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전 불안감, 신뢰로 해소해야

입력 2013-01-02 17:13   수정 2013-01-02 21:32

원자력은 車만큼 검증된 기술…문제는 실수 겹쳐 사고나는 것
투명 시스템으로 실수 차단해야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 위원장>



지난 2011년 과학기술 10대 뉴스 중의 첫 번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지난해에는 우리의 ‘잇단 원전사고’가 그 첫 번째로 꼽혔으니 2년 연속 원자력 관련 뉴스는 불행하게도 부정적인 측면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셈이다.

일본 후쿠시마에서의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으로 원전 방사능이 다량으로 유출됐고, 그 결과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원자력 발전소 전체를 가동 중지키로 했으니 원자력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각인됐다. 그리고 지난해 우리 원자력 발전에서는 예년보다 잦은 고장에다가 인위적인 사고 은폐, 그리고 미인증 부품 사용까지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가중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총 440여개이며 모두 30개 나라가 이를 통해 전기 에너지를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 발전량의 80% 가까이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고, 13개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전기 생산량의 30% 이상을 원자력 발전으로 얻고 있다. 국민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인데 이들 나라는 어째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자력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인 원자력은 잘 아는 바와 같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위한 엄청난 위력의 폭탄으로 개발돼 사용됐다. 대량 살상을 위해 원자력이 처음으로 사용됐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로 인해 원자력은 오늘까지도 공포와 기피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문명은 경쟁을 통해 발전했기에 가장 혹독한 경쟁인 민족 간의 전쟁은 뛰어난 발명의 계기가 되곤 했다.

청동기 시대에 머물러 있던 인류의 문명이 철기시대로 진보한 것은 좀 더 단단한 쇠붙이로 창과 방패를 만들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함이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항공기는 1914년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을 지나면서 비로소 제대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그러나 쇠붙이로 제일 먼저 만든 것이 위험한 창과 방패라 하여 이를 멀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쇠붙이로는 창도 만들지만 호미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니까. 원자력에서도 마찬가지로 2차대전 후 과학기술자들은 인류가 찾아낸 최대의 에너지인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데 몰두했고, 이는 곧 전기 생산으로 발전됐다.

모든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본태적으로 대단한 위험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가정에서 편안하게 사용하는 전기는 얼마나 위험한가. 그리고 항공기는 또 어떤가. 운항 중에는 부품 하나만 잘 못 돼도 엄청난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 항공기이지만 그런 경우를 모두 대비하는 것이 기술이다. 기술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어느 누구도 비행기를 타고 그 높은 상공에서 맘 편하게 식사하고 잠도 자며 여행을 즐기지는 못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도 마찬가지다. 이는 이미 지난 반세기 넘게 이용해온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기술이며, 어쩌면 우리가 매일 타는 자동차만큼이나 잘 확립된 기술이다.

물론 앞으로 수백년 후까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완벽한 기술은 아니지만 이런 점은 시간을 두고 연구하면서 보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주 중요하고 틀림없는 한 가지 사실은 항상 머리 속에 넣어두어야 한다.

시스템은 기술력에 의해 사람의 실수까지 막아주도록 설계되고 있다 그러나 실수에 실수가 중첩되고 또 중첩되는 경우에는 당하지 못한다. 그리고 원자력에서의 이런 일은 바로 재앙이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원자력 분야 종사자들은 모든 일에서 각별히 투명하고 정확해야 하며 훨씬 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 한다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은 고갈되고 말 것이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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