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대전망] 저금리 시대, 고수익의 바다로…항해는 시작됐다

입력 2013-01-02 15:35  

금융산업


“세계 경제 여건 때문에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 역시 어려움이 예상된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러 가지 건전성 유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올해 금융산업 전망이다. 가계부채 문제와 함께 한계 업종 기업들이 유동성 악화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 금융권의 동반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 저성장·저금리 … 수익성 확보가 관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더 직접적인 경고를 했다. 그는 “경제성장률을 1%로,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1%포인트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5년 뒤 은행권의 순이익은 올해의 16.5%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은행권 순이익이 8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2017년엔 1조4000억원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다. 권 원장은 “금융사들이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 현재의 경영상태를 유지한다고 봤을 때의 단순 추정”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저금리·저성장이 장기 지속되면 상당수가 적자로 전환하는 등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금리하락에 따른 역마진으로 저금리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중장기 산업이어서 (은행보다)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이다.

# 긴축·영업강화·해외진출이 화두

금융당국 수장들의 말대로 올해 금융산업은 매서운 한파를 맞게 될 전망이다. 국내외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서 규제강화, 경제민주화 바람까지 동시에 몰아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긴축 경영과 영업강화, 해외진출 확대를 올해 화두로 삼고 있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업무효율을 높이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축소를 시작했다. 신한은행도 고객중심 영업체계개편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KB금융 역시 올해 리스크 선제관리와 내실경영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보험회사들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저금리 추세로 보험사의 자산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업비를 줄이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올해 보험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신한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도 조직 및 재무구조 효율화를 통해 장기 불황에 대비할 계획이다. 내년도 채용 규모도 작년보다 20~30% 이상 줄일 계획이다.포화된 국내 금융시장을 떠나 해외진출을 통한 성장도 구상 중이다.

# “금융소비자 보호는 시대적 과제”

지난해 금융권에서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해왔던 관행들이 금융회사의 평판을 순식간에 추락시킨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학력에 따른 대출금리 차등적용과 집단대출 서류 임의 변경은 금융회사의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소비자들의 강력한 역풍을 불러오는 시대가 됐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때문에 올해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대의가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추세인 데다 공급자 중심이던 금융시장 환경도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은행의 부당한 거래관행이 사회문제화하고 신용카드 리볼빙, 실손의료보험, 펀드 판매 등에서도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가 제기돼 왔다”며 “이제 금융회사들도 소비자 불만에 대해 사후적,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소비자 보호 이슈를 미리 감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선제적 시스템을 정착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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