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대차, 5개 차종 가격 내린 까닭

입력 2013-01-03 11:34   수정 2013-01-03 19:13


“우리 회사에서 굉장히 신경 썼어요. 올해 회사 내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기아차도 조만간 내려야죠.” 3일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만난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5개 차종의 가격 인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는 이날 5개 차종 10개 트림(모델)의 판매 가격을 최대 100만 원 가량 낮췄다. 해당 차종은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쏘나타, 싼타페, 베라크루즈 5개 차종.

쏘나타, 싼타페, 제네시스 등 중대형급 모델의 가격 인하는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 공세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나 국내 판매는 2.3% 감소했다. ‘안방 사수’가 올 한해 풀어야 할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현대차 입장에선 수입차의 가격 인하 바람이 부담이다. 지난해 국산차 고객을 타깃으로 한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폭스바겐 파사트 등이 종전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일 본사 대강당에서 정몽구 회장 주재로 시무식을 열어 올해 국내외 741만 대 판매(현대차 466만 대·기아차는 275만 대)를 새해 목표로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수준이다. 2006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판매 증가율이다. 유럽발 경기 침체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워 올해 사업계획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추진하자” 면서 “고객에게 만족과 감동을 제공해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최근 원화가치 급등에 해외 시장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돼 현대차 내부에선 영업 및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말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자동차 관련 기관들은 올해 내수 시장의 자동차 판매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150만 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국산차와 수입차 간의 경쟁 구도는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의 가격 인하로 자동차 내수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국산 고급차를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춰 상품성을 널리 알리는 게 선행 과제” 라며 “소비자 접촉 빈도를 높인 후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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