515만1000원)는 500만원이 넘었다. 이는 국제기준에 따른 한국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월 175만~525만원(중위소득 350만원의 50~150%)인 것에 비춰보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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